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신민(전 구림작은도서관 운영자)

지난 26일과 27일, 향토회관에서 총 3회의 연극공연이 있었습니다. 제목은 <순창댁네~ 경사났네! 경사났어!!>. 연극공연이 있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을 때는 눈이 크게 뜨였지요. 오랜만의 연극에 신나는 기분이었지요. 그런데 제목을 보고는 눈꼬리가 내려갔습니다. 너무 뻔해 보이는 내용에 마음속에는 약간의 망설임이 생겼습니다.
그러나 두 딸아이들의 ‘지미리 선생님의 연극을 꼭 봐야한다’는 절대적 지지와 사실 앞에 저는 조용히 관람 가능한 시간을 달력에 표시하였습니다.
드디어 우리는 26일(목) 저녁 7시 30분 공연시간 전에 공연장에 입장하였습니다. 모인 숫자는 적었지만 반가운 얼굴을 만나 나란히 앉아 핸드폰을 진동으로 바꾸고 기다렸습니다.
공연 전, 관계자가 앞에 나와 관람 주의 사항을 이야기하면서 ‘두 번째 관람하시는 분 계십니까?’라는 질문에 맨 앞줄의 한 사람이 손을 번쩍 들었습니다. 시선이 모였지요. 저는 생각했습니다. ‘공연에 어떤 마력이 있기에 두 번을 보는 걸까….’
경쾌한 비트의 음악과 함께 공연이 시작되었습니다. 순창군 적성면의 어느 마을에서 어린 시절부터 함께 살아오며 사돈지간이 된 어르신들과, 전주에 살면서 매주 조부모님과 외조부모님을 뵈러 내려오는 33세 손자, 우연이 인연이 되는 간호사 그리고 40여년을 가족으로 살아온 경식이(경운기)의 이야기가 단단한 짜임새로 연출되었습니다.
나이 들어 힘이 없는 모습이 아니라 당당하게 익어가는 삶의 이야기가 즐겁게, 슬프게, 재미있게, 요란뻑적지근하게, 흥겹게 펼쳐지는데 한시도 눈을 뗄 수 없는 흡입력이 있었습니다. 어쩜 연기를 저리도 실감나게 할 수 있는지, 대학로의 소극장을 찾아다니며 즐거웠던 그 때 그 시절로 돌아가는 기적 같은 시간이었습니다.
우리의 삶과 죽음이 희노애락으로 어렵게 뒤엉켜있을지라도 결국에는 기쁨과 즐거움으로 살아갈 수 있는 이유는 옆에서 함께하는 가족이 있고 공동체가 있기 때문임을 한 편의 연극으로 다시 한 번 깨닫게 되는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제목이 뻔(?)한 만큼 극의 결론도 뻔(?)했지만 배우 6명이 아닌 6인이 각각의 삶에 빙의되어 기염을 토하는 모습에 감탄하여 마지막 공연을 또 관람하는 사치도 부려보았습니다.
순창에 살며 연극을 관람한다는 것은 큰 맘 먹고 도시로 나가야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일상을 마치고 동네에서 제대로 된 연극을 관람할 수 있는 것은 큰 행복입니다. 애써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하며 내년에도 ‘극단 녹두’의 멋진 공연을 기대합니다.
소심한 제가 연극의 ‘커튼콜’(공연 후 배우들이 무대로 나오게끔 관객들이 박수를 치며 환호하는 행동)에 다 표현하지 못했던 뜨거운 박수와 환호를 지면을 통하여 보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