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탐구(14)설날 어머니와 함께 만든 “평양식 만둣국”
상태바
맛탐구(14)설날 어머니와 함께 만든 “평양식 만둣국”
  • 정명조 객원기자
  • 승인 2022.02.09 08:4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공학박사의 맛탐구(14) 설날 어머니와 함께 만든 “평양식 만둣국”
정명조 객원기자(공학박사)
어머니가 해준 만둣국

 

다른 지역 만두보다 큰 평양만두

떡국과 만둣국은 우리민족이 설날에 먹는 전통 음식이다. 우리 조상들은 예부터 설이 되면 만두가 중국에서 전래되고 밀이 북쪽에서 많이 생산되기 때문인지 평안도를 기준으로 북쪽지방에서는 밀가루로 만든 만두를 양지머리를 삶은 장국과 같이 끓인 만둣국을 먹었으며, 평안도 이남에서는 쌀이 많이 생산돼 떡국을 끓여 먹었다.[출처: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아버지 고향인 평양식 만둣국

필자의 부친 고향은 평양이다. 일가가 모두 평양에 살고 있었는데 6·25전쟁이 발발하기 직전, 할아버지가 모든 가족을 데리고 남쪽으로 피난을 왔다고 한다.

1967년에 아버지와 혼인을 한 어머니는 이런 사정 때문에 평양식 만둣국과 평양식 냉면 요리를 할머니에게 배우셨다. 이번 설날, 어머니와 함께 만두를 빚으면서 나눈 평양 가정식 만둣국에 관한 얘기를 하고자 한다. 평양식 만두에 대한 정확한 정의를 알아보기 위해 자료조사를 하였으나, 조사한 바 누구도 정확히 정의를 내릴 수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를 참고하기 바란다.

만두피 만들기

 

할머니는 밀가루와 물만으로 반죽

할머니는 밀가루와 물만으로 반죽을 하셨다고 한다. 밀가루만 쓰면 식감이 부드럽지만, 만두피가 조금만 얇아도 끓이는 도중 쉽게 터진다. 그래서 어머니는 감자전분을 같이 넣고 반죽을 하신다. 이렇게 반죽을 만들면 잘 늘어나서 만두피가 얇아도 터지지 않으며 식감은 탱글탱글해진다. 대신 부드러움은 줄어드니 기호에 따라 감자전분 비율을 선택하면 된다.

당연히 반죽은 잘 치대야 하며 반죽이 완성되면 일정시간 따뜻한 아랫목에서 숙성을 시킨다. 우리는 하루 동안 숙성했다. 숙성된 반죽을 일정크기로 떼어내어 밀대나 빈 소주병으로 얇게 밀어 대충 원 모양을 만든다. 참고로 반죽을 펼 때 반죽에 밀가루를 묻혀줘야 밀대에 반죽이 달라붙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평양만두 크기와 만두소의 특성

대체로 평양만두의 일반적인 특성은 크기와 만두소에 있다. 다른 만두보다 크기가 크며 만두소에 다양한 재료가 들어간다. 지름이 7~8cm정도 되는 원 모양의 만두피에 만두소를 가득 넣고 빚으면 어른 주먹만 한 크기가 된다. 우리 집 만두소에는 분쇄한 돼지고기(앞다리), 익은 김치, 두부, 시금치, 대파, 양파, 당면, 대파 등을 사용했다.

정육점에서 갈아온 돼지고기 앞다리는 소금, 후추로 간을 하며 익을 때까지 볶는다. 김치는 취향에 따라 씻어서 얇게 종종 썬다. 우리는 귀찮음을 줄이고자 김치를 믹서에 갈았더니 김치가 죽처럼 나왔다.

잔꾀 부렸더니 이건 아니다 싶었다.’ 결국 부엌칼로 종종 썰 수밖에 없었다. 결국 모든 재료를 종종~종종~썰었다. 두부는 잘 으깨서 면포로 물기를 최대한 제거한다. 만두소를 준비하는 데 가장 중요한 점은 모든 재료들의 물기를 최대한 제거하는 것이다. 되도록 면포로 꽉 짜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다. 그렇지 않으면 만두소에서 물이 나와서 빚어놓은 만두가 축축해져 터지거나 끓이는 도중 잘 터진다. 그리고 참기름, 소금으로 간을 하고 만두소를 열심히 비벼주면 완성이다.

 

만두소 재료들

 

어머니는 할머니에게 배운 평양식 만둣국에 대해 이렇게 말씀하셨다.

할머니 말을 들어보니까 북한에서 해 드실 때는 육고기 구하기 힘들면 꿩고기도 넣고, 그나마도 없으면 다른 채소와 두부, 숙주만 넣고 해먹기도 했데. 그리고 10월만 되도 추우니까 잘사는 집은 10월만 되면 소를 한두 마리씩 잡아서 소금을 뿌려갖고 장독에다 쟁여. 그 시절은 냉장고가 없잖아. 그놈을 꺼내서 만두도 해먹고 국도 끓여 먹고. 이게 평양식이 맞는지는 몰라도 평양에서 오신 할머니는 이렇게 빚어서 드셨지.”

 

어머니가 해 주신 나의 최애 음식

만두소를 만두피에 올려서 빚는 작업은 어렵지 않으나 약간의 요령과 숙련도가 필요하다. 몇 십 년 경력의 어머니는 순식간에 만두를 빚으셨다. 식사시간을 훌쩍 넘긴 우리는 허기짐에 계란 지단, 김 가루 등 예쁜 고명을 준비할 생각도 못하고 소고기 장국에 풍덩~넣고 끓였다.

중학교 때인가? 크기가 큰 평양식만두 먹기 최고 기록은 9개였다. 만두소가 떨어질 때까지 대략 1주일 동안 하루에 한 끼는 만둣국을 먹었던 기억이 있다. 평소 식사량이 많지 않은 필자는 이날 9개의 만두를 먹었다. 어머니가 해주신 음식들은 다 맛있지만, 그중에 만둣국과 냉면은 아들에게 최애(最愛) 음식이다.

만두 빚기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
  • 금과초등학교 100주년 기념식 4월 21일 개최
  • [순창 농부]농사짓고 요리하는 이경아 농부
  • 우영자-피터 오-풍산초 학생들 이색 미술 수업
  • “이러다 실내수영장 예약 운영 될라”
  • [열린순창 보도 후]'6시 내고향', '아침마당' 출연
  • 재경순창군향우회 총무단 정기총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