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5년’을 맞이하는 우리의 자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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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5년’을 맞이하는 우리의 자세
  • 김효진 이장(풍산 두지)
  • 승인 2022.05.18 09: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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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대통령 취임 날 아침, 하늘은 잔뜩 찌푸렸다. 비라도 왔으면 좋을 날씨, 당분간 비 예보조차 없이 봄 가뭄이 계속 되고 있다. 들로 나서는 길에 육묘장 측창을 열고 나가야 하건만 해가 뜨지 않으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한참을 멀거니 섰다.

결국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했다. 원하든 원하지 않던 오고야 말았다. 지난 두 달은 사라진 기억으로만 남고 싶을 만큼 끔찍하고 잔인했다. 우선 텔레비전과 뉴스를 멀리하고 사람들과 만나는 일도 흔치 않았다. 만난다한들 대화 속에 좀체 나랏일을 주제삼지 않았다. 시인 도종환의 표현처럼, “더 깊고 캄캄한 곳에서 삭고 삭아 다른 빛깔과 다른 맛이 될때까지 우리의 슬픔과 탄식은 인내하며 숨죽여왔다.

엊그제 타계한 시인 김지하는 과거에 재벌과 국회의원, 고위직 공무원과 장차관 그리고 장성을사오적에 빗대며 신랄하게 풍자한 바 있다.

반역의 시대는 역사의 거리에 피 냄새, 땀 냄새를 짙게 남겨왔다. 5월 광주와 유월항쟁 그리고 촛불광장에서 민중은 진보했다. 하지만 상식과 정의, 피땀으로 쟁취한 민주주의가 되돌릴 수 없는 수준까지 올라섰다고 확신하는 최근에도 오적은 사라지지 않았다. 장성 대신 검찰권력이 임무 교대했을 뿐 언론권력까지 가세해 대한민국은 그야말로 육적(六賊)’이 날뛰는 지옥도가 된 듯하다.

세상을 너무 쉽게 본 탓일까. 촛불로 타올랐던 광장은 싸늘히 식고, 그날을 기억해내는 작업은 우리의 호흡을 가쁘게 한다. 광장에 모인 대중들은 대체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무엇이 문제이고 어디서부터 어긋난 것일까. 반역과 허위, 위선과 폭력으로 얼룩 지워질 앞으로의 한 시대를 짐승 울음을 토해내며 목도하게 될까봐 실로 두렵다.

대통령제의 권력구조 속에서 대통령은 절대적이라 불릴 만큼 상당한 권한을 행사한다. 그렇다고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두려움을 갖는 건 아니다. 그 권한은 국민으로부터 위임받는 바, 대리인의 의지에 따라 위민정치가 될 수도, 기득권정치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의 탄생은 검찰권력이 육적(六賊)의 대표주자임을 만방에 드러낸 사건이자, 검찰공화국을 열고자 하는 저의를 노골적으로 기획한 사건이다. 그들은 언론이라는 마름까지 부려가며 뻔뻔하고 거침이 없다.

그렇다면 우리는 마냥 넋을 놓은 채 탄식하며 무력할 수밖에 없는 것일까. 우리는 앞으로 5년간 결을 달리하는 시대를 살겠지만 긴 역사의 여정에서 보면 잠시 잠깐 찰나일 수 있다. 반대로 시간을 쪼개다 보면 1, 한 달, 하루, 한 시간이 되고 결국 11초 순간의 연속선상에서 일상을 이어간다는 사실은 어느 시대건 매 한가지다. 긴 안목으로 역사를 보되 현재의 매 순간을 살 일이다.

이제, 광장에서 사라진 그들을 현장에서 다시 만나 묻고 들어야 한다. 나의 목소리를 키울 일이 아니라 대중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면 좋을 일이다. 내가 믿는 가치가 옳다 하여도 타인에게 강요할 일은 아니다. 그래서 만에 하나 선민의식에 빠져 있을지도 모를 자신을 인정하는 용기도 필요하다. 그래야 사람과 사람 사이에 연대가 일어나고 공동체에 대한 꿈도 꿀 수 있다.

일상의 연대는 시대의 연대로 이어져, 암흑천지가 될 수도 있는 5년을 희망의 근거를 확인하는 귀중한 시간으로 환치할 수 있다.

그러하니 오늘 날씨마냥 우중충한 시대에 너무 억울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고정 불변하는 실체란 없다라는 불가의 가르침은 앞이 안 보이는 이 시절에도 꿈틀대는 무한한 잠재적 가능성이 존재함을 깨닫게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일상에서 사람을 만나자. 현장을 살자. 한 해 흉년 들었다 하여 다가오는 봄을 외면하는 농민이 없듯이, 우리는 어제와 다른시간 속에 존재하는 다른조건의 땅에 여전히 씨앗을 뿌릴 것이다.

그럴 것이다.

아니면 달리 무엇을 할 수 있나.

이 글은 <한국농정신문>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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