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연의 그림책읽기(19) 키오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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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연의 그림책읽기(19) 키오스크
  • 김영연 길거리책방 주인장
  • 승인 2022.04.13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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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키오스크하면 식당이나 카페에서 볼 수 있는 무인 계산대가 떠오르지만 원래는 이슬람 건축에서 볼 수 있는 원형정자로 길거리에서 신문이나 잡지, 복권 등을 파는 아주 작은 가판대라고 합니다. 버스정류장 부근에서 예전엔 토큰도 팔고 지금도 로또(복권)나 신문, 껌이나 간단한 다과를 파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키오스크가 직장이자 집인 올가

이 좁은 키오스크 안에서 하루 종일 물건을 파는 사람이 바로 오늘 소개할 그림책 <키오스크>(아네테 멜레세 지음/김서정 옮김/미래아이)의 주인공 올가입니다.

올가는 자기 몸이 꽉 끼는 자그마한 키오스크 안에 하루 종일 앉아서 창문을 통해 손님들에게 물건을 팔고 소통합니다. 키오스크가 바로 자신의 직장이자 집인 셈입니다. 그리고 나름 자신만의 공간입니다.

강아지를 데리고 다니는 신사, 연애에 실패하는 여자, 선글라스 낀 남자, 아침마다 달리기하는 남자, 앙앙 우는 아기 등늘 같은 시간에 같은 물건을 사러오는 손님이 있고, 손님이 말하지 않아도 무엇이 필요한지 올가는 잘 알고 있지요.

 

나의 키오스크는 무엇인가요?

여러분은 어떠한 삶의 틀 안에서 안주하며 살아가고 있나요? 여러분도 하루하루, 일 년 내내 반복되는 일상이 있겠지요? 벗어나고 싶지만 벗어날 수 없는. 하지만 익숙해서 편안한. 여러분은 무엇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은가요? 매일 반복되지만 그 안에서 익숙하고 편안한 직장일 수도 있고, 가사나 육아일 수도 있겠지요. 삶의 궤도에서 벗어나고 싶은 때가 있으신가요?

드디어 거리에 어둠이 내리면, 기진맥진한 올가는 키오스크의 셔터를 내리고 하루를 마감합니다. 키오스크를 벗어나고 싶을 때면 여행 잡지를 읽다가 멋진 사진을 오려서 벽에 붙입니다. 그리곤 변기 위 소파에서 잠이 듭니다. 어쩌면 키오스크를 벗어나 바다를 여행하는 꿈을 꾸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작은 사고가 커다란 행운으로

그러던 어느 날, 사건이 일어납니다. 올가가 잠시 한눈을 판 사이에 아이들이 과자를 훔치려 하고, 그 아이들을 붙잡으려다가 그만 갑자기 올가의 세상(키오스크)이 기우뚱하더니 뒤집혀집니다. 키오스크에 갇힌 채 쓰러져 발버둥 치던 올가가 정신을 차려보니 자신이 키오스크를 들어 올려 스스로 움직일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키오스크가 자신을 꼼짝달싹하지 못하게 하는 존재라고 생각했었는데, 두 다리로 세상을 향해 움직일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올가에게 일어난 작은 사고가 그녀의 인생을 흔들어 놓았습니다. , 이때 여러분이라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키오스크를 벗어 던져버리겠습니까?

올가의 얼굴에 미소가 떠오릅니다. 올가는 잠깐 산책을 하기로 합니다. 용기가 필요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동안 키오스크에서 한 발자국도 움직인 적이 없었을 테니까요. 뚜벅뚜벅 걸어가는 올가의 기분이 날아갈 듯 했겠지요. 이것을 본 단골손님, 아침마다 운동하는 아저씨는 놀라 어리둥절합니다.

그러다가 산책길에 다리 위에서 강아지를 데리고 다니던 신사를 만납니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신사의 강아지가 반갑다고 장난을 치는 바람에 올가는 키오스크와 함께 강물에 풍덩! 그리곤 몇날 며칠을 흘러 바다로 갑니다. 올가가 그토록 바라던 바닷가에 도착합니다.

이제 올가는 해변에서 업종을 변경하여 아이스크림을 팔며 살아갑니다. 단골손님들도 다시 찾아옵니다. 올가는 저녁이면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황홀한 석양을 바라봅니다. 바로 잡지에서 보던 그런 장면입니다. 그럼 이제 잡지는 필요 없게 된 걸까요? 그런데 마지막 장면에서 올가 무릎에 놓인 잡지에는 멋진 산의 모습이 보입니다. 올가의 여행이 여기서 끝이 아니겠지요? 아마도 다음에는 올가가 산으로 가지 않을까 기대해 봅니다.

 

새로운 삶의 시작

작은 불행이 커다란 행운이 되었습니다. 여러분은 인생에서 넘어져 본 적이 있습니까? 살다보면 이런저런 크고 작은 사건사고를 마주칩니다. 바람에 넘어지기도 하고, 다시 일어나기도 합니다. 하지만 바로 그 넘어진 자리가 새로운 삶의 시작, 터닝 포인트가 될지도 모릅니다. 키오스크의 올가처럼.

올가는 끝까지 키오스크를 벗지 않습니다. 왜 벗어던지고 자유를 누리지 않았을까 생각했습니다. 키오스크는 올가에게 무엇일까요? 올가는 세상 사람들이 필요한 물건을 판매합니다. 그러면서 올가는 그 삶에 만족합니다. 키오스크가 바로 올가 자신이었던 것입니다. 키오스크를 벗어 던지면 올가는 존재하지 않게 됩니다. 자신을 있는 그대로 인정합니다. 하지만 이제 올가는 키오스크를 들고 자신이 원하는 곳으로 이동할 수 있습니다. 선택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 이야기는 단편 애니메이션으로 먼저 세상에 나왔습니다. 어린이뿐만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많은 생각할 거리를 줍니다. 올가의 키오스크처럼 현실이 우리를 숨 가쁘게 할 때도 있지만, 각자의 키오스크 속에서 꿈을 키워나갑시다. 나는 나의 키오스크에서 세상 사람들에게 무엇을 팔(제공할) 것인가? 작가가 우리들에게 던지는 질문입니다.

 

작가의 다른 작품들

<왜 투표 안 해요?>(라우리스 군다스 글/아네테 멜레세 그림/미래아이)

투표에 관심이 없는 어른들에게 한 방 날리는 여덟 살 소녀 로티의 이야기

 

 

<왜 인사 안 해요?>(라우리스 군다스 글/아네테 멜레세 그림/미래아이)

로티에게 인사를 잘해야 한다고 가르치면서 정작 자신은 인사를 안 하는 할아버지, 어떻게 하면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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