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채 이장(70·복흥 농암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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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채 이장(70·복흥 농암마을)
  • 최육상 기자
  • 승인 2022.03.02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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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순창'이 만난 사람
‘귀촌해서 아무 직책도 안 맡겠다’ 아내와 약속했는데
순창군귀농귀촌협의회 복흥지회 사무실 앞에 선 농암마을 구본채 이장

 

복흥 농암마을 구본채 이장은 1953년생으로 올해 일흔 살이 됐다. 구 이장은 복흥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정읍에서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다녔다. 이후 복흥을 떠났다가 50여 년 만인 지난 2017년 복흥으로 귀촌했다.

한 복흥면민의 추천으로 지난달 12일 오후 구 이장을 찾아갔다. 햇살은 겨울을 잊게끔 무척이나 따스했다. 면 소재지에 위치한 복흥귀농귀촌협의회 사무실에서 만난 구 이장과의 대화는 1시간 남짓 이어졌다.

 

귀촌해서 아무 직책도 안 맡겠다고 아내와 약속

귀촌한 지 5년째인 구 이장은 육형제 중에서 장남이다. 다른 형제는 서울, 전주, 수원, 정읍 등 타지에서 생활하고 구 이장이 홀로 고향을 지키고 있다. 귀촌해서 3년 전에 이장을 처음 맡게 된 구 이장은 복흥면귀농귀촌협의회 지회장도 겸임하고 있다. 이장과 지회장은 어떻게 맡게 됐을까.

도시에서 있을 때 일 하면서 봉사단체 회장도 맡고 봉사를 한 10~20년 했어요. 봉사는 제가 좋아서 하는 건데, 하도 여기저기 돌아다니니까 여자는 싫어하잖아요. 아내하고 여기 들어와서는 아무 것도 하지 않기로 약속을 했는데, 주민들이 이장할 사람이 없으니까 좀 맡아줘라 해서 지금 2년 하고 3년째 연임하고 있어요. 하하하. 지회장도 처음에는 안 하려고 했는데 맡아줘야겠다 해서 하니까 또 연임시킨 거예요.”

귀촌한 지 5년째, 이장과 지회장 3년 임기 내내 코로나 때문에 일을 어떻게 했을까. 가장 큰 애로사항이 뭔지 물었다.

저는 이권이나 그런 개입 없이 열심히 일하는 편이예요. 동네에 와서 제가 제일 많이 느낀 게 너무 단합이 안 되더라고요. 주류가 있고 비주류가 있었는데 그걸 통합해야 되겠다고 계획했죠. 우리 마을이 지금 주민등록상으로 41세대, 86명이거든요. 마을인구 수로 복흥에서 다섯 번째인가 돼요. 큰 마을인데 안에 마을이 또 있어요. 두 마을이 합쳐져 있는 거거든요. 그러니까 따로따로 놀아요. 내가 모든 행사고 뭣이고 전부 합쳐버렸어요. 주민들 찾아다니며 설명 드리고 우선적으로 마을을 화합시켰죠.”

구 이장은 마을 어르신들을 모시는 게 가장 큰 일이라고 전했다.

마을회관도 운영이 안 되고 활발히 활동할 수가 없으니까 어르신들이 진짜 고독하죠. 텔레비전 안 나오는 집이 많거든요. 스카이(위성티브이)로 보면은 (리모콘을) 조작할 때 잘못 누르면 티브이가 안 나와요. 스카이를 보는 집이 여덟 집인가 되는데, 할머니들이 계속 잘못 눌러가지고 티브이가 안 나와 이장님~” 계속 저를 찾으세요. 처음에는 기술자를 불렀어요. 지금은 우리도 기술자한테 배워서 하고 있는데 저도 나이를 먹다보니 조작하기가 상당히 어렵더라고요

순창군귀농귀촌협의회 지회 중에서 유일하게 사무실을 갖춘 복흥지회
순창군귀농귀촌협의회 지회 중에서 유일하게 사무실을 갖춘 복흥지회

 

순창군 귀농귀촌협의회 유일 복흥지회 사무실

순창군에는 귀농귀촌센터와 11개 읍·면 귀농귀촌협의회 지회가 있다. 구 이장은 복흥지회장으로서 역할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복흥지회가 제일 활성화가 돼 있어요. 인원수나 이런 것도 제일 많고요. 복흥에 10년 동안 한 250명 정도 귀농귀촌했거든요. 우리가 처음으로 회비를 1년에 5만원씩 내고 회원제로 운영했어요. 코로나 없을 때는 1년에 두 번씩 월례회를 했거든요. 그것도 잘되고 지회 사무실도 우리 밖에 없어요. 센터 빼고는 여기만 있는 거예요.”

구 이장은 귀농귀촌과 관련해 의미심장한 이야기를 전해줬다.

우리 회원들이 시골로 왔을 때 전부 연고가 없어요. 왜 그러냐면, 그걸 내가 파악해보니까 실질적으로 자기 고향으로는 못 와요, 귀촌을 못해요. 시골은 누구 아들이 어디가 살잖아요, 어떻게 살았다는 것을 동네 사람들이 다 알잖아요. 자기가 공무원이나 이렇게 잘 나가서 현직에서 퇴임하고 귀촌하는 경우는 있어도, 조금 부족하면 딴 데로 가요. 여기 오면 자기 전직이 없어지잖아요. 본인만 열심히 하면 인정을 받는 거죠.”

구 이장은 저는 고향으로 왔지만, 고향으로 와 불면 복잡하다복흥 같으면 전부 귀농이 아니고 귀촌인데, 그 이유가 돈이 있어도 농지를 살 수가 없기 때문이라면서도 복흥에 대한 자부심을 한껏 드러냈다.

복흥이 소득 수준이 높아요. 소도 많이 키우고, 면 전체에 우사가 38개인가 돼요. 또 복흥이 청정지역이고 해발 320고지 고랭지역으로 두릅, 복분자, 봄에 나오는 봄배추도 몇 천 마지기씩 해요. 3월 정도 심어서 5월 정도 수확하는 거예요. 김장김치가 떨어지는 때쯤 나오는 거니까, 한 집 당 몇 천만 원씩 벌어요.

담양이 한 20, 장성도 20~30, 광주가 40, 정읍이 25, 전주가 한 50분정도 걸리니까 교통이 엄청 좋아요. 면이 커서 식당만 열일곱 개가 있어요. 그만큼 사람이 온다는 거죠. 다문화가정이 운영하는 제과점도 있고, 커피숍도 3개나 되고, 참치집도 2개나 되고. 하하하.”

 

10년간 복흥으로 250명 귀농귀촌

복흥으로 귀농귀촌한 사람은 지난 10년 간 250명가량이 된단다. 구 이장은 연평균으로 나눠보면 1년에 25명이 귀촌하는 건데, 우리가 마을로 따지면 한 다섯 개 마을 정도가 새로 생긴 것이라며 그런데 면 곳곳에 흩어져 있으니까 그 나름대로 귀촌해서 살아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회 사무실은 아늑했다. 구 이장은 순창군 귀농귀촌지회 중 유일한 지회 사무실을 소개했다.

이 사무실은 내가 관계가 있어서 마련했고, 우리가 자금이 없으니까 사무실을 꾸미는 책장이나 의자 같은 걸 전부 기부 받았어요. 우리가 산 건 국기 하나 있어요. 하하하. 2년 전에는 바자회도 했어요. 우리가 직접 가지고 온 것도 많아요. 버리기는 아깝고 쓸 만한데 쓰지는 않는 그런 게 많았어요. 회원끼리 교환하고, 필요한 거 있으면 가져가는 사업도 했었죠. , 심심하면 여기 와서 책도 볼 수 있게 작은 도서관을 만들려고 책을 모으는 중이에요.”

구 이장은 스물일곱 살 때 정읍에서 두 살 어린 아내를 중매로 만나 결혼했다. 슬하에 31남를 뒀고, 손자는 아들만 3명이란다. 구 이장은 무엇으로 생활하고 있는지 조심스레 물었다.

우리가 애들 4명 대학교 가르칠 땐 완전이 돈이 말랐어요. 말도 못해요. 부지런히 벌어도, 벌지도 못했지만 그 때 느낀 것이 진짜 어렵더라고. 애들 다 학교 보내고, 여기 들어오니까 지금은 연금 받는 거에서 남아, 저축이 돼요. 우리가 쓸 일이 없어요. 내가 쌈채소 농장이라고 텃밭이 250평정도 되는데, 판매는 안 하고 서로 교환하고 나눠 먹는 식으로 하죠. 저는 신용카드 없이 현금으로만 지금 4~5년을 써요. 아무 지장이 없더라고요. 지금 5만 원짜리로 20~30만원 지갑에 넣고 다니기 좋더라고요. 하하하.”

노령연금과 국민연금으로만 생활한다는 구 이장은 우리 형제 세대 정도만 해도 경제적으로 크게 신경 쓰지 않더라도 알아서 잘 살아왔다면서 그런데, 자식들 세대가 젊은 사람들이 살아가기가 갈수록 어려워서 걱정이라고 덧붙였다.

복흥 곳곳에는 ‘대형축사 막아내자’는 축사반대 현수막이 즐비했다.
복흥 곳곳에는 ‘대형축사 막아내자’는 축사반대 현수막이 즐비했다.

 

복흥 대형 축사 건립 문제

순창읍에서 구 이장을 만나러 가는 길목, 복흥 입구부터 크고 작은 현수막이 어지럽게 걸려있었다. 복흥을 처음 찾는 사람이라도 복흥에 축사가 큰 문제라는 걸 알 수 있다. 끝으로 구 이장에게 현재 축사 진행상황은 어떻게 되는지 물었다. 구 이장은 단호하게 말했다.

대형으로 지으려고 하니까 면민들이 반대를 하는 거예요. 거기는 소재지까지 연결이 되잖아요. 우리가 반대 현수막 다 걸었는데, 규모를 절반으로 줄여서 하겠다 이거예요. 군에서 이번에 나와서 이장 회의도 했는데, 그 환경평가도 안 받았다고 그러더라고요.”

구 이장은 지난해 말 전라북도도지사 표창을 받았다. 이장과 지회장 겸임 2년 만에 큰 상을 받은 구 이장은 이제 빼도 박도 못 하게, 봉사하면서 사는 수밖에 없다고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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