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서 본 순창’과 ‘추억이 어린 순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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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서 본 순창’과 ‘추억이 어린 순창’
  • 최육상 기자
  • 승인 2022.01.05 08:37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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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2개 마을 현재와 과거, 사진에 담은 두 권의 책
'하늘에서 본 순창의 마을'(2020~2021)
'잊혀져 가는 순창의 모습들2'(그리움 가득한 추억의 옛사진 淳昌)책
강성일 전 순창읍장과 전은신 씨가 옛 기억을 떠올리며 대화하고 있다.
강성일 전 순창읍장과 전은신 씨가 옛 기억을 떠올리며 대화하고 있다.

인간의 기억만큼 불완전하고, 단편적이며, 자의적이기까지 한 것이 또 있을까. 불리하고 어두운 구석은 묻어두고, 조금이라도 유리한 부분은 과장하기 마련이다. 동료가 가르침을 전해준 사이로 뒤바뀌는가 하면, 때로는 인생의 물줄기를 틀어준 위인으로 둔갑하기도 한다.

한 사람의 일생은 각 개인의 삶은 물론, 그가 겪어온 사회의 자화상이기도 하다. 촘촘한 나이테로 쌓인 인생의 단면을 잘라보면 시대의 기쁨과 슬픔이 오롯이 담겨있다. 또 각 개인은 수많은 관계 맺음으로 연결되어 있다. 한 인물의 뿌리를 당겨보면 셀 수 없는 인연과 관계가 함께 딸려 나온다.

단 한 사람의 인생도 수많은 파편들로 구성돼 있는데, 순창군의 역사는 말해 무엇 하랴.

 

의미 있는 사진책자 두 권

지난해 1230일 순창을 사진으로 기록해 남긴 의미 있는 책자 두 권이 같은 날 발행·인쇄됐다.

순창군에서 펴낸 <하늘에서 본 순창의 마을>(2020~2021)<잊혀져 가는 순창의 모습들2>(그리움 가득한 추억의 옛사진 淳昌)이 그것이다.

부제에서 알 수 있듯 한권은 최근 2년의 순창 모습을 담은 사진 기록이고, 다른 한권은 먼 기억 속에 흐릿하게 남아 있는 추억의 순창 모습을 새긴 사진 기록이다.

한 사람의 인생도 부모와 친구, 동료, 선후배 등 수많은 관계 속에서 존재의 기록을 남기듯, 묵직한 무게감을 주는 두 권의 사진첩에는 많은 사연이 얽혀 있을 터. ‘군청 사진 담당자로 통하는 공보계 전은신 씨를 만나 책 이야기를 듣고자 했다. 한사코 취재를 거부하던 전은신 씨를 설득하는 일은 만만치 않았다. 지난 2일 오후, 전은신 씨가 이전에 상사로 모셨던 강성일 전 순창읍장과 함께 한 자리에서 셋이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위에 소개한 두 책은 2001년 당시 군청 기획실 강성일 정책개발담당(순창읍장 퇴직)과 조태봉 주무관(현 군청 행정과장) 등이 192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순창 관련 사진을 추려서 발행한 추억의 옛사진에 뿌리를 두고 있다.

순창군청과 수옥루(1930년대). 군청 입구에 일본식 현관양식이 보인다. - 종걸스님
순창군청과 수옥루(1930년대). 군청 입구에 일본식 현관양식이 보인다. - 종걸스님

 

강성일 실장과 전은신 씨를 이어준 사진

강성일 전 읍장과 전은신 씨의 인연은 그로부터 10여 년이 흐른 뒤 사진으로 맺어졌다. 2011년 당시 강성일 기획실장은 전 씨의 요청으로 2001년 발간된 옛 사진집을 증보해서 <잊혀져 가는 순창의 모습들1>을 펴냈다,

이 과정에 대해 전 씨는 “2000년 당시에 사진집을 내자고 군청 부서 몇 곳에 제안했지만 거절당했었다그 때 마지막이란 심정으로 무작정 강성일 실장님을 찾아가 요청 드렸는데, 흔쾌히 승낙하시고 예산을 책정해 주셨다고 말했다.

강 전 읍장은 그 때 은신이와는 함께 일해 본 적은 없었지만, ‘은신이가 사진 찍으러 돌아다니느라 월급으로도 기름 값 충당이 안 된다는 이야기를 들었었다부서장의 역할은 일 안 하는 사람은 일을 챙겨주되, 반대로 일 잘하는 사람은 방해하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회상했다.

강 전 읍장은 이어 역사는 기록되어야 새 생명과 가치를 부여받을 수 있고, 조직과 고을은 누군가의 희생으로 성장한다콩나물에 물을 주듯 순창군의 사진 기록이 꾸준하게 이어지기를 당부했는데, 그 당부를 잊지 않은 은신이를 포함한 군청 공보계 직원들에게 감사하다고 인사를 전했다.

강 전 읍장과 전 씨는 대화 내내 기억의 덧칠에 대해 엄격하게 거리를 두려 했다. 자신의 지난날이 빛나 보이거나, 타인의 공이 작아지는 것에 대해서 서로 경쟁하듯 선을 그었다. 단순히 전·현직 선·후배 공무원의 입장이 아닌, 서로가 서로를 분명하게 인정하는 분위기가 읽혔다.

귀래정 남산대 팔각정에서 봄소풍을 즐기고 있는 순창초 학생들-순창읍 김선희
귀래정 남산대 팔각정에서 봄소풍을 즐기고 있는 순창초 학생들-순창읍 김선희

 

사진책은 땀방울로 만들어 낸 결실

강 전 읍장은 “2011년 당시에 군청에서 사진 모집 공모를 실시했는데, 군민들께서 선뜻 사진을 보내주시지 않아서 은신이가 발로 뛰면서 가가호호 방문해 사진을 찾느라 고생을 정말 많이 했다책이 보시기에는 편할지 모르지만, 사진첩으로 된 책들은 정말 땀방울로 만들어 낸 결실이라고 전 씨를 추켜세웠다.

이에 전 씨는 그 때 책자 사진 설명을 강성일 실장님께서 당신만의 어투로 일일이 다 적으셨고, 편집은 조태봉 주무관님께서 도맡았었다저는 그저 사진만 찾아다 드리고 이후 과정은 모른다며 강 전 읍장과 조태봉 현 행정과장에게 공을 돌렸다.

강 전 읍장은 누군가 정성을 기울이고 미치지 않고는 나올 수 없는 소중한 책을 받고나서 정말이지 밤새 보면서 예전 순창 모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이미 하늘로 가신 분들의 젊었을 때 모습을 볼 수 있는 건 아련한 추억이었다며 책에 대한 감상을 전했다.

전 씨는 관리책임은 부서장이나 간부가 지는 것이므로, 책임지는 직책이 아니었던 저는 강성일 실장님을 믿고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고 제 할 일만 열심히 할 수 있었다고 화답했다.

2022년 호랑이해다. 너무도 익숙한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는 속담이 있다. 거기에 하나만 더하자. 이름을 남기는 두 사람과 함께 <순창의 모습들><순창의 마을> 책자가 기억되기를.

대모암 배경으로 친구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1970년대). - 순창읍 정봉애
대모암 배경으로 친구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1970년대). - 순창읍 정봉애
귀래정에서 계원들의 화전놀이 기념사진(1968년) - 순창읍 정봉애
귀래정에서 계원들의 화전놀이 기념사진(1968년) - 순창읍 정봉애

 

<하늘에서 본 순창의 마을>(2020~2021)

-책 제목 글씨(제자) : 황숙주 군수

-편집위원장 장현주 기획예산실장

-편집위원 최진숙·이삼례·정승태·김종구

-사진 전은신·서상수·김승규

-20211230일 발행(353)

순창군 312개 마을 전경을 찍은 사진집이. 2020년과 2021년 두 해에 걸쳐 높이 70m~150m 상공에서 드론을 이용해 찍었다. 11개 읍·131개 법정리와 312개 행정리를 모두 담았다. 마을 유래는 순창향지 지명고’(1998)를 기준으로 순창군지지조서’(1916)순창군정사지’(1998) 등을 참고해 작성했다.

경천 명소 꼬부랑(다이빙)나무- 젊은 시절 임종수 작곡가가 임재호 씨를 안고 있다.(1963년)-순창읍 임재호
경천 명소 꼬부랑(다이빙)나무- 젊은 시절 임종수 작곡가가 임재호 씨를 안고 있다.(1963년)-순창읍 임재호
순창초등학교 운동회 매스게임(1980년대)-순창읍 신동식
순창초등학교 운동회 매스게임(1980년대)-순창읍 신동식

 

<잊혀져 가는 순창의 모습들2>(그리움 가득한 추억의 옛사진 淳昌)

-편집위원장 장현주 기획예산실장

-편집위원 최진숙·이삼례·정승태·김종구

-감수 신옥수·조태봉·전은신

-20211230일 인쇄(155)

일제강점기 군 청사와 경찰서, 우체국, 시장 통 등 옛 사진과 학교생활, 종교, 순창사람들, 새마을운동 등 과거 모습을 살펴볼 수 있도록 구성했다. 대한역사연구소 종걸 스님이 과거 순창의 옛 사진부터 일제강점기 당시 읍·면을 조사한 지지조서, 고지도 등을 제공해 이번 책자 발간에 큰 도움을 줬다.

 

순창우시장(1980년대)- 순창읍 신동식
순창우시장(1980년대)- 순창읍 신동식
순창자수센터(현 농업기술센터 건물 소재) 작품들(1970년대)-순창읍 조순엽
순창자수센터(현 농업기술센터 건물 소재) 작품들(1970년대)-순창읍 조순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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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현락 2022-02-09 19:32:28
좋은 기사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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