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사월, 기억의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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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사월, 기억의 봄
  • 차은숙 위원
  • 승인 2022.04.13 11: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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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6 추모문화제와 북콘서트를 열며
차은숙(순창교육희망네트워크 운영위원)

 

사월이다. 벚꽃이 질 때 '기억의 봄'이 함께 찾아온다. 4.16 8주기다. 지난 2년 동안 코로나로 많은 것들이 멈췄고, 순창에서 교육희망네트워크가 주최하던 4.16세월호 추모 행사도 주춤거리며 6주기 때는 현수막만 걸었다. 7주기에는 그나마 영화 상영회를 가졌다.

코로나로 멈췄던 것들을 조금이나마 움직이는 봄이 왔고. 4.16 8주기가 닥쳤다. 교육희망네트워크 사람들이 오랜만에 만났다. 뭐라도 해 보자고 했다. 추모문화제는 416416분에 열기로 했고 <고잔동 일기> 북콘서트를 김선영 사무국장이 제안을 했다. 출판사에 연락을 하고, 바로 일정이 정해졌다. 428일 목요일 630분 군립도서관 다목적홀이다.

 

단원고가 위치한 고잔동일기

<고잔동 일기>는 이현정 교수와 김익한 교수가 글을 쓰고 김선이씨가 그림을 그렸다. ‘문화제작소 가능성들이라는 곳에서 책을 냈다. 담담한 표지와는 달리 쓰린 고통을 갈무리해 400페이지가 넘는 두툼한 몸을 만든 두 저자는 인류학자와 기록학자다. 이 책의 저자들은 20144, 그날의 충격으로 한 사람은 안산으로 또 한 사람은 팽목으로 향했다. 그 이후 그들의 삶은 변했다.

<고잔동 일기>를 읽어보기로 했다. 고잔동이라는 지명이 낯설지 않다. 단원고등학교가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단원고에 다니는 아이들이 가장 많이 살던 곳이 고잔동이다.

 

기억하겠습니다. 애쓰겠습니다. 약속합니다.”

이 책은 세월호 참사 이후, 고통과 상처가 뒤범벅인 고잔동과 단원고, 안산, 분향소, 시청, 광화문, 팽목항, 트라우마센터, 동거차도를 거치는 두 학자의 세월호 일기를 교차 편집했다.

일기는 20144244.16 일주일이 지난 시점에서 시작한다. 이현정 교수는 노란 리본을 만들고 수업시간 학생들에게 나눠주며, 선생님의 말을 따르지 말라며 울먹였단다. 선생인 것이, 어른인 것이, 죽고 싶을 만큼 부끄러웠다고. 그리고 5월의 첫날 시청 앞 서울광장 분향소에서 노란 기본에 큼직하게 적었다.

기억하겠습니다. 애쓰겠습니다. 약속합니다.”

8년 전에 쓴 이 말이 아직도 현재 진행형으로 필요한 말이라는 게 참 슬프다. 기억조차 희미해지던 나는 무엇 하나 애쓰고 약속한 일이 있었던가 싶어 마음이 덜컹댄다. 책 페이지는 겨우 28 페이지인데 벌써부터 부끄럽다.

또 김익한 교수가 세월호 현장을 쫒아 다니느라 오랫동안 만나지 못한 자신의 아이와 한 방에서 자는 것조차 죄스러워야 했던 날의 일기는 몇 번 읽어 보았다. 지금 고등학교 2학년인 내 아이를 생각했다, 경천에 흩날리는 벚꽃 잎을 잡겠다고 손을 내밀어 뛰는 아이를 보고 흐뭇하던 나는 이 글을 쓰며 함께 슬퍼한다는 것, 공감의 깊이에 대해 돌이켜 보았다.

 

격정과 눈물이 넘쳐나는 마음의 기록

이 책은 별이 된 아이들의 고통, 숫자화 하여 희생자들에게 가하는 모욕, 참사가 정치적 문제로 변질되면서 치미는 역겨움, 살아남은 사람들의 처절한 고통과 슬픔, 저자들이 무엇을 느꼈고, 무엇에 분노했고, 정부, 공무원, 정치인, 시민운동가, 전문가 집단의 실체에 대해 우리가 사는 세상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20144월에 시작하여 2017310일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탄핵 인용 선고까지 3년간의 일기는 격정과 눈물이 넘쳐나는 마음의 기록이다.

이 책의 저자인 의료인류학자 이현정 서울대 교수는 한 사회의 아픔, 고통, 질병을 의학과 과학의 틀 안에서 설명하기 힘든 아픔을 인류학적 접근으로 사유하는 학자다. 2014년 참사 현장으로 달려간 이후 지속적으로 유가족들과 함께 하며 세월호 피해자의 삶과 마음을 채록하는 작업을 진행하여 구술증언록 <그날을 말하다>의 발간책임을 맡기도 했다.

명지대 기록정보과학전문대학원 김익한 교수는 참사 직후부터 팽목항에서부터 기록을 수집하였고, 안산 416기억저장소를 설립하는데 힘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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