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중지정/눈엣가시 같은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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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중지정/눈엣가시 같은 사람
  • 정문섭 박사
  • 승인 2022.04.27 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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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중지정(眼中之釘, yǎn zhōng zhī dīng)

눈 안, 가운데 중, 의 지, 못 정

중국 당() 말기 오대(五代)에 걸친 혼란기 신오대사(新五代史)의 조재례전(趙在禮傳)에 나온다. 눈 속의 못 즉, 눈엣가시라는 말이다.

전임 과장이 나에게 업무를 인계하면서 사무관에게 문제가 좀 있다.’고 말하였다. 그날 오후 인사과에 들러 직원들의 이력사항과 근평(勤評)을 들여다보고, 직원들 간의 관계도 알아보았다. 대부분 직원들이 를 눈엣가시로 여기고 있었다. 나는 와 따로 면담하였다.

자네의 업무가 우리 과()에서 가장 중요한데 그 일이 잘 추진되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학력도 좋고 전도가 유망한 젊은 피인 자네, 추진력도 좋을 걸로 보이는데.”

그게, 직원들이 그 정책에 관심도 없고 또 따라 주지 않으며 비협조적으로 나와서.”

그래? 다른 직원들은 그리 생각하지 않은 것 같던데. 윗선도 자네 능력을 높게 평가하면서도 입맛을 다시더군. 뭐 안하무인(眼下無人)에 유아독존(唯我獨尊), 이런 말도 들리더군.”

얼굴이 붉어진 그가 억울하고 분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봤다.

물론, 억울하겠지. 그러나 자네의 일은 과장인 나에게도 중요한 일이니 그냥 지나칠 수가 없지 않은가? 자네의 앞날도 걱정도 되는군. 앞으로 어찌해야할지 생각 좀 해보시게.”

3일 후 그가 뭔가 결심한 듯 내 앞에 앉아 입을 떼었다.

제 아내도 직원들 말이 맞다.’고 하네요. 지금껏 착각하고 살아 온 것 같아 제가 다 부끄럽습니다. 이 조직의 눈엣가시가 된 셈인데 다른 데로 가야 할 것 같습니다.”

간다고? 마침내 자신의 모습을 보았는데, 바꾸고 고치면 되지, 가긴 어딜 가?”

조재례는 중국 당() 말기 혼란한 와중에 부정부패를 일삼은 전형적인 탐관오리였다. 처음에 하북절도사(河北節度使)인 유인공(劉仁恭)의 수하로 일했다가 나중에 권력이 있는 사람을 쫓아다니며 아부하고 뇌물을 바쳐 출세가도를 달리게 되었다. 당이 망한 뒤에도 후량(後梁), 후당(後唐), 후진(後晉) 왕조 때도 높은 벼슬을 유지한 변신의 천재였다.

그는 지방관직을 더 좋아했다. 중앙관직보다는 지방이 아무도 꺼릴 것이 없어 백성들을 착취해 재물을 모으기가 쉬웠기 때문이었다. 그가 송주(宋州)에서 백성들의 재물을 우려먹을 대로 우려먹은 후 영흥(永興)절도사로 자리를 옮겨가게 된다는 소문이 나자, 백성들이 덩실덩실 춤을 추며 기뻐했다.

이제야 숨을 쉬고 살 수 있게 되었네. 마치 눈에 박힌 못이 빠진 것처럼 시원하구나.”

그런데 공교롭게도 이 말이 조재례의 귀에 들어가고 말았다.

나더러 눈에 박힌 못이라고? 이놈들, 어디 그렇다면 좀 더 고통을 당해 봐라.”

조재례는 추진하던 과제도 마무리를 지어야 하니 송주에서 1년만 더 있게 해 달라.’고 조정에 상신했고, 아무것도 모르는 조정에서는 그 요청을 받아들여 유임시켰다. 기세가 등등해진 조재례가 즉시 발정전(拔釘錢, 못 빼는 돈)’이란 특별세금을 만들어 부과하니 백성들이 놀라며 크게 낙담했다. 만일 정해 준 기간 안에 납부하지 않으면 가차 없이 가두거나 매질을 가하기도 했다. 그런 악랄한 수법으로 1년간에 1백만 꿰미도 더 되는 돈을 챙기고 나서야 유유히 다음 임지로 출발했다.

원래 이 성어는 높은 자리에 있는 자들의 잘못된 언행과 잘난 체하거나 독단적인 경우 등 갑()의 적폐를 비판하기 위해 쓰였다. 눈엣가시같이 싫거나 미워서 항상 눈에 거슬리는 사람을 비유하는 말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을()의 수난으로 이른 바 집단 따돌림(왕따)’이라는 현상이 생겨났다.

따돌림은 집단에서 조직의 실세나 말발이 센 고참, 이어 그에 아부하고 부화뇌동하는 사람들이 신체적 결함이나 정서적 불안이 있어 션찮아 보이거나 우습게 보이는 사람을 대상으로 고의적 지속적으로 행해지는 사회악이다. 피해자는 심리적으로 괴로움을 당하고 심하면 육체적으로도 피해를 입으며 극단적인 선택을 하거나 묻지 마 범죄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그럼에도 어떤 자들은 왕따를 당하는 자에게 잘못이 있다고 말한다. 그들은 그에게 왜 그리 바보스럽고 멍청하냐고 빈정거리며 상대를 계속 궁지로 몰아간다. 그런데, 그들은 자기의 동생이나 자식이 따돌림을 당하면 상대들을 찾아가 야단법석을 떨며 온갖 협박을 가한다. 자기는 부녀자를 희롱하고 성추행하는 이른 바 미투의 대상이 되고도 오히려 당당하게 함부로 지껄이고 행동한다. 그들은 다른 사람이 자기 누나나 누이에게 그리하면 불같이 화를 낸다. 이율배반적인 행동을 하는 것이다. 그들은 누구인가? ? ? !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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