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즐겁지만은 않은 디지털 신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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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즐겁지만은 않은 디지털 신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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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2.02.16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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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김태권 만화가 2022.02.10 03:00

 

메타버스는 실패할 수 없다. 사람들 말마따나 메타버스가 무엇인지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다. 메타버스라는 이름을 걸고 어떤 변화가 일어나건 누군가는 성공이라고, 누군가는 실패라고 주장할 터이다(포퍼가 말한 반증 가능성이 없다). 메타버스는 성공할 수 없다는 말도, 똑같은 논리로 말이 된다.

페이스북이 회사 이름을 메타로 바꾸자 메타버스 세상이 열린다고들 했다. 메타의 주가가 최근 폭락하자 메타버스 세상이 안 온다고들 한다. 애플 글라스가 출시되면 또 무슨 말이 나올까? 메타버스가 무엇인지 합의된 개념이 없는 까닭에 세상은 앞으로도 일희일비할 것이다.

메타버스가 기존의 커뮤니티와 무엇이 다르냐?” 자주 듣는 질문이다. 아바타 채팅은 메타버스일까? 그렇다면 지금의 화상회의는? 문자와 스티커를 사용하는 옛날식 채팅은? 메타버스 세상은 이미 실현되었고, 또한 앞으로도 실현되지 않으리라.

기존의 커뮤니티와 기존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그리고 메타버스를 표방하는 새로운 서비스. 둘은 정말 차이가 없을까? 곰곰 생각하면 다른 점이 있다. 요즘의 서비스는 대체불가토큰(NFT)과 결합하는 추세다. 내 아바타에 가져다 붙일 가상의 액세서리를 NFT로 구입할 수 있다. “글쎄? 옛날 커뮤니티도 액세서리를 팔았는데. 옛날에 싸이월드 할 때 도토리로 이것저것 구입했는데.”

비슷해 보인다. 그런데 다르다. ‘가상의 아이템에 내가 돈을 썼다, 이 사실을 어떻게 입증할까. 옛날에는 커뮤니티의 서버에 기록했다. 지금은 블록체인에 기록한다. 특정 커뮤니티와 상관이 없다. 플랫폼과 협의만 된다면, NFT로 산 아이템을 이 커뮤니티에도 저 커뮤니티에도 들고 다닐 수 있다. 커뮤니티에 싫증이 나도, 커뮤니티가 서비스를 접어도 NFT로 산 아이템을 나는 잃지 않는다.

내돈내산아이템을 날리지 않는다니 다행이다. 그럼 어떻게 될까? 안심하고 돈을 쓸 수 있다. 가상 아이템에 수천수백만원을 쓴대도 더는 기인 취급을 받지 않을 것이다. 시장은 이미 열렸다. 명품 브랜드가 수백만원짜리 NFT를 팔고 있다.

얼마 전 나는 메타버스 시대의 전시라는 주제로 강연을 했다. “메타버스 시대의 전시는 기존의 온라인 전시와 어떻게 다른가?” 언뜻 보면 지금까지의 온라인 전시와 별로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NFT와 결합하면 상황이 변한다. 온라인이건 오프라인이건 전시에 가면 작품을 봤다. 앞으로는 작품뿐 아니라 그 작품을 산 사람도, 그 작품을 산 사람이 산 다른 작품도 볼 수 있다. 작가뿐 아니라 컬렉터도 전시의 주인공이 된다.

무엇이 메타버스인지, 무엇이 성공인지 실패인지 굳이 따지지 않아도 변화는 시작됐다. 아트워크의 거래 내역이 NFT로 기록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창작자로서 나는 이런 변화가 반가운가? 그림을 그리건 음악을 하건 창작자는 돈을 더 벌 수 있다. 값비싼 디지털 굿즈를 만들어 부유한 컬렉터에게 팔 수 있다. 그런데 이 일은 얼마나 즐거울까? 나는 왜 작가가 되고 싶었더라? 기억이 가물가물한 것은 기억력 감퇴 때문만이 아니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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