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받은 며느리 대신 ‘할미 육아’를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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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받은 며느리 대신 ‘할미 육아’를 시작했습니다
  • 조은영
  • 승인 2022.08.03 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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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영 (동계 내룡)

이 글은 <열린순창> 713일자(595)에 실린 “‘가족이 얼마나 소중한지 알았습니다에 이어지는 내용입니다. <편집자>

첫째 손주 다율이와 백설이
첫째 손주 다율이와 백설이

 

아이에게 엄마만큼 다정하고 소중한 존재도 없을 것입니다.

중환자실에서 일반 병동으로 옮긴 며느리는 재활 치료도 열심히 하고 있으며, 힘내서 퇴원하게 되면 다시 얻은 생명으로 바르게 살고 싶다무엇보다 건강의 소중함을 알았다는 문자를 보내왔습니다. 262700g ‘둘째 행복이는 너무도 가냘프게 세상에 나왔지만, 생후 한 달 열흘째인 오늘(731) 1.2kg이 넘었고 스스로의 의지로 무탈하게 잘 지낸다고 합니다.

예전과는 다르지만, 다시 일상이 시작되었습니다. 아들 집에서 순창으로 손주, ‘첫째 다율이를 데리고 내려왔습니다. 다율이는 며느리가 아픈 바람에 안사돈 언니분에게 맡겨지면서 애착 이불공갈 쪽쪽이에 집착이 강해져, 하루종일 쪽쪽이를 물고 다녔지요. 나에게 주어진 할미 육아의 첫 번째 시험은 쪽쪽이를 끊어야 합니다. 어떻게 해야할 지 난감합니다.

아이를 먹이고 입히고 재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하는 말이 있듯이 교육도 놓칠 수 없습니다. 아들은 엄마(며느리) 대신 놀아주고 책도 읽어 주며, 모든 것에 우선해서 다율이에게 시선을 떼지 말라고 부탁합니다.

며느리가 있는 상황에서 아이를 돌보는 것과 처음부터 끝까지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하는 주 양육자가 되는 것은 다른 거 같습니다. 옛말에 할머니와 자란 아이는 버릇이 없다는 소릴 듣는다하였습니다. 단순히 먹이고 재우는 일이 전부가 아니기에, 어린이집을 보내 부족한 부분을 도움받기로 하였습니다.

첫날은 원장님과 새싹반 담임 선생님을 만나보고, 운영 방침과 당부의 말을 들으며 공간을 둘러 보았습니다. 선생님께서 적어주신 준비물을 구입하려고 하니 며느리가 생각납니다. 치약이며 로션, 양치컵, 수건, 물티슈 등 다율이가 사용하는 물건을 살피고 혹시라도 놓치는 것이 있을까 고민하던 며느리였기에, 할미인 저도 무엇 하나 쉽게 살 수가 없었습니다. 몇 개 안 되는 물품을 구입하면서 며칠이 걸렸지요.

드디어 새싹반2 첫 등원입니다. 새로운 공간에 대한 호기심이 있으면서도, 다율이는 내 곁에서 잠시도 떨어지질 않습니다. “할머니, 집에 가?” 하며 울며 떼를 씁니다. 집안에만 있으니 또래 친구들과 어울리는 사회성이 걱정되기도 하고, 다시 고개 드는 코로나 위험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떨어지지 않으려 우는 아이의 모습을 보니, 망설여지기도 합니다. 시대가 변해서 오래전 육아를 고집할 수도 없는 여러 갈래 맘이 스쳐 갑니다. 역시 아이는 엄마 곁에 있어야 하나 봅니다.

첫날이라 적응이 필요할 거 같아, 매달리며 칭얼대는 아이와 2시간 정도 머물다 어린이집을 나왔습니다. 새싹반2 유아들 아무도 쪽쪽이를 무는 아이는 없다고 하는데, 종일 쪽쪽이를 입에 달고 있는 다율이도 며느리가 아프기 전에는 잠잘 때 잠깐 무는 정도였습니다. 애착 이불또한 잠시도 내려놓지 못하니, 말은 못해도 맘이 아픈 게 아닐까 싶어집니다.

집안일이며 저의 일 모두를 뒤로 하고 아이와 울고 웃으며 시간을 같이 합니다. 낮에는 노느라 쪽쪽이를 잊지만, 밤에 잠자리에서는 쪽쪽이를 달라고 어찌나 서럽게 우는지, 맘이 아픕니다. 아이나 어른이나 성장하기 위해서 눈물은 필연인가 봅니다. 3일째 되는 날, 다율이는 쪽쪽이를 찾지 않고 잠을 자네요. 엄마품이 얼마나 그리웠을까, 속이 깊은 것인지 엄마를 찾지 않고 할미를 잘 따르니 그저 고맙기만 합니다.

강원도 외가에서 지내던 다율이를 데려오면서, 저와 함께 지내던 강아지 백설이를 사돈댁에 보냈었습니다. 백설이는 2016년 순창에 귀촌하면서 아들이 데려왔습니다. 낯설고 정 붙일 곳 없던 시절, 백설이는 때로는 벗이 되어 7년이란 세월의 강을 함께한 가족이었습니다. 하지만 집안의 위기인지라 보낼 수 없다고, 말 한마디 못하고 먼 곳 강원도로 보내었지요. 사돈댁이니 믿을 수 있었고, 워낙 사람을 잘 따르니, 금방 적응할 거라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런데 얼마 되지 않아서 코카스파이엘 백설이를 알고 있느냐는 낯선 분의 연락을 받았습니다. 녀석이 며칠도 안 되어 집을 나갔다고 합니다. 머물던 곳에서 20km 떨어진 곳, 펜션을 운영하시는 분께서 연락을 주셨습니다. 목에 걸어둔 인식표를 동물병원에 의뢰했다고 하니, 감사함을 말로 표현할 수가 없습니다.

모르는 개가 갑자기 나타나서, 펜션 안으로 들어오는 차에 달려가 차 안에서 내리는 사람들을 살펴보고, 또 다른 차로 달려가기를 하루종일 반복한다는 것입니다. 백설이가 이동한 방향은 사돈댁에서 남쪽 방향으로, 즉 우리가 지났던 방향을 향했던 것입니다.

얼마나 애가 타고 무서웠을까요, 미안하고 또 미안해서 맘이 미어졌습니다. 며칠을 맘 앓이 하다가 백설이를 데려 왔습니다. 처음 마주하는 날 녀석의 모습을 잊을 수 없습니다. 좋아서 달려오던 몸짓, 눈빛, 소리를다율이는 백설이를 무척 좋아합니다. 조금은 힘들고 지치지만, 그것이 사랑이기에 앞으로도 함께 하려 합니다.

저의 사연을 접하고 많은 분들이 위로와 기도의 마음을 보내 주셨습니다. 고맙습니다. 신문을 보시고, 눈시울이 따갑게 우셨다는 선배님, “흘리신 눈물, 따뜻한 마음으로 이웃과 더불어 살아가면서 돌려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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