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필순(팔덕·76) “65세까정은 각시제, 각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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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필순(팔덕·76) “65세까정은 각시제, 각시”
  • 최육상 기자
  • 승인 2022.01.12 08: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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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쇠 솥 살까 말까 고민하던 양필순(팔덕·76) 씨

 

아저씨(남편)가 안 그라요. ‘나이 먹었으니께, 몇 년을 써 묵을라고 솥을 사느냐.”

순창읍 장터 군내버스터미널에서 만난 양필순(팔덕·76) 씨는 무쇠 솥을 살까 말까 한참이나 망설이며 내게 하소연을 하듯이 속삭였다. 양 씨는 내가 45년생인 게 참, 시방 (칠십)일곱인가 여섯인가 모르겠네라며 말을 이었다.

젊으면 아저씨한테 물어볼 것도 없이 내가 솥을 사갖고 가불면 되는데, 전화로 물어봤더니 우리가 몇 년을 더 농사를 지으려고 그걸 살라고 하느냐고 해서 안 사고 그냥 온 거여.”

옆에 있던 한 주민이 저도 4년 있으면 환갑인데, 하하하웃자, 양 씨는 타박하듯 각시잖아, 각시라고 웃었다. 내가 각시로 인정하는 나이는 몇 살까지예요?”라고 묻자, 양 씨는 정말이지 해맑게 웃으며 답을 했다.

한 육십, 오살? 65살까지는 각시제. 칠십부터는 쬐께~ 진짜여. 내가 오십오살 먹었을 때는 한참 얘들 갈치느라고 뛴 것 생각하면은 그 때는 몸(건강)도 좀 있었고 했응게. 근디 이제 3년 만 있으면 팔십잉게 옛날 같으면 상할매여~.”

양 씨는 나는 금과가 태자리여. 금과에서 태어나 스무 살에 결혼해서 팔덕에서 살제라며 일곱 살 많은 남편과 내가 딸딸, 아들, 딸딸, 아들 6남매를 뒀는디 시방 큰애가 오십이 넘었을 것이여라고 말했다. 6남매는 모두 서울에서 살고 있단다.

10년 서울에서 얘들 봐준 거 빼고는 순창에만 있었제. (6남매 대학교 다닐 때) 밥 해주고 먹여주고 해야 되니까 아이고, 우리 평생을 자식들만을 위해 살았잖아요. 아저씨는 순창분인데 평생 농사만 지었제.”

양 씨는 자녀들과 함께 살기를 바라는 듯 속삭였다.

우리 아들이 며느리 보고 시골 가 살자고 하니까, 며느리가 나는 못 간다그랬데. 근데 우리 아들도 (농사)일을 안 해봐서 (순창)와서 못 살 것 같아. 8살부터 학교 다니기 시작해 갖고 군대 갔다 와서 그냥 취직해서 공무원 됐는데, 매일 컴퓨터만 했응게 (농사)일을 못 하지. 벌어먹을 게 있으면 자식들도 내려와라 이러면 되는데 그게 없으니까. 지금은 애들한테 신경을 많이 쓰잖아요. 그러니까 애들 때문에 며느리가 직장이 인천인디 서울로 이사 갔잖아. 아이들 교육시키려고. 벌어서 아이들 뒷바라지만 하는 거야, 학원 보내고, 뭐하고. 우리가 자식들 키우느라 평생 그런 것처럼, 지들도 또 아들딸들 키우느라고 또 고생하고 우리랑 똑같아.”

내가 코로나 때문에 자주 못 보는 거 아니에요?”라고 묻자, 양 씨는 단호하게 답을 했다.

지금도 한꺼번에 다 모이면 좋고 한데, 저기 식당 하나 잡아서 가족들 다 모여서 밥 먹고 그랬는데, 지금 작년부터 못 하잖아. 못 먹이잖아. 조심스러워서 (식당에) 안 가는 거예요. 우리가 안 가, 가면 안 돼.”

순창에서 평생 살면서 좋은 점을 물었다.

살기는 좋아. 워낙에 젊은 사람들이 벌어먹을 것이 좀 없어서 그러제. 괜찮잖아요? 공기 좋고.”

오전 1125, 팔덕 버스는 몇 시 차인지, 혹시 놓치신 건 아닌지 물었다.

“1250분 전에 한 차밖에 없어. 반차. 12시 반차. 인자 한 시간 남았네.”

시간을 확인한 양 씨는 다시 시장으로 발길을 돌리며 말했다.

무쇠 솥이 30만원인데, 그 절반을 주고 대신 하얀 걸 사야 하나. 꺼먼 거는 시방 잘 안 나와. 지금 천안 어디서, 내가 티비 보니까 천안 어디서 만드는 것 같아. 인터넷으로 애들이 사면 조금 싸게 살 거야. 한 번 애들한테 물어볼까 어쩔까 하고. 만드는 데도 별로 없고.”

양 씨의 뒷모습 뒤로 무쇠 솥을 살까, 말까하는 고민이 그림자처럼 따라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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