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희경(복흥 추령)
특별한 인연
Goldstar Accent(골드스타 액센트)(어째 거꾸로 조립되어있네) 선풍기다.
친정 엄마랑 다름없는 우리 고모의 혼수품, 32년 전에 터치식이고 리모콘이 있던 선풍기.
그 당시 중학생이었던 내 눈에는 아주 신박한 녀석이었다.
8년쯤 고모가 쓰시고 선풍기 목이 딸까닥, 수리도 안된단다. 대학 다니던 나는 아깝다면서 버스를 몇 번 갈아타는 수고와 부끄러운 시선쯤은 기꺼이 감내하며 그 선풍기를 무작정 자취방으로 가지고 왔다.
그때부터 버려진 선풍기들을 주워다가 분해시키고 조립하면서 가까스로 요녀석을 살려냈다.
그리고 24년째 나와 함께 한다. 우리 서방님보다도 더 오래된 녀석이다.
며칠 전 아쉽게도 17년을 함께한 냉장고를 보냈다. 몇 번의 소생술로 3년을 연장시켰지만 (전원 빼놨다 다시 켜기) 시원섭섭 잘가라~~.
Goldstar 요녀석도 턱턱 거린다. 아직은 때가 아니다.
무던히도 찌질했던 나의 대학생활을 함께하고 이젠 예쁜 세 따님에게도 시원함을 선사해주는 요녀석이 신통방통하며 고맙다.
근래 요녀석 행방을 고모에게 영상으로 전했더니 깜짝 놀래신다.
그리고 “구입 당시 최고 비싼 선풍기였다”면서~ 목소리에 힘이 실린다.
Goldstar
아직 널 보낼 순 없다오~
올 여름도 잘 부탁한다.
(유희경 씨가 지난 7월 2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과 사진을 동의를 얻어 싣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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