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바닥 교육(11) 정년퇴직 앞둔 순창고 박 선생님!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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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바닥 교육(11) 정년퇴직 앞둔 순창고 박 선생님! 고맙습니다
  • 최순삼 교장
  • 승인 2022.02.16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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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삼 교장(순창여중)

순창고등학교 박 선생님이 36년을 근무하고 2월 말로 정년퇴직을 한다. 필자가 1980년대 말과 1990년대 초, 쌍치중학교와 순창중학교에 근무하면서 교육민주화 운동에 나설 때부터 알게 모르게 도움을 주신 분이다.

민족·민주·인간화 교육을 실천한다고 징계를 받던 시절 교사의 양심으로 당당하게 함께 했다. 위계질서가 강하고 학교문화가 보수적인 사립학교에서 옳고 그름을 분명히 하고, 항상 교육자로서 따뜻하게 순창 아이들의 일상과 장래를 보듬어 주는 선생님이다.

1월 중순 평소 고마움과 존경의 마음을 담아 작은 참치집에서 약주를 나누었다. 박 선생님은 교사로서 열정과 헌신을 기본으로 당당하게 살아왔다. 술잔을 앞에 놓고 선생님의 열정과 헌신, 당당함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눈물도 나고 고마움이 앞섰다.

박 선생님은 순창고등학교에서 36년을 근무하면서 25년간 학생부장을 했다. 전라북도 모든 학교에서 학생부장을 25년 한 교사는 당시에도 없었고, 지금도 없다. 학교 내 업무 중에서 가장 힘들고, 교사들이 누구나 피하고 싶은 업무가 학생부장이다. 학교폭력 업무를 비롯하여 각종 사건과 사고, 수많은 민원을 전면에서 해결해야 하는 학생부장의 고충은 너무 크다. 25년 학생부장을 하면서 9명의 학생이 사건·사고로 생을 마감했다.

익사 사고, 오토바이 사고 등으로 죽은 아이들에 대한 자괴감과 죄책감도 크지만 17년 전 학생 간 폭력으로 한 아이가 죽게 된 사건은 너무 고통스러웠다. 사고가 일어난 4월 말 토요일(당시 토요일 오전까지 수업) 아침부터 평소 힘들게 하는 아이들이 예사롭지 않아서 그룹별로 상담을 하고 개인별로 주의도 주었다. 그럼에도 사고가 발생했다.

교육부와 도교육청에서 문책을 위한 학교 방문 감사를 보름 이상 받았다. 거의 매일 잠을 못 잤다. 필자도 전라북도교육청에서 장학사와 장학관으로 근무하던 시절 6년 넘게 학교폭력 관련 업무를 했다. 수많은 학교폭력 사안과 민원을 처리하고, 학생 자살을 비롯하여 교통사고, 익사 사고 등 고통스럽고 허망한 일들을 겪으면서 불안감과 불면증에 시달리기도 했다.

감사가 끝난 후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교사와 관리자에게 감사내용을 확인한다. 박 선생님은 감사 담당자들에게 모든 책임은 자신에게 있으니, 어떤 징계도 다 받겠다고. 담임교사를 비롯하여 누구도 징계를 받지 않게 해 달라고 여러 차례 간청했다.

학생이 죽게 되는 등 큰 사고가 일어나면 관련자들은 책임 회피가 인지상정인데 박 선생님은 사건 발생과 처리 과정에서 큰 잘못이 없는데 모든 책임을 진다고 하니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아무튼 상부에 감사 결과와 선생님의 뜻을 꼭 전해겠다는 말을 남기고 감사는 종료됐다. 얼마 후 당시 교육감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15년 이상 학교에서 가장 어려운 생활지도를 하면서도 아이들에 대한 철저한 책임감과 동료 교사들을 보호하기 위한 선생님의 헌신과 사명감에 감동했다. 전라북도 교육 현장에 박 선생님 같은 분이 있음이 자랑스럽다. 꼭 한번 순창에 가서 만나고 싶다.”

문책은 경징계로 마무리되고, 학교도 빠르게 안정을 찾아갔다.

못 마시는 약주를 몇 잔 한 후 즐겁게 자랑도 한다. 25년간 학생부장 할 때 수십 차례 남원지청과 순창경찰서에 가서 아이들을 데리고 왔다. 동생이나 제자 같은 담당공무원에게 몇 번이고 머리를 숙이고 무릎을 굽힌다. 다독거리고 혼내면서 학교로 데리고 온 녀석들에게 전화가 자주 온다.

객지 나가 취직하고 결혼하고, 자식 낳아 길러보니 선생님이 너무 보고 싶다.

그때 선생님이 학교로 저를 데리고 오지 않았다면 사는 게 무척 힘들었을 것이라고.

이제 연세가 드셨으니 후배들 지도는 그만하시라고, 순창 가면 꼭 찾아뵙고 싶다.

그 세월이 그려져 눈물이 난다. 학생들과 동고동락(同苦同樂)이 아이들 사랑의 시작과 끝임을 정년퇴직을 앞둔 박 선생님에게 다시 배운다. 너무너무 고맙다. 그때나 지금이나 아이들은 어떤 교사가 좋은 선생님인지를 알고 있다. 희망이 보이지 않는 사고뭉치도 끝까지 손을 놓지 않은 선생님에 의해 아이들은 살맛나는 새로운 세상을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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