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마을(38)풍산 두승리, ‘뒤주굴’과 ‘되드름’의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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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마을(38)풍산 두승리, ‘뒤주굴’과 ‘되드름’의 만남
  • 림재호 편집위원
  • 승인 2022.03.08 08: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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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승리는 풍산면에 속하는 법정리다. 1914년 행정구역 개편 때 두지동(斗池洞)과 승입마을을 병합해 두지동의 자와 승입의 자를 합해 두승리라 부르고 있다. 조선시대에는 오산면에 속했으나 풍남면과 병합되어 풍산면에 편입되었다. 행정리에 두지마을과 승입마을이 있다. 20211031일 기준 두지마을은 48세대에 91, 승입마을은 17세대에 31명이다.

 

마을 유래

 

두지마을은 처음에 김녕 김씨(金寧金氏) 한 사람이 조용하고 풍요로운 곳을 찾아다니다가 정착한 후, 마을 앞 연못 모양이 쌀뒤주처럼 생겼다고 하여 뒤주굴이라 불러 오다 행정구역개편에 따라 두지마을로 개칭했다.

승입마을은 300여 년 전 초계 최씨(草溪 崔氏)가 처음 터를 잡고 마을을 이루어 되드름이라 부르다가 행정구역개편 때 승입으로 개칭했다.

두지마을 전경
승입마을 전경
승입마을 전경

 

자연 환경

 

두승리 동쪽은 남원시 대강면 월탄리, 서쪽은 유등면 건곡리, 남쪽은 대가리, 북쪽은 유등면 외이리와 접하고 있다. 두승리는 경천과 섬진강과 인접하기 때문에 서쪽 경계의 낮은 산지를 제외하면 대부분이 하천 유역의 평야 지대로 논농사가 이루어진다. 승입마을과 두지마을은 서쪽 산지의 완경사면에 입지하고 있으며, 소하천인 천우 곡천이 마을 앞을 흘러 경천으로 유입한다.

두지마을에 세워진 두지정(斗池亭) 앞 기념비에 거북이가 머무른 오산(鰲山)을 주산으로 하고, 옥출산(玉出山)을 안산으로 하는 명당이라서 이 마을에 입지했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

두지못
두지못

 

두지마을은 예전에 쌀뒤주 모양의 연못이 있어서 뒤줏골이라고 불렸다. 이 연못은 마을이 형성되기 이전부터 존재했던 것으로 보이며, 마을 터가 명당자리라 마을이 형성된 것으로 추정된다. 예전에는 100가구가 넘을 만큼 큰 마을을 형성했다. 두지마을에서는 정월 대보름에 연못 앞에 있는 당산나무에 제를 지냈는데, 당산제를 지내면서 잉어가 잘 잡히도록 연못에도 제를 지냈다고 한다. 마을 사람들은 연못에 사는 가물치, 붕어, 잉어 등을 잡아 팔아서 마을공동기금을 마련했다고 한다. 두지 못에는 연꽃이 심어져 있고 분수대도 설치되어 있고, 지금도 잉어가 살고 있다.

두지못 원래 면적은 2000여 평방미터()였으나 1970년대 새마을운동이 진행되면서 300정도로 축소되었다. 연못을 축소하는 대신 주차장과 노인회관, 마을회관을 건립했다.

 

달집태우기

 

설날이 가족 중심 명절인데 비해 정월대보름은 마을공동체 중심으로 한해 농사의 풍요와 안녕을 기원하는 날이다. 과거 대보름날 마을마다 벌어지던 쥐불놀이줄다리기지신밟기달집태우기줄다리기차전놀이 등은 요즘엔 경연이나 축제에서나 볼 수 있는 행사가 되었고, 오곡밥약밥부럼 등 절기 음식만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정월대보름 풍속을 지키고 있는 마을도 있다. 바로 두지마을이다. 해마다 정월대보름이 되면 집터를 지켜주는 지신(地神)에게 고사를 올리고 풍물을 울리며 축복을 비는 지신밟기’. 대보름 달이 떠오를 때 나뭇가지 등으로 만든 달집을 태우며 풍요로운 새해를 기원하고 액운을 쫓는 의미가 있다는 달집태우기를 한다.

두지마을은 정월대보름을 맞아 청년회가 주축이 되어 대나무를 베어 달집을 만들고, 부녀회에서는 나물을 만든다. 남성 어르신들은 새끼줄을 꼬고 이엉을 엮어 달집태우기와 고사를 준비한다.

늦은 오후 마을 풍물패가 장단을 맞추기 시작한다. 고샅길을 따라 풍물을 치며 보름날 행사를 알린다. 주민이 내온 술에 마른 목을 축인 상쇠가 덕담하고 풍물패는 다시 마을 고샅길을 따라 돈다.

날이 어둑해지면 대보름 고사가 시작된다. 달집 이엉에는 주민들 소원이 적힌 소원지가 빽빽하게 꽂혀 있다. 달이 점점 차오르면 주민들이 볏짚에 불을 붙여 달집에 불을 놓는다. 불꽃이 점점 붉게 타오르기 시작하며 달집을 집어삼키고, 대나무 터지는 소리는 악귀가 놀라 도망치기에 충분하다. 주민들의 소원을 담은 소원지는 달집과 함께 재가 되어 하늘에 이른다.

달집태우기
달집태우기

 

연꽃 음악제

 

풍산면 두지마을 주민들이 마을잔치인 제4회 두지마을 연꽃 작은음악회가 지난 201791일 두지마을 야외공연장에서 열렸다.

이날 음악회에는 마을주민을 비롯해 평소 교류해온 학생들과 국악인들도 참가해 신바람 나는 공연을 펼쳤다. 음악회에 앞서 천연 염색 및 연잎차 만들기 등의 체험행사가 열렸다. 연을 이용해 염색한 파란색 영롱한 빛을 띤 제품 등은 판매됐다. 주민들은 마을 안쪽에 있는 연못에서 연잎을 따와 연잎 밥과 연잎 수육을 만들었다. 연잎의 은은한 향이 가득 베인 음식은 건강에도 좋아 마을을 방문한 사람들 모두가 맛있게 먹었다. 행사는 두지지구 새뜰마을사업추진위원회(위원장 임칠호)가 추진한 주민 활력사업으로 기획됐다.

국악원 얼쑤팀의 필봉농악 공연으로 작은음악회는 시작됐다. 박순천 명창이 판소리 심청가를 불렀고 국악원의 민요공연, 담양 한빛고 학생들의 춤, 플루트 동호회 공연 등이 이어 열렸다. 풍산아동센터 어린이들도 춤 실력을 선뵀고 마을주민인 남궁해(제일고 1) 양은 친구들을 데리고 와 노래를 불렀다. 풍산면 난타팀의 난타공연은 마을 사람들의 어깨를 들썩이게 했다. 두지마을 주민이 아닌 많은 사람들이 공연에 참가했다. 이들은 모두 마을주민의 섭외로 왔는데 두지마을축제에 공감하면 누구나 와서 공연할 수 있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농활, 달집태우기 행사 등으로 자주 교류해온 담양 한빛고 학생들이 행사장을 찾은 사람들의 식사를 돕고 청소를 도맡아 큰 박수를 받았다.

 

순창 첫 마을책 복작복작 재미지게 산당께

마을 주민들이 서로 묻고 기록한 사람 이야기

 

마을 청년회(명칭 : 파킹스톤, 굴러온 돌이지만 종국에는 박힌 돌로 살자)에서 주관하여 2020년에 발행된 마을책에는 두지마을 이야기가 고스란히 담겼다.

주민인 한빛고 교사의 제안으로 시작된 한빛고 두지마을 농촌활동, 파킹스톤이 주관한 정월 대보름 달집태우기, 농협창고를 개조한 두레방, 주민들이 손수 개최한 연꽃 작은 음악회, 겨울 문화사랑방, 마을 기반시설 정비, 마을 소식지 뒤주골발간, 행복마을 경연대회 수상, 마을 영상 제작, 마을 활동 속에서 마을의 소통력과 민주주의 근육은 더 단단해졌다. 이 힘은 마을 주민들에게 서로를, 마을을 궁금해하게 했고, 마을 젊은이들이 스스로 카메라와 녹음기를 켜 들고 어르신들을 찾아 나섰다. 구술 생애 작업과 자서전 쓰기 모임, 인터뷰로 이어졌다. 덕분에 외부의 시선으로는 볼 수 없었던 깊은 이야기들이 책장마다 북적북적거린다.

종이책 복작복작 재미지게 산당께마을에서 삶을 가꾸는 사람들의 이야기. “어떤 사람이 살아왔고 어떤 사람이 살고 있는지, 그래서 서로를 더 잘 알게 되면 누가 누구의 비빌 언덕이 되어주고 기폭제가 되어 줄지, 계속 생각해나가게 하는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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