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미육아] 며느리 수술, '가족'이 얼마나 소중한지 알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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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미육아] 며느리 수술, '가족'이 얼마나 소중한지 알았습니다.
  • 조은영
  • 승인 2022.07.13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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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영(동계 내룡)

아침에 일어나 가족을 위해 식사를 준비하고 집안일을 하며 보내던 일상이 갑자기 사라져 버린다면 어떻게 될까요? ‘맨붕상태가 아닐까 합니다.

지난 621일 우리 가족에게 일어난 일입니다. 둘째를 임신한 며느리가 기침이 심하고 답답함을 견디지 못하자 사돈께서 ○○대학병원 내과에 방문하였다고 합니다. 의사 선생님께서 여기서는 할 수 없다며 큰 병원을 권유 하셨고, 서울에 있는 □□병원에서 진료를 받았습니다.

그 병원 담당 의료진은 당장 수술을 해야만 한다는 청천병력 같은 말을 했습니다. 실감이 나질 안았고, 믿을 수 없는 말에 며느리는 조금만 시간을 주세요. 아이가 더 자랄 수 있는흐려지는 며느리의 체념에, “당장 수술을 하지 않으면 산모와 아이 모두 죽어요의사의 단호한 말에 밤새워 고민하던 31살의 며느리는 아침 7시에 수술을 결심하였습니다.

며느리의 병명은 폐동맥 고혈압이었습니다. 산모의 심장에 천공이 있어 우심실과 좌심실의 혈액이 섞이고 있고 폐동맥이 좁아져 혈액공급이 잘 안되니 심장이 부어 있다는 것입니다. 보통은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가 어느 날 갑자기 회복하기 힘든 상황에 처하게 된다고 합니다. 심장이 붓고, 호흡곤란과 답답함, 흉통, 어지럼증, 다리부종 등 증상이 나타난다고 하는데, 이러한 현상을 임신으로 인한 것이라고 여기고 있었으니 하마터면 치료 한 번 못하고 큰일을 당 할 뻔 하였습니다.

지난 622일 오후 3시경 제왕절개 수술로 행복이가 세상에 나오게 되었습니다. 262700g밖에 되지 않은 행복이는 스스로 살기 위해 본능적으로 뱃속에서 나오자마자 크게 울어 주어서 폐 속의 양수를 뱉어내고 인공호흡기 없이 호흡을 했다고 하니 기적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인큐베이터에 들어간 그 후로도 호흡을 도와주는 보조 기구만을 의지해 씩씩하게 잘 자라고 있다고 하니 우리나라 의술이 대단함을 느끼고 있습니다.

하지만 며늘아기는 수술한 지 12시간이 지나면서 위험한 상황에 처하게 되고 중환자실에서는 각 분야의 의사가 분주하게 움직였습니다. 병실 앞 의자에서 밥도 못 먹고 며칠을 울며 현정이 없이 살 수 없다고, 두 돌도 지나지 않은 첫째와 핏덩이 둘째를 키울 수 없다며 오열하는 아들을 보니 견딜 수 없는 슬픔에 가슴을 찢습니다.

수술이 끝나고 보름이 지나기까지, 몇 번의 위기를 겪은 후, 폐동맥 고혈압 전문의가 있는 서울 △△병원으로 전원을 하였습니다. 그 후 3일이 지나자 며느리는 위급함을 넘기고 병세가 호전되어, 말은 못하지만 고개도 끄덕이고 눈물도 보이면서 영상통화까지 가능하게 되었습니다.

일생을 통하여 이렇게 이해할 수도 인정할 수도 없는 일은 없었습니다. 아들은 말합니다. “지금껏 나의 삶은 사치였다, 집이 없어도 돈이 없어도 괜찮아현정이가 살아만 있으면 돼어떤 모습이든 그냥 살아만 달라고, 두 딸이 엄마라고 부를 수만 있게 해 달라고 합니다. 그런 아들에게서 연락이 왔습니다. “엄마 이제 고비를 넘겼어요. 현정이 살았어요.” 안도의 말을 전해왔습니다.

하루아침에 소소한 삶이 없어졌습니다. 누구에게도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 일어났습니다. 이것은 모든 것을 잃어버린 고통이었습니다. 이 일로 우리가족은 가족이 얼마나 소중한지 새삼 알게 되었습니다. 배려하고 아끼며 서로 사랑으로 소중하게 대할 것입니다. 고통이 찾아 왔을 때 주변인들은 말로써 위로를 합니다. 말로써 걱정을 합니다. 그러나 가족은 행동을 합니다. 무엇을 해야 할지 찾아 나섭니다. 함께 울고 아파하며 기꺼이 자신을 내어줍니다. 그래서 가족입니다.

우리 가족에게 소소한 일상을 허락하신 신께 감사드립니다.

제23회 대한민국 여성미술대전’ 출품작인 <내 마음의 꽃>입니다. 지금 서울 인사동 한국미술관에서 전시 중입니다.

 

(저는 동계 장군목 섬진강이 내려다보이는 곳에서 천연염색 작품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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