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대학생활, 처음을 앞둔 모두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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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대학생활, 처음을 앞둔 모두에게
  • 한진
  • 승인 2022.01.19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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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 학생 기자(고려대 건축학과 20학번)

뭐든 처음이 어렵다. 처음 본 사람들과 친해지고, 낯선 환경에 적응하고, 평소에 해보지 않았던 것에 익숙해지려면 시간이 걸리는 법이니 말이다. 하지만 그 처음마저 없다면 어떨까?

처음 겪는 장기간의 코로나19에 많은 이들이 각자의 어려움을 겪었지만, 유난히 어려움을 겪었던 이들이 있다. 바로 입학을 앞두고 있던 사람들이다. 초등학교 입학생이 될 수 있고, 중고등학교 혹은 나와 같이 대학 입학을 앞두고 있던 이들일 수 있다. 처음을 앞두고 있던 우리는 무언가의 시작으로 인한 설렘을 겪기에 앞서 걱정과 불안을 겪어야 했다.

지금 돌이켜 신입생 때를 생각해보면, 화면으로 교수님과 동기들의 얼굴을 처음 보고 또래임에도 서로에게 아직 말을 놓지 못하는 나와 동기들을 보며 첫 단추부터 제대로 끼우지 못한 것 같은 생각에 불안함을 느꼈던 것 같다. 언제쯤 동기들과 친해질 수 있을지 혹은 친해지는 것이 애초에 가능할지 등 당시에는 대학에서의 적응보다 동기들과의 관계에 대해 더 많은 걱정을 했는데 2학년이 되고 나서 돌이켜 생각해보면 다 부질없는 생각이었던 것 같다. 그렇게 조급해하지 않아도 나중에 시간이 지나면 서서히 친해질 자리가 마련되고, 나와 마음이 맞는 동기와 어떻게든 친해지게 되는데 말이다.

하지만 다시 돌아가도 난 여전히 불안해하고, 걱정했을 것이다. 이에 관련된 한 가지 에피소드가 있다. 당시 신입생이라면 무조건 들어야 했던 필수 교양 수업에서 교수님이 무작위적으로 나눈 줌(Woom) 회의실에서 나와 이야기가 잘 통하는 또래 신입생을 만나 반갑게 이야기를 나누었던 기억이 있다. 연락처 교환 겸 서로의 과를 물어보니 나와 같은 건축학과여서 굉장히 놀랐었다. 우리 학교에 존재하는 수많은 과 중에서 같은 학과 동기를 다른 교양 수업에서 만나 친해지니 반가우면서도 씁쓸하고 묘한 감정이 들었던 것 같다. 이 일을 겪으며 결국 친해지게 될 인연은 어디서든 만나게 된다는 생각에 관계에 대한 미련을 크게 두지 않았던 것 같다.

여전히 대학교 커뮤니티를 보면 코로나 시국에 입학생이 되어 대학 동기들을 사귀지 못할까봐 과거의 나처럼 전전긍긍하던 신입생들이 보인다. 2년 먼저 겪어본 입장에서 충분히 공감 가는 내용이지만,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소중한 순간을 걱정과 불안으로만 보내기에는 시간이 너무 아깝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도 학생 신분에서 성인으로 넘어가는 푸릇하고 어여쁜 스무 살은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꽃 같은 순간이다. 한 번뿐인 그 순간을 걱정으로만 보내기엔 아깝지 않은가. 대학의 신입생뿐만 아니라 처음을 앞둔 모두에게도 해당되는 말이다.

오늘은 내 인생의 가장 젊은 날이다라는 말처럼 스무 살이든 일흔 살이든 우리는 계속해서 늙어가고 있고, 지금 이 순간은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다. 코로나19로 인해 자신이 생각하던 방향으로 나아가지 않더라도, 혹은 첫 시작이 불안하더라도 돌이켜 생각해보면 잊히지 않은 기억으로 남을지도 모른다.

나의 스무 살과 스물한 살은 모두 코로나와 함께였지만, 서울이 아닌 본가에 머물며 가족과 소중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중학교 3학년 때부터 고등학교 3학년 때까지 가족과 함께 보내기도 모자란 4년을 옥천인재숙에서 지냈던 나에게 가족과 함께 보냈던 1년은 오랜 기간 내 머릿속에 남을 만큼 애틋하고 행복했다. 이 또한 시간이 지나 생각해보면 코로나 시국이었기에 이를 핑계 삼아 가족과 함께 보낼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2022년 새해가 밝으며 모두가 새로운 처음을 앞두고 있을 텐데, 코로나라는 변수에 발목 잡히지 않고 오히려 이를 핑계 삼아 그동안 미뤄왔던 가족과의 시간을, 혹은 자신이 해보고 싶었던 것을 도전해보는 것은 어떨까. 위기는 기회라는 말처럼 어쩌면 코로나는 행복한 기억을 심어줄 인생의 전환점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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