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연의 그림책(22) 늑대가 들려주는 ‘진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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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연의 그림책(22) 늑대가 들려주는 ‘진짜’ 이야기
  • 김영연 길거리책방 주인장
  • 승인 2022.07.06 08: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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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 돼지 삼형제 이야기 다들 알고 계시나요?

엄마 돼지가 돼지 삼형제를 독립시킵니다. 그러자 첫째 돼지는 짚으로 집을 짓고, 둘째는 나무로 집을 짓고, 막내는 벽돌로 튼튼하게 집을 짓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늑대가 나타나죠. 첫째 돼지의 짚으로 만든 집은 훅 불어 날려버리고, 나무로 된 집도 부숴 버리고, 마지막 벽돌로 지은 집은 어쩌지 못해 굴뚝으로 들어가려다 늑대가 혼이 나는 이야기, 어떤 책에서는 늑대가 뜨거운 물에 빠져 죽었다고 하고......

 

제가 어렸을 때 이 이야기는 한마디로 유비무환, 튼튼한 집을 지어야 한다는 아주 교훈적인 이야기로 알아 왔습니다. 늘 돼지(약자)의 입장에서 늑대(강자)이야기를 들려주었죠. 존 셰스카는 늑대는 나쁘고, 돼지는 착하다는 이 이야기를 한번 비틀어서 보여줍니다. 늑대의 입장에서 말이죠. 자 이제 늑대의 이야기를 들어볼까요?

 

늑대가 들려주는 아기돼지 삼형제 이야기

 


우선 표지를 한 번 자세히 들여다볼까요? 표지가 마치 신문처럼 보이네요. 오른쪽 아래 신문을 움켜쥐고 있는 돼지의 손(?)이 보여요. 사진속의 늑대는 두 눈을 감은 채 볼을 부풀려 바람을 내뿜고, 돼지 2마리가 뒤로 넘어져 있네요. 그런데 자세히 보니 늑대의 한 쪽 귀가 신문지면 바깥으로 튀어나와 있어요. 마치 귀를 쫑긋하고 독자들의 시선을 의식하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신문기사는 A. WOLF 라는 늑대 기자가 쓴 걸로 보이죠? “THE TRUE STORE OF THE 3 LITTLE PIGS” 라고 기사 제목도 보이구요. 과연 늑대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어떤 이야기일까? 정말 진짜’ (REAL) 이야기일까요?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봅시다.

이야기의 주인공은 알렉산더 울프입니다. (바로 표지의 기사를 쓴 늑대군요) 우리가 알고 있던 늑대 이야기는 모두 거짓말이라고 주장합니다. 늑대가 돼지를 잡아먹는 건 사람들이 햄버거를 먹는 것처럼 당연하다고 합니다. 늑대의 말에 의하면 늑대가 할머니 생일 케이크를 만들려고 할 때 마침 설탕이 떨어져서 이웃 돼지네 집으로 설탕을 얻으러 갑니다. 지푸라기로 집을 지었다고 비웃으면서 말이죠. 감기에 걸린 늑대(이것도 늑대의 말이죠)는 요란하게 재채기를 했습니다. 지푸라기 집은 폭삭 무너지고 돼지는 깔려 죽고 말죠. 그리고 늑대는 그걸 햄이라고 우기면서 다 먹어버리죠. 설탕을 못 얻은 늑대는 그 옆집으로 갑니다. 나무로 집을 지은 둘째 돼지네 집이었어요. 여기에서도 여러분이 생각하는 일이 그대로 벌어집니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 돼지네 벽돌집 문을 두드립니다.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늑대의 말에 의하면 첫째 돼지는 불러도 대답이 없었고, 둘째 돼지는 꺼져라고 소리쳤고, 셋째 돼지는 자신의 할머니에 대해 나쁜 말을 했다고 합니다. (늑대는 나쁘고, 돼지는 착하다는 고정관념을 깰 필요는 있겠지요.)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던 늑대는 셋째 돼지네 집 문을 부수려고 재채기를 하면서 야단법석을 떨었지요. 늑대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허리를 뒤로 잔뜩 젖혔다가 있는 힘을 다해 재채기를 하는 늑대의 모습도 보이고, 마이크, 취재수첩을 들고 기자들이 몰려옵니다. 방망이를 든 돼지 경찰의 모습도 보입니다.

 

사실과 진실

다음 장면에서 돼지 신문의 지면을 보여줍니다. 재채기하는 늑대의 사진과 커다랗고 고약한 늑대라는 제목이 보입니다. 처음에 보았던 책 표지의 신문 내용과 사뭇 다릅니다. 돼지신문기자들이 꾸며낸 이야기라는 것이 늑대의 주장입니다. 객관적인 사실을 보도하는 것이 신문이지만 사실 신문에도 신문사, 또는 기자의 관점이 드러날 수밖에 없습니다.

여러분이 알고 있던 이야기와 무엇이 같고 무엇이 다른가요? 늑대가 돼지 2마리를 먹었다는 사건, 사실(fact)은 같습니다. 진짜(real) 일어난 일이죠. 하지만 누구의 입장에서 보느냐에 따라 이렇게 달라집니다. 한 가지 사건을 놓고 서로 다른 입장에서 말한다. 서로 자기에게 유리하도록 말이죠.

과연 누가 거짓말을 하고 있고, 누구의 말이 진실(true)일까요?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한가요? 정말로 늑대가 억울한 일을 당한 걸까요? 아니면 감옥에서 빠져나오려고 뻔뻔하게 거짓말을 하고 있는 걸까요? 다른 동물들은 누구의 편을 들었을까요?

 

늑대는 무죄인가? 유죄인가?

마지막 페이지에서 늑대는 수염이 덥수룩한 채 감옥에 갇혀 있습니다. 억울한 늑대를 풀어주어야 할까요? 과연 죄인일까요? 그렇다면 무슨 죄를 졌나요?

늑대의 행동으로 집이 무너지고 돼지가 죽었습니다. 돼지 가족의 입장에서 보면 죽은 것도 억울한데 늑대에게 잡아먹히다니요. 재산상의 손해, 살인, 시신 훼손, 정신적 피해..... 늑대를 반드시 처벌해 달라고 하겠지요.

반대로 늑대의 말이 사실이라면, 죄가 없다면 늑대를 변호해 봅시다. ‘늑대의 재채기는 고의가 아니었고 어쩔 수 없는 생리적인 현상이었다. 눈앞의 음식을 밖에 그냥 두면 상한다. 차라리 누구라도 먹는 게 낫다. ’ 여러분은 늑대의 주장에 동의하십니까?

백번 양보해서 늑대의 말이 사실이라고 쳐 봅시다. 그렇다고 늑대는 죄가 없을까요?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한가요? 아이들 혹은 가족들과 함께 책을 읽고 토론해 보고 독후활동으로 신문만들기를 해도 좋겠습니다.

여기서 논쟁점은 늑대의 행동은 우발적인가? 계획적이었나? ’, ‘늑대는 어떤 법을 어겼나? ’, ‘누구의 책임이 더 큰가?’ 등입니다.

 

요즘 우리가 사는 세상에도 신문, 방송, 인터넷에 확인되지 않은 가짜 뉴스들이 판을 칩니다. 신문에 실린 기사들은 다 진실일까요? 우리시대의 늑대는 누구이고, 돼지는 누구일까요? 현명한 지혜가 필요한 시대입니다.

 

존 셰스카의 이야기가 레인 스미스 그림작가를 만나서 한편의 그림책으로 완성되었습니다. 글은 늑대의 변명을 들려주고, 그림은 우리에게 진실을 보여줍니다. 부디 진실을 만나시길......

 

[존 셰스카의 다른 책들]

 

 

  • 저주 (존 셰스카 지음/레인 스미스 그림/여태경 옮김/시공사) : 즐거움, 매력을 느끼게 하는 책. 이 세상 모든 것들은 수학문제로 생각할 수 있다고.

 

  • 왕자 그 뒷이야기 (존 셰스카 글/ 스티브 존슨 그림/보림) : 우리가 잘 아는 왕자이야기의 패러디 그림책. 왕자와 공주는 과연 행복했을까

 

  • 고약한 치즈맨과 멍청한 이야기들 (존 셰스카 지음/레인 스미스 그림/이상희 옮김/담푸스): 옛날 이야기들을 엉뚱하게 패러디한 이야기들을 모은 책. ‘잭과 통나무의 잭이 해설자이자 책을 만드는 편집자로 등장한다

 

  • 아트를 봤나요? (존 세스카 지음/레인 스미스 그림/엄혜숙 옮김/밝은 미래): 현대 미술에 대한 호기심을 불러 일으키는 예술 그림책. 찾아 뉴욕현대미술관에 들어간 주인공의 이야기. 찾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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