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암화명/막혔던 길이 탁 트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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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암화명/막혔던 길이 탁 트이니
  • 정문섭 박사
  • 승인 2022.03.30 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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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문섭 박사의 고사성어

유암화명(柳暗花明 liǔ àn huā míng)

버드나무 류, 어두울 암, 꽃 화, 밝을 명

중국 남송시대 육유(陸遊)의 칠언율시에 나온다. 버들 우거지고 백화가 만발하다.

 

6.25전쟁 후 암담했던 1950년대, 미국의 식량 원조를 받으며 겨우 굶주림을 면하고 있던 우리들 앞에 짜잔!’ 하고 나타난 분은 19615.16쿠데타의 주역인 고 박정희 대통령이었다. 그는 새마을 운동을 통해 농촌을 살리고 공업화를 통해 고속 경제성장을 이뤄 이른 바 한강의 기적을 낳게 하였으며, 우리나라 국격(國格)을 선진국 대열에 오르는 기반을 구축하여 마침내 오늘날 G7회의에도 초청되는 나라로 우뚝 솟게 하였다.

1960년대 중반부터 중국에서 시작된 10년간의 문화대혁명이 어둡고 긴 터널을 뚫고 1978개혁개방의 기치를 들고 짜아안하고 중국인들 앞에 등장한 사람은 바로 부도옹(不倒翁) 고 덩샤오핑(鄧小平)이었다. 그는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라고 말하며, 중국 경제에 자유기업의 요소를 혼합시키고 실용주의 경제정책 즉, ‘개혁개방을 실현하여 오늘날 미국에게까지 큰소리를 치는 중국을 있게 한 장본인이었다.

육유는 유명한 애국 시인이었다. 남송이 강력한 금()나라의 침략을 받아 국운이 끝날 위기에 처하자, 조정은 죽더라도 끝까지 싸우자는 주전파와 무릎을 꿇더라도 현실적 이익을 챙기자는 주화파로 갈라져 시끄럽기 그지없었다. 주화파에 밀린 육유는 벼슬을 버리고 절강성 산음(山陰) 고향 농촌에 묻혀 지냈다. 그의 고향은 초목이 우거지고 집 주위에도 많은 꽃이 피어 풍경이 아름다운 곳이었다.

나라에 대한 근심 속에 독서에 빠져 나날을 보내던 육유가 어느 봄날 근처를 산보하고 있던 중 마을 멀리에서 장구와 퉁소소리가 은은히 들려왔다. 그가 소리에 이끌려 서산(西山)으로 향해 가며 산길에 오르게 되었는데 길이 점점 험해지고 갈수록 첩첩산중이었다. 그가 길을 잃어 해매이던 중 어느 산모퉁이를 돌자 갑자기 시야가 열리면서 십여 가구의 마을이 도원경처럼 나타났다. 육유가 기쁜 마음으로 마을에 들어서니 순박한 마을 사람들이 술과 음식으로 그를 환대하였다. 집에 돌아온 육유가 이 잊을 수 없는 체험과 느낌을 시로 지었다.

 

莫笑農家臘酒渾(막소농가랍주혼) 농가의 섣달 술이 걸다고 웃지 말게.

豊年留客足鷄豚(풍년유객족계돈) 풍년이라 손님 머물기에 닭도 돼지도 풍족하구나.

山重水複疑無路(산중수복의무로) 산이 첩첩하고 물이 겹겹이라 길이 없을 것 같나 했더니

柳暗花明又一村(유암화명우일촌) 버드나무 드리우고 꽃이 피어오르는 곳에 한 마을이 있네.

簫鼓追隨春社近(소고추수춘사근) 피리와 북 쫓고 따르니 봄 제사가 다가오는데

衣冠簡樸古風存(의관간박고풍존) 의관들이 소박하니 옛 풍속이 남아 있구나.

從今若許閒乘月(종금약허한승월) 앞으로 시간이 되면 한가로이 달빛을 타고

拄杖無時夜叩門(주장무시야고문) 지팡이 짚고 수시로 밤에 찾아와 문을 두드리리.

 

이 시는 농촌의 순박한 풍경과 농촌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육유의 마음을 읊은 내용으로, 훗날 사람들은 제214자를 해석함에 있어 더 이상의 길이 없는 줄 알았는데 다시 또 여지(餘地)와 새 길을 발견하였다.’는 철학적 의미를 부여하며, ‘새로운 희망, 새로운 가능성, 무궁한 미래와 희망을 표현하고자 할 때 이 구절을 다투어 인용하였다. 이에 이 성어는 발전의 여지가 없어 보이는 상황에서 재기와 희망이 트이는 것.’ 또는 봄의 아름다운 경치를 이르는 말로 사용하였다.

새옹지마(塞翁之馬)’, ‘이 또한 지나가리라.’ 나의 운수를 하늘과 지나가고 있는 세월에만 맡기며 안일하게 기다리며 살아갈 것인가?

학창시절 스승님들이 인생에 세 번 기회가 온다며 놓치지 말라고 당부하시면서 그러나 새로운 희망과 장래라는 빛(기회)이 너희들 앞에 오더라도 도약을 위해 미리 준비하고 있지 않았다면 그 빛은 무용지물이 될 것이다라고 경고하시었다.

돌이켜 보면, 나의 인생에서도 힘들고 곤경에 처했을 때마다 기회가 여러 번 왔었다. 다행히 놓치지 않고 잘 잡은 것도 있었지만, 준비가 안 되었거나 판단을 잘못하여 나에게 다가온 밝은 빛(기회)을 놓쳐버린 것들도 있어 아직도 후회하는 마음이 내 머릿속에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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