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인년 새해, 건강한 가족의 힘 솟구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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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인년 새해, 건강한 가족의 힘 솟구치길!
  • 이혜선
  • 승인 2022.01.26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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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선 사무국장 (건강가정·다문화가족지원센터)

올해 설 명절에도 코로나19의 그림자가 너무 짙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상식으로 자리 잡은 지도 햇수로 벌써 3년째, 한때 낯설기만 했던 고향방문을 자제해 달라는 캠페인이 이젠 익숙해질 정도라니 한숨이 절로 난다.

내 기억에, 설날의 아침 풍경에는 오랜 만에 자식들과 손주들에 둘러싸여 싱글벙글 웃음을 지으셨던 부모님의 얼굴이 제일 먼저 떠오른다. 세배 올리면 올해도 건강 챙기면서 하는 일 다 잘돼라’, ‘엄마·아빠, 할아버지·할머니 건강하세요오가는 덕담들은 늘 이랬다. 이제는 고인이 되신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 때문인지 아니면 코로나 탓인지 오래된 사진첩 흑백사진 속, 머나먼 옛이야기인 듯 흐릿하기만 하다.

개인적인 소회가 어쨌든 상황이 급변함에 따라 세상도 명절 분위기도 큰 변화가 생겼다는 것은 거부할 수 없는 흐름인 듯하다.

한국건강가정진흥원에서 2021포스트코리아 가족문화 변화 가능성이라는 주제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결과적으로 국민 대다수는 명절을 통해 가족 간의 정을 나누고 싶지만 그렇지 못해 아쉬움을 나타냈으며 달라진 명절분위기를 체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상당수의 응답자가 여러 가지 이유로 명절 때 스트레스를 호소하고 있고 차라리 가족보다는 친구나 지인, 온 가족보다는 따로 같이 사는 가족끼리 지내는 것을 선호한다고 답했다. 가족의 정과 따스함이 그립고 명절이 되면 함께 모여 그 온기를 느끼고 싶지만, 애석하게도 실제로는 실망감 때문에 모임을 포기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설상가상으로 흔히 사회의 근간이라 일컬어지고 개개인의 마음속 마지막 비빌 언덕이 될 만큼 중요한 가치를 내포하고 있는 가족이라는 개념이, 코로나19로 인해 명절에조차 모이기 힘들어진 상황 속에서 더욱 크게 흔들리고 있다. 돌이킬 수 없는 특수한 경우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회복 가능한 상황이라 믿는다.

센터에서 다양한 가족들을 만나면서 가족 사이의 여러 갈등을 보며 느낀 점들이 있다. 상대방에 대해 지나치게 많이 안다는 착각이 그 하나다. 익숙함을 잘 아는 것으로 오인하고 있고 때문에 알려고 들지 않으면서 그냥 평상시처럼 있어주길 바란다. 안다는 착각은 무관심으로 이어지고 악순환이 거듭되면서 오해와 갈등이 쌓이고 그 시간만큼 서로가 멀어져 있다. 모르면 알려하고 비로소 관심과 대화가 시작된다. 지금 관계를 회복하고 싶다면, 더 화목한 가족이 되고 싶다면 당장 모른다에서부터 시작해보길 권하고 싶다.

습관적으로 상대방을 참견하며 바꾸려 드는 경우도 그렇다. 뭐가 그리 못마땅한지 자꾸 지적하는 바람에 숨 막히는 것 같아 같이 생활하기 힘들다고 하소연하는 사람들도 많다. 들어보면 주변이나 가정에 큰 물의를 일으킬 정도의 잘못된 언행이 아닌데도 그렇다. 이런 경우, 앞에 있는 사람이 나와 다른 사람이라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고 누구라도 말해줘야 한다. 더 바람직한 것은 사사건건 상대방을 바꾸려 하지 말고, 상대방이 바뀌길 기대하는 자신의 마음부터 바꾸라고 누군가가 일깨워주는 것이 좋다. 적당한 무관심, 심리적 거리두기를 실천하다보면 가족들이 편해진다. 여러 가족 사례의 경험상, 분명 효과가 있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더, 가족의 정서가 전염된다는 사실이다. 심리학적 정설이다. 살다보면 집안의 분위기가 밝을 때도 있고 어두울 때도 있는 법이다. 일반적으로 집집마다 조금씩 분위기가 다를 수밖에 없지만, 언급하고자 하는 경우는 우울감이나 불안감, 폭력성 등이 지나치게 높은 사례들이다. 이런 감정 상태는 암묵적으로 영향을 끼쳐 가족의 정서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높다. 이런 환경에 지속적으로 노출된 어린 자녀들은 자신도 모르게 전이돼 나중에 힘겨워질 수도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설령 성장한 후 이성적으로는 뭔가 문제가 있다고 알아차렸다고 해도, 정서적으로는 말처럼 극복하기 쉽지 않기 때문에 힘들어 한다. 우리 집에 당장 큰 문제가 없어 보이더라도 편한 마음으로 가족 상담을 권하고 싶다. 정서라는 것이 눈으로 보이는 것도 아니고 민감성이 떨어져 둔감한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당연하다. 어떻게 객관적일 수가 있겠는가. 다행히도 센터에는 매우 유능한 가족상담사가 기다리고 있다. 꼭 서비스를 이용해보시길 다시 한 번 권한다. 부부싸움이나 아이들을 훈육할 때, 폭력성 등을 드러냈거나 통념상 허용범위를 벗어난 경험이 있었다면, 혹은 평소 집안 분위기가 답답하고 안정감이 떨어졌다 느끼고 있다면 자녀들을 위해서라도 경각심을 갖길 당부 드린다.

미우나 고우나 역시, 가족은 가족이다. 만약 끝까지 지켜내야 할 가치 있는 무엇인가를 선택하라면 결국, 가족이라 믿는다.

임인년 새해, 건강한 가족의 기운이 크게 솟구치길 기원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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