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순창의 공기는 안녕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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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순창의 공기는 안녕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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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2.05.04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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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송용(순리공동체 구림 금상)

시드니, 제네바, 크라이스트처치, 뉴욕

호주 시드니에 가 보니 그 기후가 사시사철 온화해 사람 살기에 참 좋아 보였다. 그렇다고 그게 부러웠을까? 아니다. 매서운 추위가 몰아치는 한반도의 겨울 덕에 우린 뜨듯하게 몸을 지지는 온돌을 갖게 되지 않았는가?

칼뱅의 종교개혁 도시이자 백 년 이백 년 된 집들이 즐비하면서도, 국제연합(UN) 본부가 자리하고 있으며, 최첨단 현대 물리학 연구소인 유럽입자연구소(CERN)를 가진 스위스 제네바는 참으로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진 세계 둘도 없는 도시였다. 허나 그들의 문화유산과 국제 역량이 또 부럽지는 않았다. 우리 한민족도 나름의 문화로 반만년 간 이 땅을 지켜 왔으며, 우리의 장구한 역사 중에는 한글, 금속활자, 측우기와 같은 세계에 내놓을만한 자랑스러운 유산도 있지 아니한가? 게다가 우리 남북한은 (그것이 행인지 불행인지는 모르겠으나) 늘 중국, 러시아, 일본, 미국 등 세계열강의 국제적인 관심을 받는 귀한 몸이 아니던가?

자녀 교육의 천국이자 천혜의 자연으로 유명한 뉴질랜드의 크라이스트처치, 그 도시에서 만난 혹자는 내게 그리로 이민을 오라 끈질기게 유혹하였건만, 나는 거기 살고 싶다는 느낌을 가질 수 없었다. 원주민들을 몰아낸 자들의 후예가 정착해 사는 도시를 어찌 사랑할 수 있단 말인가? 더욱이 그곳은 여러 대륙에서 저만치 뚝 떨어져 있는 섬이다. 해양과 대륙을 잇는 반도의 지리적 이점을 가진 우리에게 비할쏘냐?

마지막으로 세계 금융의 중심이자 세계 최고의 스카이라인을 가졌다는 도시 미국 뉴욕을 가보니, 실망도 그런 실망이 없었다. 쥐가 다니는 지하철에서는 지린내가 진동했고, 무엇보다 치안이 아쉬웠다. 그리고 그 정도 스카이라인이라면, 우리에게도 없지 않다.

한편, 시드니·제네바·크라이스트처치·뉴욕, 그네들 도시에서 진정으로 부러운 것이 딱 두 가지가 있었으니, 하나는 도시 곳곳에 즐비한 아름드리 나무였다. 어디를 가든 장정 두세 사람이 팔을 펼쳐 두를 만한 나무가 흔했다. 족히 수백 년은 되었으리라. 어쩌랴? 우린 근세에 전쟁을 겪었고, 헐벗은 산에 나무를 심은 지도 수십 년밖에 되지 않았으니……. 다만, 우리도 백 년, 이백 년이 지나면 그들과 같은 아름드리 나무를 가질 터이니, 다소간의 부러움은 시간이 해소해 주리라.

그런데 진심으로, 원통하리만큼 부럽고 또 부러운 것이 하나 있었다. ‘우리나라도 그네들과 같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렇게만 된다면, 나도 우리 사회의 자녀들도 정말 행복할 텐데……하는 생각이 들게 한 그것, 그것은 다름 아닌 그들의 새파란 하늘이었다.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날씨만 맑다면 그냥 하늘이 파랬다. 우리네 시골보다 그들의 도시 하늘이 더 파랗다니, 믿을 수 없을 지경이었다. 그 도시들에 머무는 동안 파란 하늘에 떠가는 흰 구름을 보며 맑은 공기만 마셔도 매일이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었다.

이 지구를 만든 하느님이 그들만 더 사랑해서 그들에게만 파란색 하늘을 준 것은 아닐 터이다. 자연선택에 따른 진화가 거기에만 청명한 하늘을 허락했을 리도 만무하다. 그들에게도 우리에게도 맑고 투명한 하늘은 공평하게 주어졌다. 그런데 그들이 매일같이 파란 하늘을 만끽하는 동안, 어찌하여 우리는 일 년에 단 며칠만 모습을 드러내는 파란 하늘을 고대하면 살아야 한단 말인가?

 

미세먼지와 선진국 그리고 순창

국립환경연구원이 201911월에 발표한 한··일 동공 연구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미세먼지의 출처는 평균적으로 중국 32%, 국내 51%이다. 그런데 특정 기간에는 중국발 미세먼지의 기여가 82%까지 치솟기도 한다. 우리 순창도 예외가 없다. 누군가는 시골에 살면 괜찮지 않냐고 묻기도 하지만, 대륙발 미세먼지가 덮치는 날이면 섬진강에서 강천산까지 온 산천이 누렇다. 어쩔꼬, 이 불행을 어쩔꼬? 우리의 자녀들에게 미안해서 어쩔꼬? 어느 날 우리는 죽고 갈 것이다. 우리가 많은 재물은 못 남겨도, 멋진 글은 못 남겨도, 혹 통일은 주지 못해도, 대단한 나라를 만들지 못해도, 적어도 그들이 숨 쉴 공기는 물려주고 가야 하지 않겠는가?

중국만을 탓할 수 없다. 국내 요인이 절반이란다. 우리의 일을 먼저 해야 한다. 그 후에야 우리도 이웃 국가에 할 말이 있으리라. 그렇다면 우리 순창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국내발 미세먼지의 가장 큰 요인은 화력 발전소와 산업에서 배출되는 매연 그리고 자동차 배기가스로 알려져 있다. 산업이 적고 인구가 3만이 채 되지 않는 우리 순창과는 거리가 먼 일들이라 여길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 순창 사람들도 우리대로 할 일이 있다.

누가 순창의 공기가 우리나라의 다른 곳보다 더 깨끗한가를 묻는다면, 나는 아직이라 답하고 싶다. 예전보다는 덜하다고 하지만, 여전히 논밭과 축사에서는 부산물 소각이 이뤄지고 있으며, 특별히 가정별로 아궁이나 화목보일러에서 쓰레기를 소각하는 관행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 매캐하게 비닐과 플라스틱이 타는 냄새가 마을을 돌아 나가 우리 순창의 하늘을 뒤덮는다. 여러 지인이 내게 시골에 살면 어떠냐고 묻는데, “우리 순창이 참 깨끗하고 좋으니 애들 데리고 우리 마을에 와서 살라는 대답을 차마 못 하고 있는 나를 본다. 불법 소각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늘 선진국으로 들어가는 길목을 맴도는 것으로만 여겨지던 우리나라였거늘, 작년에는 UN이 공식적으로 대한민국을 선진국으로 인정하게 되었다. 그것이 우리 순창에게는 어떤 의미일까? 선진국이 되었다는 것은 한 나라의 산업 개발이 안정권에 들어갔음을 의미한다. 이제 어떤 지역 사회든 예전 개도국 시절에 하던 것처럼, 새로운 산업을 자기 지역에 유치하여 지역을 획기적으로 발전시키던 시대는 지나갔다는 뜻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지역에 산업을 유치하여 지역을 발전시키겠다는 정치인들의 말을 반쯤 걸러 들을 줄도 알아야 한다.

그렇다면 선진국인 된 우리에게 남은 일은 무엇인가? 선진국이 된 후에도 지역 균형 발전의 동력은 남아 있다. 나는 이것이 순창에게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산업화된 도시의 삶에 지친 사람들은 저 복잡하고 먼지 나고 치열한 도시를 떠나 조금은 더 한가한 곳에서 자기 삶을 이어갈 수 있기를 바란다. 유한준 교수의 말에 따르면, 코로나 이후의 사회는 다핵화 사회로 발전해 갈 가능성이 크다. 전보다 조금 덜 벌더라도 보다 여유롭고 더 깨끗한 환경에서 살기를 원해 도시 외곽으로 거주지를 옮기고자 하는 사람들은 점점 더 많아질 것이다. 그런 면에서 우리 순창에도 기회는 있다. 우리가 부산처럼 광양처럼 정읍처럼 될 수는 없고 그렇게 될 필요도 없으나, 다가오고 있는 다핵화 사회에서 하나의 작은 핵이 됨직은 한 것이다.

 

전국 최초, 쓰레기 태우지 않는 지자체 순창

인구 유입이 최대의 화두인 우리 순창이 도시 사람들에게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는 길은 무엇일까?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기본은 깨끗한 환경이라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순창이 가진 이점이 있다. 물이 좋은 곳이라는 이미지가 있고, 정읍과 같이 여느 농촌 지자체처럼 돼지 축사 냄새가 심한 곳이 순창에는 없다. 거기에 공기가 좋은 곳이라는 이미지까지 더해진다면, 순창은 외지인들에게 지금보다 훨씬 매력적인 곳으로 느껴질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순창의 미래를 위해 한 가지를 제안한다.

전국 농어촌 지자체 최초로 순창을 쓰레기 태우지 않는 지자체로 만들자. 시범 사업을 펼치고 필요하다면 환경부 인증도 받아서 대대적으로 홍보하자. 순창으로 유입될 도시민들의 입장에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그들 입장에서 중국발 미세먼지보다 더 답답한 일은 자기 마을에서 태워지는 쓰레기 문제이다. 담양이 제아무리 관광의 도시여도, 쓰레기 태우는 담양보다는 쓰레기 태우지 않는 순창이 그들에겐 더 매력적일 것이다. 전주나 광주, 정읍 등에 직장을 가진 사람 중에 깨끗한 순창에 거주하며 출퇴근하는 선택을 내릴 이도 늘어날 것이다.

우리나라의 다음 세대들에게 깨끗한 공기를 물려주는 원대한 사명을 우리 순창에서 시작하자. 순창으로의 인구 유입에도 도움이 되리라 확신한다.

 

 

 

 

<무제>

이송용

 

두렁에서 꼬시르는건 더 보기 어렵소

하늘은 더 파래졌을까

모르오 모르오

그 많던 쓰레기가 몰래 아궁이로 들어가

 

껌정 쿵쿵 내뿜던 트럭은 다 어데 갔수

들숨 날숨 다 훤하시오

아니지 아니지

PM2.5에 산소가 세 개

뵈도 않는 것들이 죄다 폐로 들어가

 

세상 좋아지면

다 좋은 줄 알았지

사람 그대로면

세상도 그대로

 

숨 쉬기 된 건 여전하오

영감, 거긴 어떻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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