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치 오봉리산 11번지 8부능선에 자리한 암벽에는 ‘亡日坮(망일대)’라는 한자가 새겨져 있다. ‘망일대’ 글자를 바라볼 때 바로 오른쪽 아래에 ‘大韓老人(대한노인)’과 왼쪽 아래에 ‘자 용원, 두, 덕, 장, 근, 한’이라는 글자가 보인다.

<광산김씨 족보>와 김영태의 부인을 기록한 <진주강씨묘갈명> 등의 기록에 따르면 ‘망일대’를 새긴 ‘대한노인’은 김영태를 칭한다. 김영태의 자(字)는 득중(得重,) 호(號)는 청한재(淸寒齎)이다. 김영태는 철종 7년(1856년) 9월 17일에 출생해 갑술(1934년) 2월 12일에 졸하여 쌍치 피노리에 위치한 선고 묘 왼쪽 위에 안장됐다. 현재는 곡성으로 이장했다.

바위에 새긴 ‘망’자는 ‘망할 망(亡)’자는 아니지만 일제의 단속을 피하기 위해 같은 의미의 망자를 새겨넣은 것으로 ‘망일대’는 “일본이 망하길 바란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관련 기록에 의하면 청한재 김영태는 ‘1910년 경술국치 후 일본 속국민이 아닌 대한제국의 노인이라 칭하고 일본이 망하기를 간절히 원했다’고 전해진다.

 

망일대, “일본이 망하길 바란다”

“나라는 없어졌는데 늙어만 가고”

지난 6월 22일 순창군군립도서관에서 청한재 김영태의 손자인 김인중(교사 퇴직, 청각장애 있음) 씨와 김인중 씨의 후배인 정현창(교사 퇴직, 퇴직 후 전남대 박사학위) 씨를 만났다. 이들은 김영태 씨와 관련된 자료를 한 보퉁이 풀어헤쳤다.

김영태는 고종 19년(1882년) 통덕랑에 제수되고, 고종 29년(1892년) 사헌부감찰에서 통훈대부 돈녕부도정에 올랐다. 김영태는 경술국치(1910년) 후에 순창 노촌(老村·쌍치 피노마을)으로 이주했다. 김영태는 현재 쌍치 오봉리에 축대를 쌓고 ‘망일대’를 지어 몸을 숨기고 굽이치는 강물(현 추령천)이 내려다보이는 바위 위에서 스스로 대한노인이라 부르며 이런 시를 남겼다.

 

나라는 없어졌는데

이 사람은 늙어만 가고

일편단심한다고 속이기도 어렵구나

흰구름 물 위에 흘러가고 낚시질하는 이 자에게 누군가 금함이 있을까

 

 

바른 일만 행한 ‘대한노인’ 김영태

순창군, 독립유공자 적극 찾아야

김영태는 덕망이 높은 가문에서 태어나 일찍이 가정의 가르침을 받아 사람을 대하고 물건을 접할 때도 출중했다. 사물에 통달하고 민첩하며, 충성스러운 신의로써 속이지 아니하고, 수신제가의 바른 규범으로 의로운 본보기가 되었다.

김영태는 1856년 9월 17일 담양군 대곡에서 출생하였다. 갑자기 난세를 당하자 우국충심으로 의병을 모아 적들을 토벌하였으나 성공하지 못했다. 적들은 도리어 김영태의 의로움에 감복해 석방해 준다. 남아로서 재능이 있어도 시대는 불운했다. 리(里)와 도지(道誌)는 김영태를 이렇게 기록했다.

“임금을 존경하고 백성의 범속을 다려서 후세에까지 전한 연후에 가슴에 품고 감출 것인가, 축대를 쌓아 망일대를 짓고 스스로 호를 지어 대한노인이라고 하면서 바른길을 행한 일 외에는 넘지 아니하였다. 의관을 규칙에 맞게 하였고 속세에 속이지 아니하였으며 부지런히 애쓰고 그 도에 임하면 용맹은 우뚝하였다. 그 입지(立志)를 높게 아는 자는 그를 알고, 춘풍기수의 즐거움도 알지 못하는 자가 됨으로써 초야에서 농사를 짓고 시골선비라고 말하였다.”

정현창 씨는 “현재 청한재 김영태 선생의 자료를 모으고 있다”면서 “순창군도 순창 지역에서 독립 유공에 헌신하신 분들을 한 분이라도 더 찾아내 순국선열의 피맺힌 혼을 달래드리는 일을 계속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