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속에 시한줄(80)우리고향에는 감나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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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속에 시한줄(80)우리고향에는 감나무가 있다
  • 조경훈 시인
  • 승인 2022.06.28 17: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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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그림 조경훈 시인·한국화가

 

 

감나무

 

이재무

 

감나무 저도 소식이 궁금한 것이다

그러기에 사립 쪽으로 가지도 더 뻗고

가을이면 그렁그렁 매달아놓은

붉은 눈물

바람결에 슬쩍 흔들려도 보는 것이다

저를 이곳에 뿌리박게 해놓고

 

주인은 삼십년을 살다가

도망 기차를 탄 것이

그새 십오년인데……

감나무 저도 안부가 그리운 것이다

그러기에 봄이면 새순도

담장 너머 쪽부터 내밀어 틔위보는 것이다

<1996>

이재무(1958~ ) 충남부여 출생. 시집 <장다리꽃> 외 산문집 <쉼표처럼>이 있다.

 

우리고향에는 감나무가 있다.

우리가 살던 산골마을

한여름 7, 그때는

참 식구가 많았었지.

앞마당 평상위에 어머니가 차린

저녁 밥상이 놓이면

옹기종기 그릇같이 생긴 우리 식구들 말고

외양간에 소랑, 지붕위에 흰박덩이랑, 문앞에 감나무랑,

하늘에 별이랑, 앞산에 구름이랑,

모두 와서 함께 먹는 저녁 밥상

~ 그때는 차~암 식구가 많았었지.

이제는 정답게 오손도손 살던 그때가 전설이 되었는가? 지금은 우리가 살던 고향에 그런 풍경은 없다. 한여름 7월 저녁이면 모두 모였던 그들은 떠나갔고, 문앞에 감나무만 아직도 서서 있다. 한사람 두사람 그 집을 떠나갈 때 뒷모습을 바라보던 그도 떠난 사람들 뒷소식이 언제나 궁금했다.

그러기에 봄에는 노란 별 같은 감꽃을 매달았고, 가을에는 전등처럼 붉은 눈물을 매달고 기다렸다. 이렇게 이산의 삶이되기까지는 사연도 많고 곡절도 많다. 꼭 떠나야하는 이유는 더 잘살아보기 위함이었고, 새로히 밀려오는 산업화의 바람에 한몫 잡아 꿈을 이루려는 희망을 안고 고향을 떠났다.

그렇게 떠난 후 녹녹치 않은 도시생활에서 모두들 살아남기 위한 힘든 삶의 전쟁을 치루었다. 그리고 언제인가는 나를 기다리고 있는 감나무가 있는 고향집으로 가리라 꿈도 꾸고 다짐도 해보았다.

하지만 그들은 이미 도시에서 자식을 낳고 경제 기반을 닦은 사람들이 되어 고향집에 감나무가 지금도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모르고 살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내가 태어난 고향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 감나무가 우리의 아버지이고 어머니다. 지금도 서서 기다리고 있다

글·그림 조경훈 시인·한국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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