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재웅]열두 살 된 '열린순창'과 기자의 초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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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웅]열두 살 된 '열린순창'과 기자의 초심
  • 조재웅 기자
  • 승인 2022.05.04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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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저장되지 않은 번호로 전화가 걸려왔다.

완주군 삼례읍에 사는 주민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상대방은 대모암 대웅전 건립 10억 군비 편성 논란기사가 전북민주언론시민연합의 이달의 좋은 기사에 선정된 것을 보고, 전북민주언론시민연합에 기자의 연락처를 물어 전화했다고 말했다.

그는 좋은 기사를 잘 봤다. 조 기자님 같은 기자가 많으면 세상이 좀 더 좋아질 것이라며 전주에 올 일이 있으며 꼭 연락해서 같이 식사라도 하고 싶다고 말했다.

뜻밖의 일면식도 없는, 그것도 순창주민이 아닌 삼례주민의 과한 칭찬에 얼떨떨하면서도 그래도 조금은 기자로서 할 일 하고 있나 보다라는 생각이 들어 살짝 으쓱해지기도 했지만, 부담감도 느껴졌다.

기자는 모두를 위한 정의감이나 사회를 더 낫게 발전하도록 만들어야겠다는 거창한 생각은 해본 적이 없다.

언젠가 밝혔듯이 기자를 하는 이유는 잘난 것 하나 없으면서 권력에 손발이 닳도록 충성해 특혜와 비리 등을 저지르며 밖에서는 목에 뻣뻣하게 힘주는 이들이 눈꼴 시렸고, 그런 이들도 눈치 보는 사람 하나쯤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내가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니 직접 나서서 그런 눈꼴 시린 불합리를 바꾸는 것이 맞다 생각했을 뿐이다.

지극히 개인적이고 어찌 보면 불순한 의도로 비칠 수도 있다. 그런 개인적인 이유가 여러 사람이 원하던 것과 맞아떨어졌을 뿐인데 과분하고 어울리지 않는 칭찬을 듣는 것 같아 당혹스러울 때도 있다.

201055일에 <열린순창>이 창간했으니, 내일이면 열두 살이 된다. 그중 10년을 함께했다. 10년 동안 여전히 처음 기자를 시작한 이유가 크게 변하지는 않았다. 앞으로도 변할지 모르겠다. 이기적이고 개인적인 이유라 욕하는 이들이 있다 해도 달라지지 않을 것 같다.

기자의 기사에 전화를 주신 삼례주민처럼 아무 사심 없이 격려나 응원해주시는 분도 있지만, 많은 이는 결국 기사 내용을 자신의 이익과 연관 짓는 이들이 많다는 것도 안다.

선거기간이니 정치인과 그 지지자를 예로 든다면, 똑같은 사안으로 정당한 비판 기사를 쓰더라도 그것이 내가 맹목적으로 지지하는 정치인과 관련된 기사라면 기자를 욕하고, 반대편 정치인의 기사라면 칭찬한다. 10년 동안 계속 겪어오고 있는 일이다.

그래서 칭찬이나 격려가 마냥 좋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당연히 사람보다는 사안을 판단해 진심 어린 격려를 해주는 분들이 분명히 있다. 기자는 결국, 그런 이들을 위해 취재하고 야근하며 기사 쓰고, 욕도 먹고, 격려도 듣는 것 같다.

삼례주민의 전화와 격려는 순창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주민이 오로지 기사 내용만으로 판단했기에 그 의미가 더 크게 와 닿는 것 같다.

노력은 하고 있지만, 아직 눈꼴 시려했던 불합리가 줄었다는 것은 느끼지 못하고 있다. 언제까지 기자를 할지도 모르고, 그동안 그런 불합리가 조금이라도 사라질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열린순창>에 근무하는 동안은 개인적인 생각이라도 처음 마음을 잊지 않고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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