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의료]공공병원이 필수의료에 집중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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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의료]공공병원이 필수의료에 집중하려면
  • 문정주 의사
  • 승인 2022.08.31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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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주 의사. 《뚜벅뚜벅 이탈리아 공공의료》 저자

의료는 수많은 분야로 나뉜다. 사람 몸속 장기마다, 골격을 이루는 뼈와 관절마다, 아픈 데 대한 진단이나 치료법이 다르기 때문이다. 같은 장기에 생긴 병이라 해도 환자가 어린아이인지 성인인지 노인인지에 따라 다르고 또 발병 초기인지 시간이 오래되었는지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그래서 어떤 의사도 의료의 모든 분야를 다 알 수는 없어 일정한 범위 안에서 환자를 치료하고 돕는다.

의료기관도 마찬가지여서 그곳에서 잘할 수 있는 의료 범위에 한계가 있다. 막연히 대형 대학병원에는 의사가 수없이 많으니 어떤 병이든 다 잘 보리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실은 그렇지 않다. , 난치병, 중증질환과 씨름하는 대형 병원 의료인들은 가볍게 앓는 초기 질병을 보는 데 뜻밖에도 서투르다. 그래서 가볍게 아플 때는 조그만 동네 의원을 찾아가야 좋다.

그렇다면 종합병원인 지역 공공병원이 담당해야 할 의료는 어디서부터 어디까지일까. 무엇에 중점을 두어야 할까. 시민의 건강과 안전에 관한 병원의 영향력을 고려할 때 매우 중요한 질문이지만, 우리는 이에 관해 아직 정한 바가 없다. 대표적 공공병원인 지방의료원에 관한 법률에도 의료원이 지역주민에 대한 의료사업(지방의료원법 제2, 7)’을 한다고 적혀 있을 뿐 범위나 중점에는 입을 다문다.

국립중앙의료원 누리집 갈무리
국립중앙의료원 누리집 갈무리

 

응급, 분만, 중환자, 감염병 진료

법률을 대신하는 것은 지역 현실이다. ·의원 대다수가 사립기관이고 의료가 상품처럼 거래되는 우리나라에서 공공병원이 중점을 두어야 하는 일은 응급, 분만, 중환자, 감염병 입원진료 등이다. 이런 일은 수익성이 없는 데다 힘들고 어려워 사립기관이 외면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분야들은 모두 지역 시민의 건강과 안전을 떠받치는 필수의료다. 종합병원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작은 의료기관에서는 엄두를 내지 못하는 일이기도 하다.

필수의료에 성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기관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더욱이 응급, 분만, 중환자, 감염병 입원진료는 의료진의 팀워크가 핵심인 의료다. 이를 위해 병원 운영진은 의사와 간호사를 안정적인 신분으로 고용해 필수의료에 숙련도를 높일 여건을 제공해야 하며, 업무 단위 간 협력을 지원해 팀워크를 뒷받침해야 한다. 제한된 숫자의 의료진, 제한된 숫자의 사무 행정 직원을 고려하면 이는 기관 전체의 역량이 여기에 투입되어야 하는 것을 뜻한다.

그런데 그에 못지않게 무거운 과제가 있다. 역량 집중에 앞서 해결되어야 할 과제가, 중점 범위 외 의료에 대한 축소, 다시 말해 외래진료 축소다. 종합병원으로서 경증질환에 관한 외래진료를 대폭 줄이는 것인데, 이 과제가 무거운 이유는 우리나라에 아직 의료기관 간 역할 분담에 관한 제도나 장치가 뚜렷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 과제가 앞서 해결되어야하는 이유는 지역 공공병원이 담당할 의료 범위를 명확히 해야 필수의료를 위한 역량을 확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의료기관의 역할 분담 없는 우리나라

의료기관 간 역할 분담에 관한 제도가 없다는 것은 우리나라 의료의 큰 허점이다. 이에 따라 우리는 단순한 감기 진료나 고혈압 관리에도 종합병원이나 대학병원 외래를 이용하곤 한다. 큰 데서든 작은 데서든 환자가 입원도 할 수 있고 외래진료도 받을 수 있다. 서구에서는 볼 수 없는, 이와 같은 의료 관행은 지난 백여 년간 고달팠던 우리 땅의 역사와 관련된다. 일제 강점과 전쟁에 시달리며 의사를 충분히 양성하지 못해 의료를 이용하기 어려웠던 역사다.

1980년에 이르러서도 인구 천 명당 의사가 0.6명에 불과했을 정도로 의사 부족은 고질적이었다. 의료기관 또한 역할을 구분해 체계화할 만큼 숫자가 넉넉지 않았다. 이제 우리 사회는 과거 시대와 견줄 수 없을 만큼 발전했지만, 허술한 제도와 뒤엉킨 관행은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가벼운 질병의 외래진료는 의원이 담당하고 종합병원은 입원진료를 담당해야 하며, 종합병원에서 외래진료는 타 기관이 의뢰한 환자에 한정해야 한다라는 데 이의를 달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1990년대부터 시작해 수십 년째 정부나 국회에서 반복해 논의되는 과제다. 하지만 개선도 변화도 없고 제자리걸음만 하는 중이다. 시간이 갈수록 과제는 더 무거워지기만 한다.

<다음호에 계속>

이 글은 월간 <작은책> 20228월호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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