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바닥 교육(12)순창은 여자 분들이 야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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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바닥 교육(12)순창은 여자 분들이 야물다
  • 최순삼 교장
  • 승인 2022.03.16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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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삼 교장(순창여중)

199010월 평화민주당 김대중 총재는 13일간의 목숨을 건 단식투쟁으로 지방자치 제도를 부활시켰다. 행동하는 양심인, 김대중 대통령이 대한민국 민주주의 역사에 남긴 가장 큰 업적이다.

30년 이상 지역 살림과 지역민의 삶의 질을 책임지는 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을 지역민이 뽑고 있다. 기초단위 지방자치는 지역소멸 위기를 맞고 있다. ·군 단위별로 자기 지역의 생존과 발전을 위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상당수의 자치단체는 지역의 역사·문화의 장점을 상징화하여 지역의 정체성을 강화하고, 마케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옛날부터 순창하면 고추장이고, ‘고추장하면 순창이다. 지방자치 30년 동안 자치단체 인지도가 가장 확실하게 높아진 고장이 순창이다. ‘순창 고추장은 아시아는 물론 전세계에서 고유명사가 되었다. 그래서 순창군은 순창은 건강·장수의 고을이다고 힘을 줘서 홍보한다. 순창은 물이 좋고, 공기가 청정하여 고추장 맛이 좋다고 한다. 그러나 하나만 아는 소리다. 순창은 여자 분들이 야물기 때문에 고추장 맛이 일품이다. 물이 좋고 공기가 청정해도 야무진 순창 여자 분들의 솜씨가 없으면, 일품 순창 고추장도 없다.

네이버 국어사전에 야물다의 뜻풀이를 보면 일 처리나 언행이 옹골차고 야무지다”, “사람됨이나 씀씀이 따위가 퍽 옹골차고 헤프지 않다로 정의(定義)되어 있다.

2022학년도를 시작하면서 야무진 순창 여자 분들을 생각해 본다. 먼저 우리 어머니다. 팔덕 태자마을 촌놈이 1981년도에 전주에 있는 대학에 입학해서 혼자서 자취를 할 때이다. 순창에서 전주 가는 버스에서 어머니와 차장이 심하게 다툰 일이다. 버스에 탄 사람들에게는 별로 유쾌한 일이 아니지만, 나에게는 큰 사건이었다. 자취방에서 먹을 반찬과 고추장 등 양념을 한 보따리 싸고, 계절이 바뀌어 부피가 아주 큰 이불과 옷을 싼 짐을 완행버스에 실었다.

당시 차비는 오라이빠꾸를 외치면서 승객을 한 명이라도 더 태우는데 열심인 차장에게 냈다. 어머니와 내가 짐을 몽땅 들고 타니까 차장은 처음부터 못마땅했다. 짐이 많다고 차비를 더 내는 것도 아니니까. 어머니는 나를 앞세우고 버스에 오르면서 분명히 차비를 냈다. 버스가 인계 갈재를 넘어 임실 일중리를 지날 때이다. 차장은 버스 뒤쪽에 있는 어머니에게 와서 불만 가득한 큰 소리로 아줌마 왜 차비 안 줘요, 짐도 많이 실으면서....”라며 실랑이가 시작됐다.

~, 이 양반 봐, 순창 터미널에서 타면서 냈잖아 이 양반아.”

아줌마, 거짓말 하네. 나는 받은 적이 없는데. 여기 버스에 타는 사람들 모두 버스에 타서 내가 일일이 차비를 받았는데.”

어머니는 차장이 거짓말 한다는 말에 얼굴이 굳어지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이 양반이, 내가 거짓말 할 사람으로 보여. 동네에서 초상이나 큰일 치르면 정확하고, 형편에 맞게 일 처리 잘하기로 소문난 사람이야. 내가 그까짓 차비를 떼어먹을 사람으로 보여. 사람 잘 못 봤어. 그리고 대학 다니는 우리 아들도 있는데 내가 거짓말을 하겠어, 이 양반아.”

차장보다 더 큰 목소리로 차장 얼굴을 똑바로 쳐다보면서 쏘아붙였다. 어머니의 당찬 대응에 차장은 당황하고 움칠거렸다. 주위의 눈치를 보면서 조금 작아진 목소리로 말했다.

아줌마 차비 낸 증거 있어요?”

우리 아들이 봤고, 오천원짜리를 내니까 당신이 잔돈을 줘서.... 여기 잔돈, 남은 돈 보면 몰라, 이 양반아.”

게임은 끝났다. 그날 이후 지금까지 나는 돌아서 가신 팔덕 박참봉 둘째 따님을 다시 보고 있다.

순창은 여자 분들이 야물다는 사실을 증명한 분들이 많다. 2021학년도 순창여중 학부모회장도 일 처리나 언행이 옹골차다. 신입생 교복구매 문제로 학부모들이 민원을 제기했을 때 교사들은 당황했다. 교장실에서 상황을 파악한 학부모회장은 순창업체와 학부모 입장을 오고 가면서 양측을 설득하고 조정했다. 그리고 학부모회가 기꺼이 발품을 팔면서 뒷마무리를 깔끔하게 했다. 졸업식 때는 아이들 모두에게 자그마한 꽃 화분을 안겨주어 아이들을 반짝거리게 했다. 가부장제 사회의 부당함을 지적하고 남녀평등의 토대인 호주제 폐지를 입법화한 진선미 국회의원도 순창여중 26회다. 강고한 호주제 폐지를 현실화 분이 순창 여성이다.

전라북도 260개가 넘는 중고등학교에서 자치활동으로 자치문화와 학교 구성원의 성장에 앞장서는 학생들도 순창여중 학생회 임원들이다. 순창군 의회도 8명 중 여자 분들이 3분이나 있다. 마지막으로 구한말-일제강점기-한국전쟁-보릿고개의 혹독하고 굶주림의 시절에 가족과 순창을 지킨 순창 여성분들에게 고개를 숙인다.

한반도에 평화와 풀뿌리 민주주의가 지속되면 순창 여성분들의 잠재능력 발휘는 더욱더 커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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