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들 투표 행렬 이어져
“사돈끼리 단체로 투표했어요.”
순창읍사전투표소가 마련된 순창군장애인체육관 앞, 주민 6명이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다. 순창읍에서 나고 자란 이들은 사돈지간이다. 순창에서 거주하는 2명과 서울, 대구, 전주, 익산에서 일이 있어 순창을 방문한 4명 등 6명은 공교롭게도 사전투표가 있어서 “고향에서 단체로 투표를 하게 됐다”며 웃었다.
지난 4일과 5일 순창읍사전투표소 앞에는 긴 행렬이 이어졌다. 기본 20~30분씩은 기다려야 했다. 기자 역시 지난 4일 오후 4시경에 30분 정도를 기다린 끝에 투표를 할 수 있었다.
지난 4일 오후 투표소에서 만난 설경하 부읍장은 “첫날인 오늘은 역대 어느 선거보다도 사전투표 참여율이 높다”면서 “오전 4시부터 선거준비 하느라 이곳에 계속 있었는데, 하루 종일 대기 줄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투표를 마친 김현영(75·순창읍 남계)씨는 “제가 노인요양시설 일을 하고 있어서, 아침부터 몸이 불편하신 어르신들 모시고 사전투표를 돕고 있다”면서 “이번 선거는 절대로 이재명 후보가 져서는 안 되기 때문에 오늘과 내일, 본 투표 때에도 거동이 불편하신 어르신들 모시고 반드시 투표를 시켜드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은 “솔직히 마음에 드는 후보가 없었다”면서 “그래도 검찰독재국가를 외치는 윤석열 후보의 당선만은 막아야겠다는 생각에 마지못해 덜 나쁜 후보에게 투표했다”고 투표 소감을 전했다.
투표소를 향하는 군민들 중에는 지팡이를 짚으면서 한 발 한 발 힘겹게 계단을 오르는 노인들의 모습이 눈에 많이 띄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전체 군민 중 65세 이상 비율은 35%가량이다.
투표소 앞에서 만난 한 군민은 “어르신들의 투표 편의를 봐 드리려면 엘리베이터는 설치하지 못하더라도 투표소 앞에 휠체어나 이동 기구를 대기시켰으면 좋겠다”며 “거동이 불편하신 어르신들이 힘들게 계단을 오르내리시는 모습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 군민은 이어 “여기가 명색이 장애인체육관인데 건물로 들어가는 것부터가 난관”이라면서 “물론 저 쪽 경사진 길로 걸어가면 되지만 동선이 너무 멀어서 어르신들이 잘 이용하지 않는다”고 행정을 비판했다.
검은 상복을 입어 한 눈에 장례 중임을 알 수 있던 한 일가족은 ‘관외’ 사전투표소를 찾아 투표를 했다. 이들은 한 목소리로 “절대로 이재명 후보가 져서는 안 되는 선거이기 때문에 상 중이지만 잠시 틈을 내서 투표를 하러 왔다”고 말했다.
투표소에는 청각장애인의 선거를 돕기 위한 ‘영상통화 수어통역’ 제공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한편 지난 4일과 5일, 이틀간 치러진 군 전체 사전투표율은 57.19%로 전국 평균 36.93%를 훌쩍 뛰어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