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농사가 스승이다
상태바
[기고]농사가 스승이다
  • 강성일 전 읍장
  • 승인 2022.03.02 09:0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강성일 전 읍장(금과 전원)

집 주변 매화나무에 움이 뜨고 있다. 겨울에 잎을 다 떨구고 있어 휴면하는 줄 알았는데 나름 봄을 준비한 모양이다.

들녘에는 농부들이 보이고 나도 밭에 나가고 있다. 지난 겨울에 퇴비를 뿌리고 삽으로 뒤집어준 밭에 두 번째 퇴비를 넣고 한 번 더 뒤집으려 한다. 밭이 3백평 정도 되니 하루 한 시간씩 쉬엄쉬엄해도 열흘쯤 하면 될 것 같다.

그 다음엔 밭 배수로를 손보려 한다. 높낮이가 맞지 않아 물이 잘 빠지지 않는데 여름철엔 풀이 무성하게 자라서 손대지 못했다. 삽으로 평탄 작업을 해야 하는데 내가 하는 농사일 중에서 가장 힘이 든다.

금과로 이사온 지 4년째가 된다. 처음엔 무척 답답했다. 집에서 하는 일 없이 혼자만 있으니 이런 게 귀양살이 인가 싶었다. 하도 무료해서 대낮에 혼술도 몇 차례 해봤지만 해결책이 아니어서 그만뒀다. 그때쯤 우리집 뒷산에 다랭이 논 3백여평이 묶여 있었는데 하늘이 나를 가엾게 여겼는지 집사람이 사게 됐고 등기도 자기 앞으로 했다. 집 사람이 땅 주인, 나는 무임금 일꾼이 됐다.

그 논은 수십년 동안 손대지 않아 나무와 풀이 무성한 산이었다. 포클레인으로 5일간 작업을 해서 밭 형태는 간신히 만들었지만 농사 경험도 취미도 없어서 막막했다. 직장 다닐 때 간혹 일손 돕기에 나가면 서툴렀고 몸은 힘들었다. 돕는 게 아니라 폐를 끼치는 것 같아서 가급적 피했었다~~. 처음 하는 농사라 걱정이 앞서 수시로 밭에 나가 시간을 보냈다. 돌을 줍는 등 눈에 띄는 일을 우선했다. 그렇게 1년쯤 하다 보니 밭과 가까워졌고 해야 할일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농사 방법을 정했다. 농약과 화학 비료는 하지 않고 퇴비만 매년 꾸준히 한다. 그리고 모든 일은 내 손으로 하루 한 시간 정도 쉽게 한다. 이러면 소출은 적겠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었다.

자연 속에서 일을 하면서 생명들과 교감하는 즐거움도 크지만 황당한 일도 겪었다. 지금껏 살면서 벌떼 공격이라는 말은 들어 봤지만 개미떼 공격은 처음 받아봤다. 밭에서 잔재물을 주어 내는데 나무뿌리 토막이 있기에 치웠더니 그 아래가 개미집이었다. 개미들이 많았고 크기도 상당했다. 흰 개미알도 있었다. 그 애들이 나를 침입자로 알고 달려 들기에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손으로 치워내며 일을 했는데 나를 시원찮게 봤는지~ 전 군에 공격 명령을 내렸는지~한눈 판 사이에 수십 마리 개미들이 내 몸으로 올라왔다. 어쩔 수가 없어 그 자리를 피해서 옷과 몸에 붙어 있는 개미들을 털어냈다.

헛웃음이 났다. 산에서 우는 까마귀도 나를 놀리는 것 같았다. 또 일하다 보면 벌레 곤충들 움직이는 모습도 구경거리다. 힘없고 약한 곤충들은 위기라 느끼면 죽은 척 꼼짝하지 않는다. 장난기가 발동해 살살 건드려 봐도 미동도 않는다. 그 애들이 살아가는 방법이다.

우리 집에 사는 길고양이 중에 나를 유독 따르는 이쁜이라고 부르는 애는 가끔 내가 일하는 밭까지 와서 옆에 앉아 있다가 누워서 배를 하늘로 향하고 몸을 좌우로 흔들며 귀엽게 놀기도 한다. 내가 만져주면 크렁~크렁~ 기분 좋은 소리를 낸다. 그 애들 밥 먹는 곳에서 내가있는 밭까진 100m 정도 떨어져 있고 길은 풀로 우거져 있는데 찾아오는 게 신통하다.

간혹 티브이(TV) 프로에서 출연자에게 우스개로 묻는다... 신께서 특별한 재능을 하나 준다면 가장 받고 싶은 게 무엇이냐고... 나는 동물과 대화하는 능력을 받고 싶다. 그 애들 동작과 소리를 들으면 느낌은 대충 알지만 물어보고 싶은 것도 많고 대화도 하고 싶다.

농사를 지으면서 가장 크게 얻는 건 몸 건강과 생각 공부다 밭일을 하고부턴 오랫동안 나를 힘들게 했던 수면 장애가 점차 고쳐지고 있다. 그리고 일하면서 혼자 생각하고 답을 찾는데 이게 인생 공부다. 어떤 사안이 있으면 일하면서 생각한다. 복잡한 일은 며칠을 생각할 때도 있다. 머릿속은 탈진되고 쥐가 날 정도까지 되지만 어느 순간엔 맑아지면서 답이 나온다. 운동도 힘을 빼라 하는데 생각도 곁가지가 다 떨어져 나가야 제대로 되는 것 같다. 햇볕에 그을려 얼굴은 거칠어지고 주름은 깊어지고 있지만 내 삶의 나이테다~~ 농사가 스승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
  • 순창군 올해 첫 인사발령
  • 전국동시조합장선거 출마예상자
  • 최영일 군수 신년대담 “‘아동 행복수당’ 18세 미만 월 40만원씩 지급” 추진 계획
  • 제2대 체육회장 선거…19일 향토회관
  • 군청 인사 예고 이르면 오늘(4일) 발표
  • 설 대목장날, 가족 만날 기대감 부풀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