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농씨(3)나이를 먹으면 소화기도 늙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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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농씨(3)나이를 먹으면 소화기도 늙는다
  • 정승조 원장
  • 승인 2022.02.23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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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승조 원장(안산 신농씨한의원)

현재 운영하는 업장에서는 물론이거니와 시내버스를 타고 외곽으로 몇 분 거리 정도만 가도 버스정류장이나 읍내 길거리에 뽀글뽀글 파마한 머리로 다리가 항아리처럼 밖으로 휘어진 자세로 힘들게 걷는 할머니들을 볼 수 있다.

개원 초기도 충남 논산 인근 시골에서 진료했던 터라 노인 환자를 치료하는 경험을 많이 얻었다. 등이 뒤로 젖혀진 할머니, O자 다리로 계단 한 칸을 내려가는 것도 힘들어하는 할머니 등등. 개원 초기라 어떤 치료를 해드려야 할 지, 왜 저런 관절 변형이 누가 시키기라도 한 듯이 똑같은 모양으로 나타나는지. 임상에서 겪는 무력감 때문에 방황하고 이런저런 책을 공부하면서 눈에 띄는 글을 보았다.

무릎관절염에 위장병을 치료하는 약을 썼더니 잘 나았다. 왜 그런지 몰라도 무릎에 물이 차는 증상도 좋아졌다.’

이 치료 경험을 읽고 의문과 함께 이유 모를 신뢰감을 느꼈다.

한의학 이론 중에는 오장육부론이 있다. 인체를 구성하는 각 내장기관에는 각각 고유한 질병이 있다는 이론이다. 그 중 소화기에 해당하는 비장(脾臟)의 병을 설명하는 이론에 체중절통(體重節痛)이 있다. 몸이 무겁고 마디마디가 아프다는 뜻이다. 소화기 치료 처방을 통해 무릎 통증이 나았다는 말과 통하는 내용이 이미 오랜 옛날 의서에 기재되어 있는 것이다.

그 후 2~3년이 지나서야 그 뜻을 알게 되었으니, 소화기는 우리 몸의 면역 활동이 가장 활발하게 벌어지는 곳이자 영양분의 분해와 흡수가 일어나는 기관인데 몸에 안 맞는 음식이 소화기관에 들어오면 면역반응의 항진과 함께 노폐물이 많이 생긴다는 점이다. 결국 그 면역 반응과 노폐물은 우리 몸에서 가장 활발히 움직이는 관절로 모이고 통증을 유발한다는 것이다.

스스로 확신을 얻었다는 기분에 젖어 있다가 어느 시골에서 온 여든 살이 넘은 할머니가 무릎에 물이 차고 아파서 내원하셨기에 침구시술과 함께 소화기능을 개선하는 처방을 해드렸다. 그 후로 멀리서 노인들이 연이어 무릎 통증으로 내원하기에 주소를 보니 모두 그 할머니가 사시는 곳 근처에서 온 분들이었다. 어떤 이유로 내원하셨냐고 물어보니 동네 아무개 할머니가 여기 한의원을 다녀온 후로 지팡이를 안 짚고 온 동네를 가볍게 걸어 다니는 모습을 보고 신기해서 물어물어 왔다는 것이다.

소화기 처방을 통해 무릎 통증이 개선되는 것을 보고 손가락 관절은 어떨까 싶어서 아침에 손가락이 뻣뻣하고 아픈 증상이 있는 할머니들에게도 비슷하게 처방을 해보니 1~2주 후에는 뻣뻣하던 증상이 개선되고 통증이 많이 줄어들었다.

과연 옛날 어르신들이 책에다가 헛소리를 쓰신 게 아니라고 실감하면서 그 후로 관절에 악영향을 끼치는 음식들을 알아보았다. 그런 음식들 중 상당수가 의외로 몸에 좋은 성분이 많다고 알려진 것들이 많았다. 대표적인 음식이 등푸른 생선과 견과류인데 이 식품들은 몸에 좋은 성분도 많지만 알러지 유발 성분 함량이 높은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그 외에도 돼지고기, 새우, , 치즈, 소세지도 알러지 유발 성분이 많은 것으로 분류된다.

할머니들에게 앞에서 열거한 식품을 줄이도록 충고한 것만으로도 소화불량이나 붓는 증상과 관절 통증이 뚜렷하게 감소하였다. 그런데 그 다음 문제는 내 자신이었다. 쉰 살이 넘으니 오른쪽 무릎이 어느 날 아픈 것이었다. 할머니들한테 일어나던 일이 내 일이 된 것이다. 그래서 며칠 간 섭취한 음식 종류를 다시 생각해 보고 음식조절과 함께 약을 쓰니 통증이 가라앉는 것이다.

그 일로 많은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 깨달음 중 하나는 나이를 먹으면 소화기도 늙는다는 점이다. 그래서 다들 40대 중반이 넘으면 무릎과 손가락 관절이 아픈 이유가 많이 써서 그런 것이 아니라 소화기관의 노화에서 비롯한다는 단순한 사실을 뒤늦게 깨달은 셈이다.

시골 병원을 가면 흔히 퇴행성 관절염이나 손가락 관절통에 핫백 같은 온열치료를 한다. 혈액순환이 잘 되면 통증이 줄어들 것이라는 단순한 생각에 기반을 둔 순진한 치료행위이다. 일단 손가락이든 무릎이든 아프면 염증이라고 생각하고 병원이든 가정에서든 차갑게 해주어야 염증 악화를 더디게 할 수 있다. 그 다음은 염증을 유발하는 식단 점검과 함께 내과든 한의원이든 방문해서 위장에 관한 치료를 받는 것이 관절 통증을 줄이는 지름길이다.

한의학 자료에는 무심히 지나칠 수 있는 글 한 줄이 엄청난 임상적 의미를 내포하는 경우가 많다. 최근 중국에서 노벨의학상을 받은 여 중의사도 고문헌에 기록된 학질 치료재인 쑥을 연구하여 큰 성과를 거둔 것이다. 그러나 기록이 있더라도 현실에서 대중적으로 받아들이는 데에는 극복해야할 많은 견해가 있다. 일단 식단 문제도 그렇고 퇴행성 관절염이라는 진단에 대해 염증이라고 반박하는 것도 많은 반대에 부딪힐 수 있는 의견이다.

어버이 날이면 노부모를 모시고 찾아가는 꽃게 요리집이나 생선구이집 메뉴가 그 이튿날 염증을 악화시킬 거라고 그 누가 짐작하겠는가! 매일 밥상에 오르는 돼지김치찌개가 몸에 염증을 일으키고 있다고 누가 상상하겠는가! 나이 드신 어른들에게 치매 예방하라고 드린 견과류가 염증을 일으킨다면 누가 믿겠는가!

음식을 염증의 원인으로 거론한다면 극단적인 말일 수도 있다. 그런데 어느 정도 염증이 줄어 들고 소화 기능이 개선된다면 그 후로는 섭취해도 큰 영향이 없다고 보면 된다. 우리가 앓는 만성 질환의 치료법은 뜻밖에도 멀리에 있지 않다고 본다. 바꾸어 말하면 적은 바로 내 근처에 있다고 봐도 같은 의미일 것이다. 연골 주사니 인공관절이니 하는 어마어마한 치료법을 일단 제쳐두고 일상생활에서 실천할 수 있는 간단한 방법을 써 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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