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부 대상] 나의 ‘경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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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부 대상] 나의 ‘경천’
  • 정설희
  • 승인 2022.08.09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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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설희 순창고등학교 1학년

누군가 나에게 순창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소를 고르라 한다면 나는 망설임 없이 경천 가로수 길을 고를 것이다. 그만큼 경천 가로수길은 2016년 내가 처음으로 순창에 왔을 때부터 고등학교에 입학한 2022년까지 나에게 큰 의미가 되었던 장소이다. 누군가에게는 단순히 가볍게 걸을 수 있는 산책로이거나 의미 없이 지나치는 거리일 수 있어도 이 거리에는 많은 사랑과 사람들과 나의 추억들이 있는 곳이다.

내가 전라남도 구례에서 201611월달에 순창으로 이사를 왔을 때 이사가는 집에 들리기 전에 아버지와 손을 잡고 처음으로 경천 가로수길에 왔었다. 초등학교 4학년이던 당시 나는 순창이 어딘지도 모른 채 이사 왔다는 사실 하나로 신나하고 있었다.

아버지는 나와 경천을 거닐면서 자신의 고향인 순창에 대해 이야기해 주셨다. 물론 6년전 일이라 아버지의 추억이 어떤 것들이었는지 기억이 나진 않지만 순창에서 첫 추억을 경천에서 쌓았기 때문인가 힘든 일이 있거나 혼자 생각할 것들이 너무 많을 땐 항상 이 거리에 와서 걸으며 생각을 정리했다.

생각해보면 초등학생 땐 무슨 고민이 있길래 여기에 와서 거닐며 많은 생각을 했는지 모르겠다. 당시 작고 어리던 나에게는 나름 무거운 문제들이었는데, 경천을 걸으며 울었던 적도 있었다. 지금은 당연히 그때의 나의 고민이 무엇이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기억이 난다 하더라도 상처받지 않고 웃으면서 넘길 수 있는 문제들일 것이다. 지금 나의 고민도 몇 년 뒤의 나에겐 귀여운 고민거리들로 생각되었으면 좋겠다.

아쉽게도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난 뒤 중학교에 입학하고 나서는 경천을 찾는 일이 줄어들었다. 딱히 고민거리가 없었던 것은 아니고 그저 슬픈 일이 있을 때면 경천보다는 사람을 찾기 시작했다.

그렇게 오지 않던 경천을 올해 봄에 벚꽃을 보러 다시 가게 되었었다. 유난히 올해 벚꽃은 몽글몽글 예쁘게 피었는데 그래서 아버지와도 같이 가고 친구들하고도 가고 시간이 나면 혼자라도 벚꽃을 보러 자주 경천에 갔었다. 우리 지역에 이렇게 예쁜 장소가 있는데 왜 벚꽃 구경을 갈 때 다른 지역부터 생각했는지 몇 년간의 내가 후회스럽기도 했다.

올해 아버지와 다시 경천길을 찾았을 때는 어딘가 조금 슬펐다. 6년이라는 시간 동안 키가 150을 겨우 넘었던 나는 어느새 160이 되어 있었고 아버지의 얼굴에는 주름이 조금씩 잡히기 시작하였다. 수염으로 까슬까슬하던 아버지의 볼에 언니와 나는 서로 더 많이 뽀뽀하려고 했는데 이제는 서로 거부하는 일이 된 것도 나쁘지만은 않지만 나에게 쓸쓸함을 주었다. 아버지와 걸으면서 내가 많이 컸고 아버지도 늙어가는구나 생각하였다.

혼자서 경천 벚꽃길을 걸을 때 나는 많은 느낌을 받았다. 우선 경천에 처음 왔을 때의 작고 걱정 없던 초등학생인 나는 어느새 커서 17살의 고등학생이 되어 있었다. 시간이 지나고 어른에 가까워짐에 따라 나에게는 더 무겁고 현실적인 문제들이 다가왔다.

그래서 어릴 적 걱정들을 해소했던 경천을 올해 더 찾아간 것 같기도 하다. 정말 많은 걱정에 눌려 무거운 발걸음으로 경천을 걷고 있을 때 고개를 들어 앞을 보니 많은 연인들과 부부들, 어머니를 모시고 산책을 나온 자녀들, 이곳에 처음 왔을 때의 나보다 한참 어린아이들이 모두 하나같이 얼굴에 미소를 띠고 이 거리를 걷고 있었다.

그 순간 걱정을 잊고 그들과 같은 미소를 띠울 수 있었다. 경천에선 생기가 넘쳤고 한 명 한 명의 미소가 나에게 희망을 주는 것 같았다. 봄이 되면 평소 각자 일에 치여 시간을 보내기 힘든 가정들도 벚꽃을 보기 위해 나와 행복하게 노는 모습을 보니 나도 덩달아 마음이 따뜻해졌다.

그런 것들을 보며 내가 행복을 너무 멀리서 찾고 있진 않았는지 생각했다. 나에겐 예쁘게 핀 벚꽃도 행복이었고 떨어지는 벚꽃잎을 보고만 있는 것도 행복이었고 누군가의 미소를 보는 일도 행복이었는데 고등학생이 된 나는 행복이란 것을 어쩌면 너무 멀리 생각하고 있었던 것같다. 그래서 이날 단 하루의 경천 벚꽃길 산책이 나에게는 큰 행복이 되었고 감동이 되었다.

이렇듯 나에게 경천 가로수길은 잠깐 잊혔었지만 언제나 나의 고민들을 해결할 수 있는 장소이고 생기와 미소를 느낄 수 있는 곳이다. 너무 생각이 많고 머릿속이 복잡할 때도 이곳에 와 걸으면 점차 생각이 정리가 되고 할 수 있다는 희망을 얻고 가는 것 같다.

아버지가 나에게 이 장소를 알려주셨던 것처럼 나도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이곳에 데려가고 싶다.

*이 글은 20회 순창청소년 백일장고등부 문학 대상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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