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절한 기도 ‘어머니와 내 새끼’
상태바
간절한 기도 ‘어머니와 내 새끼’
  • 강성일 전 읍장
  • 승인 2022.05.11 09:14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보관 중인 어머니 짐을 정리하다 보니 처음 보는 사진이 있었다. 196538세 때 순창 원불교에서 신도 50여명과 찍은 사진이었다. 6남매를 낳았지만 용모는 처녀 같았는데 얼굴에는 수심이 있었다. 아마 아버지 때문에 걱정이 많았던 것 같다. 고생 많았던 어머니의 삶이 느껴져 내 마음은 미어졌다.

어머니는 결혼해서부터 우리가 성장해 직업을 가질 때까지 근 40여년 동안 아버지 때문에 하루도 편한 날이 없었다고 했다. 아버지는 허랑한 분으로 우리 가족을 고생시켰다. 우리 부모 세대들은 힘들게 살았지만 어머니들은 더 했다. 일제강점기 핍박, 6·25전쟁 때 생존, 보릿고개 가난을 겪으면서 많은 자녀를 낳아 키우고 교육을 시켰다. 가부장적 문화에 시집살이 등등... 온몸이 부서져라 고생하면서 가정을 지켰고 자식들을 키운 분들이다.

우리 어머니는 무책임한 남편 만나 몸과 마음고생 많이 하셨다. 아버지는 책임감이라곤 조금도 없었다. 나는 아버지가 집일을 하는 걸 본 적이 없다. 오로지 술과 취미는 가끔 하는 낚시 정도였다. 아버지의 생활 여건은 좋았다. 재산도 부자 소리 들을 만큼 있었다 하고 외아들이라 나눠줄 사람도 없고 일제강점기에 고등학교를 다녔고 직장이 농협이었으니 세상살이가 땅 짚고 헤엄치기 정도였을 거다.

헌데 아버지의 무책임한 삶으로 모든 게 망가졌다. 주위를 봐도 가난을 이겨내고 성공한 사람은 더러 있지만 물려받은 재산을 잘 관리하는 경우는 드물다. 호미 한 자루를 만들어도 수차례 담금이 필요한데 아버지는 온실 속에서 고생 모르고 살다가 재산을 탕진한 후 내가 초등학교 5학년 때 농협을 그만두고 외지로 나가서 혼자 지내셨다. 몸이 아파 1981년 우리집에 오셔 1년 정도 계시다 54세로 돌아가셨다. 그때도 어머니는 자신은 남편을 원망해도 아들은 아버지께 도리를 해야 된다고 말씀 하셨지만 내 마음은 닫혀 있었다.

어머니는 시골 살만한 집에서 자라면서 시집올 때까지 밭일도 한번 하지 않았다고 하셨다. 일 눈이 어둡고 일손도 느렸지만 공부 잘하고 순해서 예쁨 받으며 컸다고 하셨다. 어머니는 학구열이 높았다. 나 초등학생 때 전과책을 사주면서 국어사전도 함께 사주셨다. 전과책만 보고 쉽게 공부하지 말고 사전도 찾아보라고 말씀 하신 게 60년이 지난 지금도 기억이 난다. 나이 드셔서도 역사, 시사, 정치 상황을 수시로 내게 물어 보시곤 했다. 어쩔 땐 전화로도 물어보는 등 공부하는 걸 좋아 하셨다.

어머니는 6남매 자식을 혼자 키우고 교육시키면서 보따리 행상부터 여러 일을 하셨다. 힘들어서 우는 모습도 봤다. 그런 어머니의 고생을 알기에 자식들과 며느리들이 나름 챙겨드려 노년은 비교적 편하게 보내셨다. 2012년 내가 아파 병원에 있으면서 몇 달을 연락도 않고 오질 않으니 어머니께서 가족들을 채근해서 나의 상황을 알고 광주 병원으로 오셨다. 내손을 꼭 잡더니 살아서 다행이라는 말씀만 하셨다. 아픈 모습을 보인 나는 죄스러웠다. 보름 후에 집 제사가 있었는데 그땐 재활 치료중이라 병원 승낙을 받고 순창 집에 와서 제사를 모셨다. 끝나고 어머니가 말씀 하셨다. “혹시라도 당신께 위급한 일이 생겨도 절대로 병원에 입원시키지 말라고 하셨다. “살만큼 살았고 너희들이 잘 해줘서 고맙다며 당신께서는 원불교를 오래 다니면서 기도와 신앙생활을 열심히 했으니 다시 사람으로 태어날 거라며 너희들 손자로 와서 꼭 성공해 도와줄거니 형제들과 우애하며 살라고 하셨다. 나는 소리 없이 울었다. 그 말씀을 하시고 5일 후에 어머니는 86세 나이로 이 세상의 삶을 끝내고 하늘나라로 가셨다. 나는 병원에 있었기 때문에 임종도 못했다. 내 병을 대신 안고 가신 것 같아 죄스럽고 죄스러웠다.

 

세월이 많이 흘렀다. 원망 많은 아버지께는 이젠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당신께선 얼마나 힘들었을까 하는~~ 어머니는 지금도 보고 싶고 목소리도 듣고 싶다. 이젠 영영 볼 수 없다는 생각이 들면 아득해 진다. 이제사 어머니의 사랑을 더 깊게 느끼는 부끄러운 자식이다.

오랜만에 아버지를 불러본다. 아버지! 생명을 주셔 감사합니다 어머니~~!! 사람 되게 키워주셔 고맙고 고맙습니다~ 사랍답게 살겠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짧으면서 간절한 기도는 어머니와 내 새끼일 거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최순삼 2022-05-17 11:14:22
진솔하고
마음을 다한 글에
깊고 진한 감동이 있습니다!

늘 좋은 글
잘 보고 갑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
  • 군수직 인수위 구성…4개 분과 15인
  • 재난기본소득 군민 1인당 50만원 지급 확정
  • 최영일 순창군수 당선…846표차
  • 금산골프장 18홀 확장 추진 논란
  • 7대 광역시 판화교류전 개최
  • 최영일 군수 당선자 인터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