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무역은 항상 정답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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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무역은 항상 정답인가
  • 김효진 이장
  • 승인 2022.07.27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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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진 이장(풍산 두지)

태풍급 다자간 자유무역협정이 몰려오고 있다. 알시이피(RCEP)와 더불어 시피티피피(CPTPP)가 그것이다. 이름과 뜻이 워낙 복잡하다.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내용인즉, 그간 개별 국가끼리 맺은 자유무역협정도 양이 차지 않아 다자간 역내 협정을 맺자는 것이다, 태평양 주변국들끼리. 그것도 무역장벽이 거의 사라질 만큼 자유롭게, 시나브로.

농민들과 어민들은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자유무역의 희생은 여태껏 언제나 우리 몫이라 아직도 더 빼앗아 갈 게 있나 싶지만, 그나마 방패막이던 관세가 96%까지 철폐된다. 당장 쌀값이 곤두박질치고 있는 마당에 호주, 베트남의 쌀이 들어올 것이 확실하다. 과수의 경우, 과거에는 국내에 존재하지 않는 병해충을 근거로 주요 수출국을 수입금지 지역으로 지정하여 사과, , 복숭아, 단감 등은 신선 상태로 수입되지 않았지만, 이제는 사정이 다르다. 축산분야도 수출지에서 돌림병이 돌아도 수입제한 조치를 할 수 없게 되는 등 비관세 장벽의 여러 규제 보호막조차 다 사라질 상황이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사고 때 일본산 수산물이 수입되어 유통될지도 모른다는 의심에 수산물 시장이 얼어붙어 큰 곤란을 겪은 적이 있는 어민들은 그야말로 초상집이다. 석 달 전 서울집회에선 최대 규모의 어민들이 집결했는데, 그중엔 23일 일정으로 집회에 참석한 울릉도 어민들도 있었다.

이번 다자간 자유무역협정은 이전 국가간 자유무역협정에 비해 턱없이 사회적 논의가 부족하다. 과거 한-칠레, -미 자유무역협정 때는 그래도 학계와 국회, 언론 등에서 상당한 문제제기와 논의 과정을 보여준 반면, 이번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의 경우 문재인 정부 말기에 와서야 느닷없이 내민 의제가 되었다. 현 정부야 뭘 기대하겠는가. 의장국 일본에 벌써부터 스스로 석죽어서 머리 조아리는 모습이 가관이다. 일본의 무슨 요군들 당당히 따져 묻겠나 싶다.

문제는 국제사회의 자유무역은 언제나 호혜적이고 상호주의를 견지하는가라는 의문이다. 미국이 과거에 수퍼 301라는 국내 무역법을 앞세워 우격다짐으로 상대 국가들과 불공정 교역을 추진해 온 것이 사실이며 최근 트럼프 행정부에서는 그 절정을 보였다. 최근엔 이번 협정에 가입하고자 하는 대만에게 의장국인 일본이 자국의 후쿠시마산 수산물을 수입하는 것을 조건으로 부쳐, 대만이 수입금지 조치를 해제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과연 이러한 국가간 협정이 호혜와 상호주의에 기반한 공정한 일들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자유라는 극한값으로 치닫는 세계무역 흐름은 경제적 호혜와 공정이 아닌, 정치 군사적 패권의 시소게임일 뿐이다.

이제 우리는 마스크로 호흡기를 가리고 굳이 극장을 찾지 않아도 안방에서 인터넷으로 영화를 소비하는 시절을 살고 있다. 멀티(메가)플렉스 영화관도 한때는 골라보는 선택의 자유를 주었지만, 이젠 극장까지 찾아가야 하는 불편과 나만의 공간을 점유하고픈 욕망을 해소해주진 못해 넷플릭스 등 인터넷 영화시장을 찾는 사람이 늘고 있다.

자유를 가장한, 편리와 소유를 향한 끝없는 욕망은 교역 시장을 통해서도 드러난다. 우리 땅에 나지 않는 생소한 과일과 우리 손으로 만들지 못한 상품을 갖고자 끝없이 탐닉 중이니 말이다. 금융, 서비스 등 물리적 이동이 거의 없는 상품이야 그렇다손 치더라도, 막대한 에너지가 소비되는 물류의 과잉 홍수시대에 굳이 내 것을 잃어버리면서까지 새것에 집착하는 인류의 생존방식을 보면서, 머지않은 미래에 자본의 속성이 인간을 집어삼키는 문명의 파멸을 가져오진 않을까, 부질없는 걱정을 하게 된다.

들녘은 제법 녹음이 짙어지고 있다. 올해도 어김없이 모내기를 끝내고 남들 안 하는 일에 한동안 매달리는 중이다. 20년 넘게 농사하면서 아직도 트랙터 기계 작업이 서툴러 논바닥에서 김을 매고 다닌다. 남들 보기도 창피하고 스스로 한심해서 자책을 많이 한다. 김매기 마지막 즈음, CPTPP 막자고 서울 데모 가자는 현수막을 면 소재지에 붙여달라는 연락이 왔다.

한국농업이 또 엄중한 상황을 맞았는데, 우렁이마냥 논바닥에서 뭐 하나 싶다. 나의 이 한심하고 무모한 노동도 여느 국가의 여느 농민보다 비교우위 위치에서 무역의 교환 대상에 포함되는지 잠시 생각해본다. 우스운 상상에 헛웃음을 지으며 논에서 나왔다.

이 글은 <한국농정신문>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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