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담농사일기(26) 마토와 수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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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담농사일기(26) 마토와 수단이
  • 차은숙 작가
  • 승인 2022.08.17 08: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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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은숙(글 짓는 농부)

7월 말 아주심기를 한 토마토의 가을 작기가 시작되었다. 꽃을 물고 오지 않은 어린 모종들을 심었다. 토마토 모종은 곡성에 있는 육묘장에서 기르는데, 모종을 받아 심기 전에, 잘 자라는지 궁금해서 육묘장을 가보고는 한다.

육묘장에 가면 트레이에 씨앗만 뿌려진 단계부터 접목을 하고 핀을 물고 있는 어린 모종, 핀을 풀고 농장으로 옮겨갈 날을 기다리는 모종까지 만나게 된다. 우리가 식탁에서 만나는 많은 과채류들이 병해충에 강하고 잘 자라서 수확할 수 있도록 접목을 하는 것들이다.

육묘장의 토마토 모습
육묘장의 토마토 모습

 

살펴보고 헤아리는 농부의 일

7월 말 농장으로 온 모종들은 아무리 현대식 시설이 갖추어진 육묘장이라 해도 무더위를 견디느라 고생이 많았는지 기운이 없어 보였다. 침지를 하고 서둘러 모종을 심은 뒤에 물을 주었다. 이제 얼추 기운을 차리고 뿌리를 내렸고 꽃이 피기 시작한 모종을 들여다보는 게 요즘의 일이다.

한낮의 온도가 30도 넘게 오르면 하우스 내의 온도는 40도를 훌쩍 넘어가는 게 예사다. 이런 때는 더위를 견딜 수 있도록 커튼으로 햇볕을 가려준다. 그런데 햇볕을 가려주는 시간이 길면 웃자라기 쉽고, 땡볕을 그대로 받아도 스트레스를 받기 때문에 차광을 하는 게 어렵다. 토마토한테 물어볼 수도 없다. 잘 살펴보고 헤아리는 게 농부의 일인데 이게 참 쉽지 않다. 똑같은 토마토를 보며 마음 날씨만 흐렸다 개었다 한다.

하우스 두 동에서 자라는 토마토가 햇볕과 물 관리를 어떻게 해야 하나 고심하는 것과 달리 녹비작물로 수단그라스를 심은 한 동은 태평성세다. 이 엄청난 폭염을 자양분으로 날마다 폭풍 성장 중이다. 3년 연속 봄, 가을 토마토를 심었던 하우스에 작년부터 한 동씩 돌아가며 토마토 대신 수단그라스를 심었다. 다른 작물이 자라는 하우스 안의 풍경이 사뭇 달라 아침 일찍 농장에 출근하면 마토(토마토)를 먼저 살펴보고, 수단이(수단그라스)는 어때? 하며 묻는다.

녹비작물은 건강한 땅을 만들기 위해 밭에 넣어줄 작물로, 밭갈이를 할 때 줄기와 잎을 파쇄해서 넣으면 땅속에서 분해되어 퇴비처럼 영양분을 공급하고 땅심을 길러 화학비료를 대신 할 수 있어 친환경 농법에 적합하다고 한다.

마토
수단이

 

톡톡, 슥슥, 씨앗 뿌리는 여러 방법

작년에 수단그라스 씨앗은 흩뿌림으로 뿌렸다. 씨앗을 비료 뿌리는 것처럼 두둑에 뿌리고, 뒷쪽에는 이랑에도 뿌렸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어른 키만큼 자라난 수단그라스가 빽빽하게 들어서는 바람에 지나다닐 수도 없게 되었다. 며칠 더 지나니 하우스 한 동이 꽉 차버리는 사태(?)가 발생했다. 너무 밀식된 부분은 넘어지기까지 해서 예취를 하는데도 애를 먹었다.

올해는 작년보다는 더 잘 심어보겠다며 씨앗 뿌리는 방법을 찾아보았다. 씨앗은 크기나 모양이 제각각이다. 상추, , 부추처럼 아주 작은 씨앗부터 호박씨, 콩처럼 큰 씨앗까지 다양하다. 이런 씨앗의 크기는 어떻게 심어야 하는지를 결정하는 요소라고. 씨앗이 가진 크기에 따라 큰 씨앗은 깊이, 작은 씨앗은 얕게 흙을 파고 뿌려야 한다는 것. 당연한 이치인데 흙의 깊이라는 게 또 쉽지만은 않다.

씨를 뿌리는 방법도 크기가 작은 씨앗은 호미나 괭이 끝으로 줄을 내어 죽 심는 방법, 옥수수나 콩처럼 구멍을 파고 두세알 씩 심는 방법도 있다. 또 흙 위로 씨앗 골고루 뿌려서 심는 방법이 있다. 작년에는 멋도 모르고 흩어뿌림을 한 것이었다. 그것도 많이 뿌리면 좋은 줄 알고 욕심을 부렸던 것인데 올해는 새로운 방법으로 줄뿌림하기로 했다.

긴 이랑에 줄뿌림을 위해 긴 고춧대를 단단히 잡고, 나름 반듯하게 줄을 긋고 나서 스스로 잘했다고 칭찬까지 했다. 문제는 적당한 간격을 유지하며 몇 알씩 패인 곳에 넣는 것이었다. 허리를 구부리고 손으로 몇 알 씩 집어서 톡톡, 토독…… 씨앗을 뿌리고 나니, 한 고랑을 마치기도 전에 지쳐버렸다.

 

씨앗은 담장을 넘어 어디로 갈까

필요는 발명의 어머니라고 했던가? 페트병에 씨앗을 담고 뚜껑에 구멍을 냈다. 이것도 시행착오를 거치며 구멍을 넓히기를 몇 차례 하고 나니, 슥슥 씨앗들이 나오고 줄뿌림이 가능해졌다. 그렇게 씨앗 뿌리기를 마치고 또 제대로 뿌린 게 맞는지 몰라서 노심초사했다. 괜한 걱정에 아랑곳없이 수단이는 무럭무럭 자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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