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창군의 사전투표율이 49.75%로 전국 자치단체 가운데 2번째로 높은 투표율을 기록했다.
민주주의 꽃이라는 선거에서 주민이 투표에 참여한다는 것만 보면, 당연히 자랑삼을 수 있는 기록이지만, 그 이면을 보면 쓴웃음이 지어지며 마냥 자랑스럽지는 않다.
선거운동이나 사전투표 과정에서 보고 들은 것들을 생각하면, 투표율이 높은 이유가 꼭 주민이 내가 지지하는 후보를 위해 자발적으로 투표한 것만은 아니구나 라는 생각이 들어서다.
특정 후보의 지지를 호소하며 주민에게 돈 봉투를 건네다 수사가 진행 중이라는 소문이 퍼져 있고, 마찬가지로 주민을 모아 놓고 식사를 대접한 것도 주민들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어느 면에서는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을 모시고 기표소까지 들어가 투표를 하며 소동이 발생했고, 또 다른 면에서는 특정 후보의 기호와 이름이 적힌 점퍼를 입고 투표를 했는데도, 해당 지역 선거 참관인들이 이를 제지하거나 선관위에 제대로 보고하지도 않은 것으로 보인다.
사전투표 날, 승합차 등에 어르신을 태우고 순창이 아닌 인근 다른 지역으로 이동해 식사를 대접하고 그 지역 투표소에서 투표하도록 한다는 말을 듣고 경악했다.
특정인이 선거사무소를 찾아와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주민들에게 대접하겠다며 수백만원의 돈을 요구했다는 말을 들었을 때는 허탈감만 들었다.
실제로 이런 일이 벌어졌고, 그 이유로 사전투표율 전국 2위를 달성했다면 이는 축하할 일이 아니라 부끄러워하고 반성해야 할 ‘오명’이다.
높은 사전투표율을 봤을 때, 아마 순창군은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전국적으로 꽤 높은 투표율을 기록할 것이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기록했던 81%의 투표율을 깰 수도 있다.
다만, 투표율이 높다고 꼭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차악’이라도 선택하겠다는 마음으로 주민이 후보를 직접 판단하고 결정해 투표했냐는 것이다.
주민들 사이에서 전해지는 온갖 부정한 방법이 동원된 투표라면 차라리 정당한 방법으로 투표하고 전국 꼴찌의 투표율을 기록하는 것이 나을 수 있다.
내일 본 투표가 진행된 후, 자정 무렵이면 4년 동안 우리 지역의 일을 책임질 군수와 도·군의원 등을 맞이한다.
이 가운데 오로지 자신의 이익을 위해 불법도 서슴지 않으며 민주주의 꽃이라는 ‘선거’를 이렇게도 무참히 짓밟는 일에 몰두하고, 그런 짓을 당연하게 여기며 돕는 자들이 지지하는 이와 앞장서는 후보가 당선되면 도대체 주민을 위해 어떤 일을 할까?
수십 수백억원이 넘는 건물 지으며 자신과 주변인 챙기고, 수의계약으로 자신과 특정 지지자들 배 불리고, 보조사업으로 특혜 주고, 특정 기관 채용해준다며 줄 세우고… 주민을 섬기기보다 주민 위에 군림하려 들지 않을까.
사전 투표를 하지 않은 주민들은 주변인의 부탁뿐 아니라 돈, 향응 등의 부정한 방법을 동원하고 조장하는 후보나 지지자와는 과감하게 ‘손절’하고, 자신의 판단으로 투표하길 바란다.
그렇지 않으면 민주주의 꽃은 시들대로 시들어 버릴 것이다. 민주주의의 꽃이 활짝 피어나는 것은 오로지 생각하고 행동하는 주민의 손에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