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김형정-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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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김형정-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
  • 김형정
  • 승인 2022.06.29 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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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정(순창읍 경천로)

형제자매가 많은 가난한 집안의 장녀는 거의 학업을 중단하고 가난한 가족의 생계뿐만 아니라 동생들의 학비를 벌기 위해 희생양이 되었던 그 시절.

그 가난을 이겨낸 여성이 넉넉한 품으로 주변을 돌보는 드라마를 보며 가난했던 시절을 회상합니다. 가난한 집안의 장남은 온갖 지원을 받으며 학업에 매진했던 상황과 사뭇 달랐지만 아무렇지 않던 시절이었습니다.

가난한 집안의 큰딸은 돈 벌러 공장으로, 집안을 일으켜야 한다는 강박에 찌든 가난한 집안의 큰아들은 학비 보태는 누이를 생각하며 학교 도서관과 자취방을 전전하며 공부했던 그 시절은 먹고 싶고 입고 싶은 욕망을 억누르며 돈 버는 큰딸과 큰아들 모두 무거운 어깨로 굽은 등 펼 날 없었습니다.

책임감의 종류만 다를 뿐 본질은 같기 때문입니다. 허기진 배를 물로 채우며 동전 몇 닢으로 산 기계 호떡을 한입에 먹지 못하고 나눠 먹으며 하루를 버터야 했던 끔찍한 가난은 지금 생각해도 끔찍합니다.

 

5남매 장녀이자 고명딸의 억척스런 삶

얼마 전 종영한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의 주인공 생선장사 정은희(이정은)를 보며 그 시절이 생각나 눈시울을 적십니다.

드라마에서 정은희는 14, 5남매의 장녀이자 고명딸입니다. 집에서 기르던 돼지를 팔아 수학여행 경비를 마련해줄 정도로 예쁜 고명딸이고, 수학여행 간 육지(목포)에서 잘 생기고 공부도 잘하는 친구에게 먼저 좋아한다고 고백하며 가슴 설레는 추억도 만듭니다.

그러나 그녀의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면서 장녀로서 남동생들을 부양하기 위해 학업을 중단하고 생선 장사에 뛰어듭니다. 사랑 꿈 모두 포기하고 오로지 돈만 보고 삽니다.

생선 대가리를 쳐가면서, 내장을 팍팍 긁어가면서, 비닐 쳐가면서악착같이 돈을 벌어 알아주는 현금 부자, 조물주보다 더 세다는 건물주가 되었습니다.

남동생들 모두 공부시켜 장가보내는 성공은 이뤘지만, 자신은 정작 변변한 연애 한 번 못한 채 중년 오십에 접어듭니다.

가족들 뒤치다꺼리하다가 인생 쫑난 그녀에게 찾아온 수학여행 때 고백한 첫사랑 최한수(차승원)와 부잣집 딸 고미란(엄정화)의 도움을 우정으로 생각했는데 그 관계를 공주와 무수리로 깎아내리는 반 친구들의 수군거림을 늦게 발견하고 받은 상처가 아직 가시지는 않았는데 다시 만나, 또 다시 상처받는 장면을 보며 또 눈시울을 적십니다.

 

가난한 시절 입은 정신적 손상

드라마에서 정은희는 형편이 어려운 친구들을 도와줄 만큼 경제적으로 성공했지만 가난했던 시절 부잣집 딸 고미란이 결코 편한 존재는 아닙니다.

그러나 다른 친구들이 고미란이 세 번 결혼하고 세 번 이혼한 것을 힐난해도 고미란을 지키며 위로했는데 자신을 세상 만만한 따까리로 여기고 있다는 것을 또 뒤늦게 느끼며 가난했던 그 시절 빈부 격차와 그때의 수직적 위계질서가 30년 넘게 지난 중년이 되어서도 여전하다는 현실에 화가 치밉니다.

하지만 정은희는 티 내지 말고 최선을 다하자. 그래서 옛날 미란이한테 진 빚 갚고, 고미란 이랑 똑같은 인간은 절대 되지 말자고 다짐했는데 3년 만에 제주에 온 고미란에게 끝까지 의리 있는 년, 멋진 인간 소릴 듣고 싶가식을 들킵니다.

열심히 노력해 가난은 극복했지만, 그 시절 받은 정신적 손상은 치유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제주 수산시장 제일의 현금 부자이자 건물주가 되었고, 받지 않을 심산으로 친구들에게 거액을 빌려주는 의리 있는 친구의 호의가 가난 때문에 받은 상처를 가리기 위한 자기 위안으로 치부될 수 있다는 생각에 왠지 화가 납니다.

첫사랑 최한수가 돈을 빌리려고 일부러 접근했다는 것을 알려주는 친구에게 호통 치는 우정과 학창 시절 부잣집 딸 고미란에 대한 우정의 결이 다른 건 당연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물질적 풍요가 정신적 여유 밑거름?

물질적 풍요가 정신적 여유의 밑거름이 되는 자본주의 세상이기에 그는 부자가 되어서도 가난에 잠식당한 영혼을 구원받지 못했다는 한 대학교수(대중문화평론가)의 말에 동의하지 않는 것은 내가 아직 가난하기 때문인가요?

드라마를 좋아하는 나는 드라마가 전달하는 메시지에 충실해집니다.

작가의 의중을 넘보거나 따지기보다 그날 그 장면과 그때의 감정에 충실해 울고 웃습니다.

그래서 또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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