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산골프장 확장과 관련해 기사를 몇 건 썼더니 이런저런 얘기들이 들려 온다.
비밀이 없는 시대라고 한다. 단둘이 나눈 얘기도 녹음돼 순식간에 퍼지고, 여러 사람이 있는 자리에서 나눈 얘기는 비밀이라 하기도 힘들다. 기자를 험담하는 이야기를 여기저기서 들었다. ‘잘 알지도 못하는 것이 기사 쓴다’는 취지였다.
한 주민은 욕먹는다는 기자에게 “또 조 기자님만 욕먹으시네요. 그래도 말은 안 해도 항상 응원하는 사람도 있으니 애쓰세요”라고 말했다.
이 말을 듣고 머쓱했다. 기자는 ‘정의’나 ‘공익’ 위해서 골프장을 반대한다고 자신 있게 말하지 못하겠다. 2살 된 딸이 있고, 순창서 초등학교 다니는 조카들이 있다. 딸에게 또래의 소중한 친구가 생길 것이고, 조카들도 현재 어울려 노는 소중한 친구들이 있을 것이다. 기자에게 가장 소중한 이 아이들에게 문제 될 수 있는 일은 부모이자 삼촌으로서 최대한 막고 싶다는 생각이 크다. 어쩌면 개인적인 이유다. 하지만 기자는 골프장 확장 여부에 개인적 이득은 전혀 없다.
어쨌든 기자가 잘 알지도 못하며 기사 쓴다니, 다른 취재는 조금 미루고 골프장만 집중하고 있다. 여러 방법으로 다양한 얘기를 들었다. 이 골프장 운영 업체는 ㈜디케이레저로 광주에서 유명한 건설사인 ㈜대광건영의 자회사로 광주에 대광 로제비앙 아파트가 대광건영의 아파트 브랜드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군내 한 주민이 자신이 골프장 실소유주라는 듯 선후배에게 밥·술 사며 골프장 확장 반대하지 말아 달라는 여론을 만들고 있는 것으로 들었다. 누군가는 이 사람을 ‘브로커’ 내지 ‘로비스트’라고도 표현했다. 또, 군청에서 사무관으로 퇴직한 한 전직 공무원이 이 회사에 들어가 군청을 자주 드나들며 행정업무를 도맡아 보고 있는 것 같다고도 들었다.
떠도는 말이 사실이면 참 안타깝다. 순창이 고향인 사람들이 앞장서 아이들 위협하는 시설을 찬성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좋든 싫든 허울 좋은 ‘지역 경제 활성화’ 앞세워 여론 주도하며 주민을 회유하고 갈라 놓는다.
그래서 지난주, 실제 주민 여론은 어떤지 들어봤다. 한 주민은 “아파트 입주자들 밴드가 있는데 반대 의견이 더 많은 것 같다. 일부는 농약사용 피해 영상 등을 올리고 반대 의견을 쓰기도 한다”며 “솔직히 나도 반대다. 아파트값 떨어진다는 말도 하는데 그런 걸 떠나 아이들에게 피해가 갈 수 있는데 어떻게 찬성하냐. 총대 메고 나서지 못하지만, 누군가 반대에 앞장서면 같이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은 “요즘 지인들과 모여 얘기하다 다들 골프장 확장되면 안 된다고 얘기하더라. 나도 환경문제 생길 수 있는 골프장은 싫다. 사람 없는 산속에 하면 모를까 읍내 바로 옆 18홀 골프장이 웬 말이냐. 무조건 반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식당 운영하는 한 주민은 “마치 식당이 잘 될 것처럼 얘기한다는데 웃기는 소리”라며 “지금 골프장 이용하는 사람들 순창에서 밥 먹는 사람 얼마나 있냐. 다들 옥과, 담양 가서 밥 먹으면서 무슨 소리냐. 18홀 돼서 밥 먹는다고 해도 일부 식당일 뿐이다. 나도 식당하고 있지만, 일부 식당 장사 된다고 주민 대다수 피해 볼 수 있는 골프장은 찬성하지 않는다. 숙박은 더더욱 그럴 것이다. 누가 순창서 골프 치고 모텔에서 자겠냐. 그럴 사람들은 대부분 제주도나 해외 등 리조트 있는 골프장 갈 것이다”고 주장했다.
최 군수는 “금산골프장 확장은 제 공약하고 전혀 상관없다”고 못 박으며 “얼마 전 사업설명 하러 찾아왔는데 주민들이 환경적인 문제로 반대한다면 그 부분은 선결해야 할 것이라고 얘기했다”고 말했다.
며칠 동안 주민들 만나 이야기 들으며 기자가 생각했던 것보다 많은 주민이 골프장 환경문제를 신경 쓰고 있다고 느꼈다. 골프장 최종 허가자인 전북도는 많은 주민이 반대하면 허가에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반대하는 주민이 있다면 자신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내야 한다. 한 명 한 명의 의견이 모여야 힘을 발휘할 수 있다. 물론 찬성하는 이들도 마찬가지다.
내일(4일) 오후 2시, 읍사무소에서 골프장 확장 주민설명회가 있다. 많은 주민이 관심 가지고 자신의 의견을 제출하길 바란다. 무엇보다 눈앞의 이익을 좇거나 이익 좇는 이들에 현혹되지 말고 아이들의 미래를 생각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