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귀섭(순창우체국 근무)
문패(門牌)
첫눈인지
두 번째 내리는 눈인지
소복하게 내린다.
갈 길이 먼 나에게는
무거운 짐이 될 수도 있지만
간간히 처다 보는 여유를 가져본다.
몇 해 전에는
사람이 살았던 집이였는데
사시던 분들께서
고인이 되어
집은 빈 집이 되어버렸다.
한해 두해가 지나고
기둥이 차츰 내려 안더니
서까래마저 바닥에 누워 버렸다.
대문 앞에 버티고 있는 문패(門牌)에
날리는 눈바람에 눈물을 훔치듯
빗물이 되어 흐른다.
내 마음에는
그분들의 은은한 향기를 품은 미소가
나에게 안겨온다.
*서까래 : 지붕판을 만들고 추녀를 구성하는 가늘고 긴 각재
*문패(門牌) : 주소나 이름 따위를 적어 대문에 다는 작은 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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