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연의 그림책읽기(20) 길거리 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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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연의 그림책읽기(20) 길거리 가수
  • 김영연 길거리책방 주인장
  • 승인 2022.05.11 09: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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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길거리책방에 어울릴만한 책을 한 권 소개받았습니다. 바로 <길거리 가수 새미>로 영국의 3대 그림책 작가로 꼽히는 찰스 키핑의 그림책입니다.

표지에는 아코디언을 연주하며 흥겹게 노래하는 길거리 가수 새미가 보입니다. 걸음걸이에 맞추어 쿵짝쿵짝북소리가 들려오는 듯합니다. 표지를 넘기면 나팔 소리에 맞춰 강아지와 고양이도 행진을 합니다. 속표지에 드러난 새미의 얼굴이 행복해 보입니다. 새미는 찻길 아래 지하도에서 혼자 춤추고 노래하면서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동전을 얻어 살아갑니다. 새미에게 이곳은 마음 편히 노래하고 춤출 수 있는 곳이니 천국과 다름없습니다. 하지만 그는 한때 돈과 인기를 좇아 이곳을 떠났던 적이 있습니다.

 

돈과 인기를 찾아 떠나다

이렇게 길거리에서 흥겹게 노래를 부르던 새미는 어느 날 도시에 찾아온 빅 찬스 서커스단의 단장 이보르 찬스의 꼬임에 넘어가 서커스단을 따라나섭니다. 하지만 이보르의 속임수로 새미는 서커스 공연에서 웃음거리가 되고 가수의 꿈은 산산이 부서져 버리고 맙니다.

이때 흥행꾼 빅놉(‘큰 혹덩어리라는 뜻)이 새미를 다시 진짜 가수로 만들어 주겠다고 속삭입니다. 새미는 야한 춤을 추는 아가씨들과 밤마다 무대에서 노래를 하고, 티브이 카메라 앞에서 립싱크를 하고, 비디오테이프에 담겨집니다. 드디어 최고의 인기 스타가 되어, 많은 돈을 벌게 됩니다.

하지만 새미는 점점 관객들과 멀어져 가고, 결국 인기는 사라지고, 새미의 자리는 또 다른 새로운 가수들이 대신하게 됩니다. 새미는 예전의 인기를 되찾고자 전 재산을 투자하여 스펙타클한 영화를 만들지만, 쫄딱 망하고 맙니다.

젊은 시절 대부분의 사람들은 돈과 명예를 좇아 살기 마련이지요. 그러다가 물론 성공하면 다행이지만, 맘대로 안 되는 것이 인생입니다. 욕심을 부리다가, 사람을 잘못 만나, 건강을 상하기도 하고, 빈털터리가 되기도 합니다. 설령 성공했다고 한들 그것이 바로 행복과 직결되지는 않겠지요.

이제 새미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비 오는 날 공원에 앉아 괴로워하던 새미는 문득 자기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는 옛 친구들(공원의 동물들)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리고 자신이 혼자서 노래하고 춤출 수 있는 스트리트 싱어라는 잊고 있었던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이제 우리는 날마다 새미를 다시 만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혼잡한 찻길 아래 지하도를 오가는 사람들에게 작은 기쁨과 즐거움을 안겨주는 진짜 가수가 된 것이지요. 그리고 새미의 노래로 위안을 받은 이웃들은 그에게 감사하며 다양한 방법으로 대가를 지불하겠지요.

새미를 다시 일으켜 세운 것이 옛 친구들이었듯이, 우리에게 용기를 주고 위로를 주는 친구들이 있고, 돌아갈 고향과 가족이 있습니다. 저는 순창이 고향은 아니지만 도시에서 벗어난 이곳에서 마음의 평화와 안정을 얻었습니다. 생계를 유지하기 위한 직업이 아닌 자신이 원하는 일을 성취하는 기쁨과 즐거움을 얻었습니다.

 

순창에서 길거리 가수를 만날 수 있기를

순창에도 다양한 밴드나 합창단들이 활동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압니다. 그들이 바로 우리 이웃들에게 작은 기쁨과 위안을 주는 우리들의 연예인입니다.

어느 날 길거리책방 앞마당에서도 길거리 가수들과 춤꾼들이 모여서 한바탕 어우러지는 마당이 열리기를 기대해 봅니다. 지금부터 열심히 노래연습, 춤 연습을 해야겠습니다.

 

작가의 다른 작품들

키핑의 그림은 다소 시니컬하고 색채가 우울해서 독자들에게 호불호가 갈리는 작가입니다. 그래서 때로는 초등학생이 보는 그림책이라고 붙기도 하고, 국내에서 절판된 책도 있긴 합니다. 키핑의 다른 작품들을 소개합니다.

<창 너머>(찰스 키핑 저/박정선 역/시공주니어) 한 아이가 이층 거실에 앉아 창밖으로 거리에서 일어나는 일을 지며 보는 이야기, 과연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빈터의 서커스>(찰스 키핑 저/서애경 역/사계절) 두 개구쟁이가 뛰어 노는 공터에 서커스가 들어서면서 환상적인 경험을 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다.

<낙원섬에서 생긴 일>(찰스 키핑 저/ 서애경 역/사계절) 낙원섬이라 불리는 작은 섬의 재개발과 그로 인해 생겨나는 갈등과 변화를 보여주는 책.

<윌리의 소방차>(찰스 키핑 저/유혜자 역/은나팔) 병약한 소년 윌리는 늘 벽에 둘러싸여 있다. 벽을 넘어 세상과 소통하고 싶은 욕구를 소방수라는 꿈을 통해 나타낸다.

<조지프의 마당>(찰스 키핑 저/서얘경 역/사계절)시무룩한 표정의 조지프는 나무를 심고 꽃을 가꾸면서 생명과 어울림의 의미를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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