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효진]마을이 사라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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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진]마을이 사라지고 있다
  • 김효진 이장
  • 승인 2022.01.12 0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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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진 이장(풍산 두지)

코로나 방역지침 때문에 마을총회는 열었지만 음식을 나누지 못하는 바람에 곰탕과 떡국떡을 집집마다 돌렸다. 음식 양을 맞추고자 마을 가구 수와 주민 숫자를 셌다. 해마다 연말이면 으레 헤아리는 숫자지만 올해는 느낌이 사뭇 다르다. 그새 많이들 떠났다. 농촌이 소멸될지도 모른다는 문구는 사람은 결국 죽는다는 진리마냥 부지불식간에 각인돼 있지만, 셈법으로 따져 살갗으로 느낄 때면 심각해지는 법이다. 그래서 마을이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은 늘 익숙하면서도, 갑작스럽고 생경하다.

인구감소 문제가 비단 농촌에 국한된 사회문제는 아니지만, 농촌은 더 이상 사람 살 곳이 못되는 공간으로 오랫동안 인식되어 왔다. 최근 뉴스에 따르면 전국 155개 시군구 가운데 주민들이 가장 살기 좋은 곳을 선정했다고 한다. 경제활동, 생활안전, 건강보건, 주거환경을 종합한 사회안전지수로 순위를 매겼는데, 흥미로운 기사라 한참을 들여다보았다.

특이한 점은, 농촌지역이라 할 수 있는 군 단위의 지자체가 50위 안에 포함된 곳은 달성군(대구)과 기장군(부산), 그리고 울주군(울산) 뿐이었다. 따지고 보면 이 세 곳도 광역시에 포함된 지자체로 전형적인 농촌이라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표본 숫자가 적은 지역은 제외했다고 하니 일부 농촌지역은 아예 조사에 포함되지 않은 건지도 모를 일이다. 아무튼 이 결과는, 농촌은 여전히 살기 좋은 곳이 못되며 사회안전지수로 매길 수 있는 범주에 포함되지 못하다는 사실을 방증하고 있다.

필자가 살고 있는 순창군은 십 여 년 전부터 인구 3만 명 선을 지키겠다며 타 지역에서 출퇴근하는 행정, 교육 공무원들에게 순창군으로 주소 이전할 것을 종용하는 갸륵한 노력도 보여줬지만, 자연 사망률을 따라가지는 못했다. 마을로 눈을 돌리면, 귀농 귀촌할 여건을 마련코자 빈집을 확보하고 알선하기도 하며, 필자의 마을처럼 마을주민들의 기록화 작업을 진행하며 문화적 욕구와 삶의 질을 높이고자 애쓰는 곳도 있다. 또한 마을공동체나 마을기업 등 사회적 경제 영역에서의 다양한 시도도 있다.

하지만 지속가능한 농촌마을을 꿈꾸며 이것저것 궁리해 보지만 특정지역에서, 그것도 소수 사람들의 의지로는 한계가 있다. 다시 돌아오는 농촌, 지속가능한 농업은 곧 농정대개혁이 전면적으로 진행되어야 가능한 명제다. 효율성을 내세워 농업을 홀대하지 말고 식량안보와 삶의 질을 담보하는 공익적 가치에 주목해야 한다.

또한 실제 농사짓지 않는 부재지주가 농지의 대다수를 점유하고 임차농지조차도 압도적 면적을 소수의 대농이 경작하고 있는 현실, 그리고 그 소수의 대농을 중심으로 한 농업예산의 편향집중을 제도적으로 뜯어고치지 않는 한, 새로이 농사를 지으며 농촌에 정착하고자 하는 예비 영농자들의 틈새는 좀체 찾기 어렵다. 농지문제가 가시적으로 해결되고 소농 중심의 농정으로 시급히 재편되어야 한다. 거기에 농민 기본소득과 농촌 기본소득도 서둘러 추진되어야 우선 숨통이라도 트일 것으로 보인다.

농촌의 인구문제는 농촌만의 문제는 아니다. 우리 사회는 수도권 집중으로 엄청난 규모의 사회적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 수많은 국가재정이 에너지, 환경, 교통, 주거, 치안문제 등 도시를 유지 관리하는데 쓰이고 있다. 그 예산의 일부만이라도 돌아오는 농촌을 만드는데 쓰인다면 도시며 농촌이며 동시에 해법을 찾아가는 길이 아니겠는가. 오륙십 년 전 산업 노동력이 절대 부족한 시절, 농촌은 값싼 노동력을 도시에 제공하고 희생을 치르며 오늘에 이르렀다. 이제는 넘쳐나는 수도권의 자원을 지역에 적절히 배분하여 같이 잘 사는 길을 모색해야 한다.

시간이 없다. 인류의 종말을 다루는 공상과학영화처럼 농촌의 소멸 역시 한순간이다. 대책을 마련하는데 한가하게 학술적 탁상공론으로 허비할 겨를이 없다. 이미 시나브로, 사람이 사라지고, 관계가 사라지고, 마을이 사라지고 있다.

본 글은 한국농정신문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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