6남매와 이송용‧정해영 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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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남매와 이송용‧정해영 부부
  • 장성일‧최육상 기자
  • 승인 2021.12.22 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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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남매 학교 안 보내고 집에서 교육하는 비법

자녀 한 명씩 늘 때마다 행복해지고 부자 돼
앞줄 셋째 이예원(10), 다섯째 이도원(6), 여섯째 이소원(2) ,넷째 이지원(8) 뒷줄 첫째 이초원(15), 이송용‧정해영 부부, 둘째 이희원(13).

 

아무 때나 오세요. 저희는 홈스쿨을 하고 있어서 아이들이 모두 항상 집에 있어요.”

군내 다둥이 가족을 수소문해 6남매를 키우고 있다는 이송용정해영 부부에게 전화를 걸어 “6남매를 한꺼번에 볼 수 있는 시간은 언제인지를 물었더니, 의외의 답변이 돌아왔다.

홈스쿨링(Home Schooling)’은 의무교육인 초중등 교육 과정을 25시간 미만의 학교 수업에만 참석하거나 아니면 아예 집에서 교육을 책임지는 것을 말한다. 일종의 재택교육인 셈이다.

지난 123일 오후 호기심을 가득 지닌 채 구림 금상마을 6남매 집을 찾아갔다. 대문 앞에 텃밭이 있고 아담한 마당을 갖춘 2층 집에 들어서자 정해영 씨와 6남매가 수줍게 기자 일행을 맞았다.

6남매 나이부터 물었다.

첫째 이초원(15), 둘째 이희원(13), 셋째 이예원(10), 넷째 이지원(8), 다섯째 이도원(6), 여섯째 이소원(2)이에요.”

정해영 씨와 대화를 시작하자 42, 6남매가 호기심 가득한 표정으로 대화를 지켜봤다. 6남매를 집에서 교육시키며 키우는 게 쉽지는 않을 터. 2세 계획이 또 있는지 물었다.

사실, 저희가 무계획이 계획이에요. 안 낳을 생각도 없고 그렇다고 더 낳을 생각도 없어요. 첫째 때부터 아무 계획이 없었어요. 하하하.”

정해영 씨는 마스크 위로 환한 눈웃음을 드러냈다. 궁금한 점이 많았던 탓에, 정혜영 씨와 대화는 쉴 새 없이 이어졌다.

가족은 순창으로 온 지 만 3년이 넘었다. 막내만 순창에서 낳았고, 첫째둘째는 몽골, 셋째넷째는 인도네시아, 다섯째는 광주에서 각각 출산했다. 마흔 네 살 동갑내기 부부에게 그동안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부부는 카이스트 대학원에서, 선배인 아내와 군대를 다녀온 후배 남편이 처음 만났다고 한다. 부부는 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친 후 직장생활을 따로따로 하던 중, 선교 활동을 목적으로 몽골로 떠났다.

정해영 씨는 우리는 보통, 목사 안수나 그런 걸 받지 않은 선교사를 전문인 선교사라고 하는데, 저희는 교육 분야 전문인 선교사로 해외에 나가게 된 경우라면서 개신교 특정 교단이나 종단이 아니고 저희처럼 개인 자격으로 해외에 나가는 전문인 선교사가 의외로 많다고 말을 이었다.

첫째 임신 8개월 때 해외에 나갔다가 첫째가 9살 때 한국으로 돌아왔어요. 모아둔 재산도 없고 광주의 다세대주택에서 살고 있었는데 아이들이 너무 뛰어다니는 거예요. ‘시골로 한번 가자고 빈 집 살기 같은 걸 2, 3년 알아봤던 것 같아요. 그 때 순창군 귀농귀촌협의회 홈페이지에 이 집이 나왔어요. 저희가 재정이 넉넉하지 않았는데 순창군에서 집 대출을 해 주시더라고요. 감사하게 이 집을 사서 들어오게 됐어요.”

정해영 씨는 순창이 아이 키우는 데에 지원을 많이 해준다며 만족감을 표현했다.

순창에 와서 되게 놀랐어요. 광주에서는 지원이 거의 없었는데, 순창에서 막내를 낳으니까 출산장려금 1500만 원을 지원해 주는 거예요. 영양플러스라고 애들 영양 관련해서도 그렇고, 순창이 그런 영역에서 되게 인정도 받고 다른 군에서 사례연구도 한다고 들었는데 진짜로 그 해택을 완전히 고스란히 다 받았어요. 저희가 먹고 살만은 한데 식구가 8명이다 보니까 소득 순위가 낮거든요. 군에서 간식, 부식 지원도 많이 해주고, 학교 밖 청소년 센터에서 와서 체험활동도 해주고 그래요.”

해외에 있었기에 우리나라 정규 교육과정을 못 받은 건 이해가 됐다. 귀국해서도 학교에 안 보낸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가 학교 다닐 나이에 살았던 인도네시아는 무슬림 국가라서 저희가 함부로 학교를 보내지 못했어요. 무슬림 교육을 해야 되거든요. 히잡도 써야 돼서. 저희가 집에서 반, 학교에서 반, 현지인들이 하는 그런 교육하는 곳에 조금 다닌 거 빼고는 애들이 집에서 지냈거든요. 귀국하니까 동사무소에서 애들 학교 어떡할 거냐고 연락이 왔어요. 저희가 홈스쿨로 방향을 잡은 상태였는데, 다행히 입학 유예제도가 있어서 첫째부터 넷째까지 홈스쿨을 하고 있어요.”

 

아이들은 크면서 또래끼리 사귀고, 사회성을 기른다. 공부를 떠나서 어떻게 사회성을 충족시키는지 궁금했다.

여러 아이들을 관찰하다 보니까, 사회성이라고 우리 부모들이 많이 속고 있는 영역이 있더라고요. ‘사회성사교성은 다른 거잖아요. 우리 아이들 중에서도 사교성이 많아서 진짜 한 1분만 옆에 앉아도 친구를 만드는 아이가 있어요. 부모님들이 걱정하는 게 사교적인 건지 진짜로 사회성인 건지, 제가 보기에는 사교적인 것을 사회성하고 연결시키는 건 아닌가 싶은 거예요.”

정해영 씨는 이 대목에서 단호하게 말했다.

우리 큰애는 사교적이지 않아요. 제가 일부러 공동체나 또래 집단에 가서 친구를 사귀어보게 하려고 되게 노력을 많이 했는데 안 되는 거예요. ‘애는 왜 이러지, 너무 엄마랑 있어서 그러나싶었죠. 그런데 둘째, 셋째, 넷째 낳으면서 사교적인 애와 사교적이지 않은 애가 있고, 친구가 여러 명 필요한 아이가 있고 한 명만 있어도 되는 아이가 있고 이런 걸 알게 됐어요. 저희가 감사하게 애가 많으니까 자기네들끼리 놀고 부대끼면서 사교성이 많이 해소 되는 거예요.”

바깥일을 마치고 남편 이송용 씨가 도착했다. 부부는 첫째부터 무계획으로 6명을 낳았다. 가정살림을 꾸려가려면 돈이 필요하다. 부부는 자체 출판하는 교재를 만들고 원고 기고와 마을 일과 아르바이트 등을 하며 생활을 꾸려가고 있다. 수입규모는 어떻게 맞춰가는 것일까.

우리 어르신들 말씀에 사람이 자기 먹을 건 다 달고 태어난다고 하는데, 그렇게 설명드릴 수밖에 없어요.”(남편)

진짜로 저희가 경험한 거예요. 큰 애 임신 8개월 때 몽골로 갔는데 그때 진짜 저희는 아무것도 없었거든요. 후원이나 월급 받을 곳이 없었어요. 몽골대학교에서 강의하며 교육 선교하고 한 달에 우리 돈 20만 원 받았어요. 그런데 집세가 25만 원이었거든요. 첫째를 낳으면 어떡하지, 둘째를 낳으면 또 어떡하지 이런 생각이 있잖아요. 저희가 되짚어 보니까 말씀을 드릴 수 있는 건데, 첫째 때 제일 가난했고요 둘째 때 그 다음, 셋째 때 그 다음, 넷째, 다섯째, 지금 여섯 째 때가 제일 부자인 것 같아요.”(아내)

남편 이송용 씨가 지금 2층 집 살잖아요? 하하하웃으며 진지하게 말을 이었다.

현실적으로 궁금해 하시는 부분을 말씀드리자면, 비용이 많이 드는 건 주거비하고 교육비잖아요. 주거비는 저희가 순창에 귀농하면서 어느 정도 해결이 된 거고, 교육비는 홈스쿨을 하면서 피아도 학원만 보내고 과외나 학원을 안 보내요. 다른 가정에 비해서 두 가지 소비 규모가 굉장히 적죠. 남들보다 수입 자체가 많지는 않아도 나갈 데가 별로 없으니까 부족하지 않게 사는 것 같아요.”

2층 침대 4대가 놓인 침실. 8명이 함께 똑같은 시간에 자고 일어난다.
2층 침대 3대가 놓인 침실. 8명이 함께 똑같은 시간에 자고 일어난다.

 

부부에게 자녀 교육은 어떻게 시키는지 물었다. 이송용 씨가 기자 일행을 이끌며 집 소개를 했다.

여기가 침실인데 저희는 2층 침대 3개 놓고 이렇게 8명이 같이 자요. 원래는 방을 개인별로 나누잖아요. 애들이 조금 크면 빨리 안 잔다고 실랑이 벌어지고 그러잖아요. 저희는 식구가 많다보니까 필요에 의해서 방을 기능별로 나눴어요. 우리 가족은 한 침실에서 모두 함께 자니까 수면 시간도 똑같고 기상시간도 똑같아요. 하하하.”

방과 거실로 오가는 통로 벽면에 일정표 같은 게 붙어 있었다. 6남매의 가정 내 역할 분담 표였다.

각자 맡은 집안 일을 해요. 여기 신발장 깨끗하죠. 얘가 매일 정리를 해요. 자기가 정리하고 여기에 동그라미를 치는 거죠. 저희는 학습보다도 이런 걸 중요하게 여기죠. 지식을 추구하는 게 아니라 삶을 추구하거든요. 가족을 섬기지 않으면서 밖에 나가서 어떻게 다른 사람을 섬기고 사회에 공헌하고 훌륭한 사람이 되느냐, 그런 임무를 가정에서 미리 수행하는 거죠.”

2층에 자리한 공부방. 각자 수업 등의 계획표를 직접 작성해서 실천한다.

 

2층으로 올라갔다. 가림막이 있는 작은 책상들이 나란히 붙어 있어 도서관 느낌이 났다. 둘째, 셋째, 넷째가 어느새 의자에 앉아 책을 읽고 있었다. 첫째 책상은 아빠 서재에 있고, 다섯째 책상은 조금 떨어진 곳에 따로 있었다. 이송용 씨에게 지금이 원래 책 읽는 시간인지 물었다.

따로 정해진 시간은 없고 본인이 읽고 싶으면 읽어요. , 본인이 맡은 일이 끝나야 책을 읽을 수 있어요. 저희가 티브이(TV)가 없잖아요. 애들이 심심해지면 책을 봐요. 만약에, 할 일이 있는데 안 하고 책을 보면 일주일간 책을 못 읽어요. 애들한테는 어마 무시한 벌칙이에요. 저희가 다른 부모님들한테 아이들을 조금 심심하게 키우는 게 좋다고 말씀드려요. 삶의 자극이 너무 많으면 책에 손을 잘 안 대니까요.”

책상에는 자녀 별로 본인이 작성한 수업 진도 일정과 계획표가 빼곡하게 적혀 있다. 교재는 에스오티(SOT)1단계부터 12단계까지로 돼 있다. 영어로 된 교재를 몇 살 때 처음 시작하는지 물었다. 정혜영 씨가 교육 방법을 설명했다.

알파벳 하고 그 다음에 파닉스(소리와 철자로 언어를 이해하는 학습)를 해요. 가나다라 하듯이 파닉스를 끝내면 아이들 상황에 맞게 시작해요. 애는 6살 후반기에 에스에이티를 들어갔는데, 저희가 너무 바빠서 제대로 돌보지 못하니까 아직도 1단계에요. 아이들마다 약간의 개인 차이도 있고 환경 차이도 있어요. 큰 애는 9살 때 구구단을 뗐거든요. 에스에이티가 원래 12단계까지 있는데, 우리 아이들은 한 5단계까지만 해요. 저희 큰애도 5단계 끝내고 검정고시로 바꿨어요. 작년에 수능보고 전남대 심리학과에 입학했고요.”

열다섯 살 중학교 2학년 나이에 대학교 1학년이란다. 자녀들끼리 경쟁을 하는지 궁금했다. 부부가 앞 다퉈 답을 이었다.

학교에서는 되게 성적 경쟁이 심하잖아요. 가정은 그런 게 경쟁이 아닌 사회라서, 대신 서로 자극을 많이 받아요. 큰 아이가 대학을 가니까, 엄마 나도 대학 갈래, 이런 뭔가 동기부여가 되는 게 있어요. 저희의 핵심 과목 중에 하나가 절대 경쟁시키지 않는 거예요. 절대 다른 사람이랑 비교하지 않아요. 대신에 자기만의 경주를 하도록, 자기가 할 수 있는 속도로 자기주도 학습을 하도록 하죠.”(남편)

제가 봤을 때 그냥 경쟁만 해버리면 둘 중에 하나인 것 같아요. 하나는 너무 좌절을 해버리거나 어떤 성장의 동기를 잃어버리게 돼요. 반면에 경쟁해서 이기는 애들은 너무 또 교만해져 버려요. 이정도면 되나 하고 자기 성장을 멈춰 버려요. 저희가 원하는 건 성실하게만 하면 성공이지, 누구보다 더 잘하고 못하고 어디까지 맞춰야 되고 이런 거는 중요한 게 아니다라고 아이들한테 강조해요.”(아내)

이송용 씨는 첫째를 바라보며 이렇게 말했다.

첫째가 우리 식사 준비하고 설거지 담당하거든요. 작년에 수능 볼 때도 마지막 한 주만 빼주고, 그 전까지 설거지를 다 했어요. 공부해서 대학 가는 게 중요한 게 아닌 거예요. 저희는 섬기는 사람이 되라고 계속 강조하죠.”

대화를 마치고 나오는 길, 동그란 눈을 가진 유기견 한 마리가 마당에서, 전에 살던 할머니가 맡기고 갔다는 누렁이가 텃밭에서 꼬리 치며 기자 일행을 배웅했다. 지금이 제일 부자라고 말하는 젊은 부부와 해맑은 표정의 6남매 그리고 개 두 마리, 이 집에는 모두 열 식구가 정말 행복하게 산다.

 

넷째 이지원(8). 자신의 계획표를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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