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동안 잊고 있었던 반가운 책을 만났습니다. 월간 <작은책>입니다. 얼마 전 <열린순창> 림양호 발행인께서 월간 <작은책> 2022년 5·6·7월호 세 권을 한꺼번에 건네셨습니다.
월간 <작은책>을 언제 처음 접했는지는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습니다. 아마도 대학교에서 공부하던 20대 중후반에 월간 <작은책>을 만나지 않나 싶습니다. 당시에는 대학교 과방에 <작은책>이 놓여 있곤 했습니다. 대학교에서 전공한 학문이 ‘국어국문학’이다 보니, 아마도 누군가가 여러 사람이 다양한 글을 싣는 <작은책>을 구독하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꿈도 많고 문학에 대한 열정도 뜨겁던 20대 때 가끔 만나는 <작은책>은 소소한 행복감을 줬습니다. 때로는 유명 작가의 멋진 글도 만날 수 있었지만, 저는 이름 모를 사람들이 열심히 살아가는 이야기가 좋았습니다. 무명씨들이 진솔하고 따뜻하게 세상을 바라보는 글들이 좋았습니다.
<작은책> 7월호를 펼쳐보았습니다. <작은책>은 1995년 5월 1일 노동절에 창간한 월간지입니다. <작은책> 누리집에 소개된 창간 정신을 살펴봤습니다.
“‘일하는 사람들이 글을 써야 세상이 바뀐다’는 창간 뜻을 품고 지금까지 이어 오고 있습니다. 평범한 우리 이웃들이 가정이나 일터에서 겪은 일을 쓴 글로 엮었습니다. 꼭 알아야 할 시사, 정치, 경제 이야기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쉬운 우리말로 풀어썼습니다. 평범한 사람들이 살아가면서 깨달은 삶의 지혜를 함께 나누고,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 나가는 잡지입니다. <작은책>을 읽으면 올바른 역사의식이 형성되고 세상을 보는 지혜가 생깁니다.”
<작은책> 7월호는 통권 제325호입니다. 계산해 보니 <작은책>은 27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한 번도 멈추지 않고 매월 발행되고 있었습니다. 한 손에 쏙 들어오는 <작은책>의 외형은 변한 게 없었습니다. 내용도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 같습니다.
7월호 목차를 둘러보니 살아가는 이야기, 일터 이야기, 세상 보기, 쉬엄쉬엄 가요 등의 꼭지에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마음으로 전하는 글들이 빼곡했습니다. 그 중에서 눈길을 끄는 글 몇 개를 소개합니다.
△나는 지방 방송작가가(권지현) △노동조합 초보 사무장의 마음(반효은) △‘법피아’ 독재가 코앞에 다가왔다(윤구병) △아부지 돌아가싯단다(신혜진) △30대가리 도전! 대가리 깨질 뻔했다(송주홍) △요즘 중딩 교실 이야기-제로 콜라와 텔레파시(안정선) △정규직이 다는 아니다(김경학) △국민은 자기 수준의 정부를 갖는다(홍세화) △아파트 지하 주차장을 이용할 권리(박시진) △쿠바혁명박물관과 히론 기념관(박준상) △독립영화 이야기-너무 예쁜 니 얼굴(류미례)
모든 목록을 옮기지는 못했습니다만, 어떻습니까? 정말 다양한 주제를 다루고 있지 않습니까? 글쓴이를 보면 익숙한 이름도 있지만, 낯선 이름이 더욱 많지 않습니까?
<작은책> 맨 마지막 부분에는 “<작은책>을 함께 나누는 분들”이라며 “<작은책>을 응원하고 후원해 주시는 분들입니다. 고맙습니다”라고 독자 이름을 가나다 순으로 쭈욱 적어 놓았습니다. 두 쪽을 꽉 채운 이름 석 자, <작은책>을 구독하면서 힘을 실어 주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이름이 적힌 쪽을 넘기면 “월간 <작은책> 정기 구독 안내”가 나옵니다.
“<작은책> 구독료는 다달이 5000원씩 자동 납부하는 방식으로 신청을 받습니다. 새 독자는 물론 재구독해 주시는 분들도 자동 납부를 신청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자동 납부로 정기 구독을 신청하실 분들은 <작은책>에 전화나 팩스로 연락해 주세요. <작은책> 누리집 www.sbook.co.kr에서도 신청 가능합니다.”
<작은책> 한 권 값은 5000원, 1년 치 구독료는 6만원입니다. 눈길을 끄는 대목이 있는데, “외국에서 정기 구독을 하실 경우(구독료+우송료)”를 별도로 안내하고 있는 것입니다.
△1지역 : 일본, 중국, 대만, 마카오 7만9200원 △2지역 : 태국, 싱가폴, 동남아시아 7만 9800원 △3지역 : 북미, 유럽, 호주, 뉴질랜드 8만 5200원 △4지역 : 아프리카, 중남미, 서인도제도, 남태평양 9만 4800원
<작은책>은 누리집도 운영하고 있지만, ‘작은책’으로 받아봐야 제격입니다. 세계를 ‘작은책’으로 연결하고 있는 <작은책>의 무궁한 건투를 함께 빌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