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추 모종이 조금 웃자라기는 했는데, 요 잎들을 떼어 내고 이 핵심만 다치지 않게 심으면 돼요.”
식생활교육 순창네트워크가 주관한 ‘토종 모종·씨앗 나눔 행사’가 지난 14일 오후 2시 순창여자중학교 교정에서 열렸다. 토요일 오후를 맞아 많은 군민이 따스한 햇살 아래 행사장을 찾아 즐거운 웃음을 주고받으며 토종 모종을 나눠가졌다.
‘순창할미넴’으로 유명한 김영자 씨는 양손 가득 모종을 들어 보이고 해맑은 웃음을 지으며 뜻밖의 말을 전했다.
“우리 순창할미넴 4명이 다음 주에 유재석이랑 ‘유퀴즈(유 퀴즈 온 더 블럭)’ 촬영하러 서울 가. 순창 홍보 확실하게 하고 올게. 하하하.”
곁에 있던 청년 3명이 눈에 띄었다. 자칭 ‘미남 트리오’라는 이들은 군대를 다녀온 26살 친구인 이홍기·박수진 씨와 24살 막내 김성환 씨였다.
이홍기 씨는 “순창이 좋아서 군대를 다녀온 후 순창을 지키고 있다”면서 “자격증 취득을 준비하고 있는데, 순창에서 일자리를 찾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다른 두 청년은 “순창에서 정착할 계획이냐”는 물음에 알 듯 모를 듯 묘한 눈웃음으로 대신했다.
행사장을 찾은 주민들은 부부가 함께 오거나 어린 자녀를 데리고 온 부모 등 가족 단위가 많았다.
식생활네트워크 회원 이경아 씨는 “오늘 가지고 나온 토종 모종은 인계 탑리 회원농장에서 키운 건데 서른 가지가 넘는다”면서 “모종을 종류별로 넉넉하게 준비했는데도 주민들이 많이 오시는 바람에 준비한 모종이 모두 소진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씨는 종자의 구체적인 이름을 묻자 쭉 나열했다.
“찰옥수수 종류 강원도도 있고 평창도 있고 여러 가지 옥수수가 있고요. 호박도 청호박, 단호박, 멧돌호박 등등 여러 가지고, 그다음에 붉은줄기 아욱도 왔고요. 상추도 너브내상추, 평창적상추, 담배상추 있고, 토종뿔가지, 옥수수도 팝콘 해 먹는 쥐이빨옥수수, 여주, 조선오이, 사과참외, 수비초, 노가리고추, 통영초, 동화박, 조롱박, 큰박, 해바라기 그리고 목화도 있었고요.”
너무 낯선 이름이 많았다. 내친김에 상추 모종 몇 개를 받아와 생애 첫 상추를 키울 꿈에 부풀어 있다. 토종 모종·씨앗 나눔 행사가 준 고마운 선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