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최기환-모두를 이롭게 하는 소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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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최기환-모두를 이롭게 하는 소처럼
  • 최기환
  • 승인 2022.01.19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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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기환 전)순정축협 조합장

2022년 임인년을 맞아 63년간의 제 삶을 생각해봅니다. 구림면에서 태어나고 성장해 1983년 순창 축협에 입사했습니다. 그때는 우리나라가 한참 개발되던 시기라 소득도 그리 높지 않아 국민들 식생활에 고기 수요가 많지 않던 때였습니다. 농가들도 집안에서 소, 돼지 한두 마리 키우곤 했습니다.

저는 근무하면서 일도 사회생활도 배웠습니다. 내 입장, 주장을 말하기보다 상대방의 말을 우선 들으면서 공부했습니다. 그리고 축산이 앞서가는 곳은 전국 어디라도 찾아가 배워 우리 군에 접목시켰습니다.

그때부터 기록을 습관화하며 중요하게 생각했습니다. 직원이나 조합원, 군민 누구와도 대화해도 반드시 메모를 합니다. 수첩을 보며 꼼꼼히 추진하고 과정과 결과를 당사자에게 반드시 알려줍니다. 기록은 부족한 저를 정확한 사람으로 만들어 주고 일을 할 때 중심을 잡게 하고 대인 관계에선 신뢰를 줍니다.

성실하게 근무해서 상무까지 순탄하게 승진했습니다. 2001년 순창축협장 선거에 도전했습니다. 주위에선 걱정과 만류가 있었지만 저는 물러서지 않았습니다. 제 성격은 결정하기 전까지는 신중하지만 결정되면 흔들리지 않습니다. 축협장에 도전한 이유는 축협을 제대로 경영해 보고 싶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앞으로 경제가 발전하며 국민소득이 높아지면 육류에 대한 소비가 늘어날 것으로 내다 봤습니다. 농가의 부업 정도로 키워서는 공급에 한계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조합장 일을 하면서 축산의 규모화, 품질개량, 유통개선 등을 이뤘고, 이익도 많이 창출해 조합원들에 배당했습니다.

2005년 정부에서 농축협 합병 시책을 추진했습니다. 순창축협은 남원시축협으로 합병될 분위기였습니다. 합병이 되면 순창축협은 남원축협의 지점이 됩니다, 지점이 되어도 제 개인으로는 손해 볼 일은 없었습니다. 저는 지점장이 되어도 보수 차이도 없고 오히려 책임은 적어지기 때문에 홀가분하게 직장생활을 할 수 있었습니다.

단 하나 걱정은 남원축협의 지시를 받는 사업만 하지 자체 사업은 못 하는 것입니다. 그러면 순창 축산 농가들은 정체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순창축협의 규모를 키우기 위해 과감히 도전했습니다. 그때 당시 순창축협보다 규모는 크지만 운영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인접 정읍시축협을 저희에게로 합병을 추진했습니다.

이 큰일을 치르면서 진심은 통한다는 교훈을 얻었습니다. 규모가 큰 정읍이 순창에 합병되는 것에 대해 자존심을 상해하던 정읍 조합원들을 만나 제가 진심으로 설득하고 희망을 제시하니 찬성해주셨습니다. 조합은 순정(淳井)축협으로 이름을 바꾸고 착실하게 성장하였습니다. 주위에서 덩치 작은 들개가 훨씬 큰 호랑이를 잡은 격이라고 칭찬을 해주시기도 했습니다. 2019년 순정축협장에서 스스로 물러났습니다. 매사가 지나치면 욕을 먹게 됩니다.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지만 실천은 어렵습니다. 저는 제 결정을 지금도 잘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소를 좋아합니다, 집사람이 고생하면서 키우고 있습니다. 소는 가진 것을 모두 사람에게 주는 이로운 동물입니다. 고기, 가죽, , 뼈를 주는 것은 물론 힘든 일도 합니다. 그러고도 그 착한 눈망울을 보십시오. 소는 절대 조급해하지 않습니다. 우생마사(牛生馬死)란 말이 있습니다. 홍수가 져서 떠내려가다 기회를 찾아 살아납니다. 2년 전 섬진강 홍수 때도 그 장면을 TV에서 똑똑히 봤습니다.

소는 저에게 많은 가르침을 줍니다. 저도 소처럼 순리에 따라 뚜벅뚜벅 가면서 모두에게 이로운 삶을 살겠다는 다짐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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