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과 매우리 출신 설상환 시인이 두 번째 민조시집을 펴냈다. 민조시(民調詩)란 3·4·5·6조의 음수율을 기본 골간으로 18자로 구성되는 새로운 형식의 정형시이다.
이번 제2 민조시집 제목은 《머리카락을 다듬으며 쓴 시(詩)》이다. 이미 매스컴을 통해 ‘이발사 시인 설상환’으로 전국에 널리 알려져 있어 이런 제목이 시인에겐 매력적으로 더 어울릴 것 같다.
제2 민조시집 《머리카락을 다듬으며 쓴 시》는 총 10부에 104편이 꽃을 피우고 있다. 이발사의 가위질은 언어의 머리카락을 다듬듯 한 줄 한 줄 민조시 한 행씩을 잘 골라 다듬고 있다. 그의 안목으로 다듬어놓은 104편의 민조시는 그 빛깔이 처음부터 끝까지 가지런할 수밖에 없다. 누가 봐도 잘 가꾸어지고 감추어진 한 뙈기의 보기 좋은 꽃밭일 것 같다.
그의 시는 경전 구절 같은 선(禪)적 심상(心象)이 편편마다 번뜩이고 있다. 감각적이면서도 형식미에 어긋남이 없이 율려(律呂)를 잘 지켜내고 있다. 호흡 장단에 맞고, 읽는 이로 하여금 막힘없이 술술 읽혀지게 하는 부드러운 수사법이 그의 비밀 무기이다.
설 시인은 1954년 금과면 모정마을에서 태어나 금과초등학교 졸업(42회)한 순창토박이다. 16살 때 가세가 기울어 고향을 떠나 진해·대구·경주 등지에서도 생활하며 접어든 이용사의 길을 지금까지 천직으로 알고 살아왔다. 지금은 광주 용봉동에서 어여쁜 세 딸과 아내와 함께 ‘고향이발관’을 경영하는 행복한 시인이다.
설 시인은 남달리 부지런하고 성실한 편이다. 한 손엔 가위를 들고, 한 손엔 만년필을 들고 산다. 미학적으로 머리를 다듬으면서, 시도 쓰면서 빛고을살이를 누구보다도 더 멋지게 살아오면서도 서울까지 시 공부를 하러 다니고, 한국 시낭송 회의 모임에 나타나 시를 보기 좋게 읊어내기도 한다.
1994년 《문예사조》(2월호) 시부 당선ㆍ문학춘추 시조부 당선, 시집 《부모사곡》(父母思曲·1993, 세종), 《붕어빵이 행복한 이유》(2014, 시와사람), 첫 민조시집 《무궁화가 무궁하에게》를 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