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연의 그림책(16) 호랑이의 전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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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연의 그림책(16) 호랑이의 전설
  • 김영연 길거리책방 주인장
  • 승인 2022.01.12 08: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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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해가 되었으니 호랑이 이야기를 한 번 해볼까요? 호랑이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좋아하는 동물이라고 할 수 있지요. 한반도 모양도 호랑이를 닮았다고 하기도 하고요. 단군신화에도 호랑이와 곰이 나오지요.

여러분은 할머니나 어머니에게서 옛이야기를 들으며 자란 세대인가요? 아니면 비디오나 TV 만화(저희 아이들은 은비까비세대입니다만) 세대인가요? 요즘은 유튜브 이모님이 필수라고 한다지요? 어찌 되었든 여러분이 기억하는 옛이야기 속 호랑이는 어떤 모습인지 떠올려 봅시다.

외할머니가 제게 들려주시던 옛이야기는 옛날옛적에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에~’ 늘 이렇게 시작되곤 했었지요. 제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옛이야기는 해와 달이 된 오누이 입니다. 제목이나 내용은 잘 기억이 안 나지만 호랑이가 떡 하나주면 안 잡아먹지~’ 하면 어렴풋이 들어본 기억이 나실 것이외다. 이 이야기에 나오는 호랑이는 고개마다 떡장수 엄마에게서 떡을 빼앗아먹고 결국 엄마까지 잡아먹는 나쁜 동물입니다. 그리고는 집에 남아있던 남매까지 찾아가 괴롭힙니다. 다행히 남매는 하늘에서 내려온 동아줄을 타고 올라가 해님 달님이 되었고, 호랑이는 썩은 동아줄을 잡았다가 혼쭐이 나지요.

 

옛이야기 속 호랑이

이 이야기에서 호랑이는 자신만의 이익을 추구하는 잔혹한 공포의 대상(지배자)입니다. 착한 남매(민중)는 악을 피해 현실을 떠나게 되지요. 그리고 호랑이도 결국은 자신의 잘못으로(혹은 하늘의 노여움으로) 파국에 이루게 됩니다. 봉건사회의 사회상을 나타내고 있다고 할까요? 나쁜 지배자(호랑이)는 착한 엄마와 오누이(백성)을 괴롭히고 또 괴롭힙니다. 견디지 못한 백성들은 현실을 도피하거나 포기하게 되고, 호랑이가 벌을 받는 결말은 새로운 세상을 갈망하는 백성들의 염원이기도 하겠지요.

그밖에도 호랑이가 등장하는 옛이야기는 무수히 많이 있습니다. 호랑이가 무조건 무시무시한 대상()으로 등장하는 것은 아닙니다. 효자 노릇하는(사람보다 나은) 호랑이도 있고, 토끼의 꾀에 속아 넘어가는 어리석은 호랑이 이야기도 있고.... 호랑이는 이렇게 오랫동안 우리들의 이야기로 전해져 왔습니다.

 

팥빙수의 전설

요즘 아이들은 이런 옛이야기를 알고 있을까요? 요즘 작가들은 호랑이를 어떤 모습으로 다루고 있을까요? 오늘 소개할 첫 번째 작품은 이지은 작가의 [팥빙수의 전설] (2019년 출간)입니다.

표지를 보니 커다란 팥빙수 그릇 속에 참외와 딸기, 수박이 보이고, 호랑이가 할머니를 잡고 웃는 표정으로 서 있네요. 그릇 주변엔 작은 호랑이들이 신나게 춤을 추고 있네요. 표지를 넘기면 할머니 한 분이 나와서 옛날옛날 한 옛날에~’ 하며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춥지도 덥지도 않은 날에 할머니는 농사지은 참외, 수박, 딸기와 단팥죽을 이고지고 장에 나갑니다. 그런데 갑자기 눈이 펑펑 오네요. 그러더니 커다랗고 새하얀 눈호랑이가 나타났어요. ‘맛있는 거 주면 안 잡아먹지하는 눈호랑이의 말에 할머니는 정성스레 키운 딸기, 참외, 수박을 차례로 빼앗깁니다. 호랑이는 맛있다, 맛있다 하며 즐겁게 과일을 먹고 있네요. 호랑이가 수박씨를 골라내는 사이에 할머니는 절벽 위 다리를 건너 도망을 갑니다. 그러나 호랑이의 욕심은 끝이 없겠지요? (여기까지는 우리가 알고 있는 옛이야기와 같습니다.)

그러나 할머니는 가만히 당하고만 있지 않습니다. 호랑이가 못 쫓아오게 출렁다리를 끊어버립니다. 하지만 호랑이는 분신술로 수많은 호랑이를 만들어내어 할머니를 쫓아와서는 마지막 봇짐마저 내 놓으라고 합니다. (여러분은 봇짐 속에 무엇이 남아있는지 기억하십니까?) 과연 눈호랑이와 할머니는 어찌 되었을까요? 이쯤 되면 왜 제목이 [팥빙수의 전설]인지 짐작이 가시겠지요? 더운 여름밤 한 사발 씩 만들어주시던 할머니표 팥빙수를 보고 이런 이야기를 떠올리다니 작가의 상상력이 부럽기만 하군요.

 

친구의 전설

이지은 작가의 두 번째 작품 [친구의 전설] (2021년 출간)에도 할머니가 성격 고약한 호랑이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호랑이는 여전히 맛있는 거 주면 안 잡아먹지하고 외치지만 숲속 동물들은 들은 체도 안합니다. 한마디로 호랑이는 왕따인거죠. 심지어 무서워하지도 않습니다. 오리 가족을 괴롭히기만 하고, (이러니 친구가 없는 거겠죠?) 심심해서 죽으려고 합니다. 어느 날 이런 호랑이 꼬리에 노란 꽃이 달라붙었습니다. 아무리 떼어 내려고 해도 소용이 없습니다. 운명인거죠.

꼬리꽃은 자기보다 훨씬 크고 힘이 센 호랑이를 누렁이라고 부르며 아주 당당합니다. 오히려 게으른 호랑이를 일으켜 세워 이런 저런 숲속 사건들을 해결합니다. 오히려 시키지도 않았는데, 다른 동물들을 위해서 시냇물에 다리를 놓다가 재채기까지 합니다. 이때 어디선가 고소한 냄새가 나고, 다른 동물들이 준비한 잔치에 호랑이도 끼어들어 음식을 나누어 먹습니다. (맛있는 거 주면 안 잡아먹지~)

시간이 흘러 꼬리꽃은 꽃잎이 하나둘 떨어지고, 하얀 꽃씨를 뒤집어쓴 호랑이는 하얀 호랑이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밤새 놀던 호랑이와 꼬리꽃은 그만 그물에 걸리고 맙니다. 그 순간에도 꼬리꽃은 재미있는 놀이를 하자며 호랑이를 위로합니다. 하얗게 변한 꼬리꽃의 꽃씨들이 하늘로 하늘로 퍼져갑니다. 그물에 걸린 호랑이와 꼬리꽃은 과연 어떻게 되었을까요? 눈치 빠른 독자들은 이미 제목에서 눈치 채셨겠죠?

 

그 뒤로 따뜻한 날에 꽃 눈이 내리면 눈 호랑이가 나타난다고 합니다. 눈호랑이? 잠시만요. 아까 앞 이야기 [팥빙수의 전설]에서 나왔었지요? 그러니까 이 이야기는 [팥빙수의 전설]과 연결되어 있네요. 친구의 전설에 나왔던 호랑이가 팥빙수의 전설이 되었군요. [친구의 전설]이 뒤에 세상에 나왔지만 이야기는 [친구의 전설]이 먼저인 거네요.

 

우리가 알던 오누이 이야기에서는 호랑이 모습이 공포의 대상으로 나옵니다. 당시에는 실제로 호랑이가 사람을 해치기도 했구요. 깊은 산속에 가야 만날 수 있는 현실 공포 속의 호랑이였겠지요. 하지만 요즘 어린이들에게 호랑이는 내가 맘만 먹으면 동물원에 가서 안전하게 볼 수 있는 친근한 대상입니다. 그래서 작가는 호랑이를 몸집이 크지만 마음이 착한 친구로 그린 것은 아닐런지요?

한편 꼬리꽃은 스스로 움직이지도 못하고 몸집도 작고 힘은 없지만, 자신의 할 말을 다하고, 남을 도울 줄 아는 용감한 친구로 등장합니다. 실제로는 무섭기만 한 호랑이를 작가는 친구가 될 수 있는 친근한 모습으로 그려내었습니다.

 

*그밖에 이지은 작가의 작품들

[종이 아빠] (2014년 출간)

  • 종이로 변해 버린 아빠. 아빠와 놀고 싶은 아이의 소망, 서툴지만 아이와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아빠의 모습을 그렸다.

 

 

 

 

 

 

 

[할머니 엄마] (2016년 출간)

  • 키워준 할머니와의 소소한 일상을 글로 풀어내고, 아이의 그림일기처럼 유쾌하고 자유롭다.

 

 

 

 

 

[이파라파냐무냐무] (2020년 출간)

- 마시멜로가 사는 마을에 천둥 같은 소리가 들려온다. 이파라파냐무냐무... 소리를 다라가 보니 시커먼 털북숭이가 도사리고 있다. 대체 저 소리는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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