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미육아] 어미의 자장가는 시간을 초월하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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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미육아] 어미의 자장가는 시간을 초월하나 봅니다.
  • 조은영
  • 승인 2022.08.31 09:3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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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영(동계 내룡)

차도 없네, 차도 자러 갔나 보다. 언니도 오빠도 없네, ~~~자러 갔나 보다.” 한밤중에 일어나 아이와 주고받는 대화입니다. 구름 사이를 오가는 둥근 달을 보더니, “~” 함성이 터집니다. 구름 속으로 달이 들어갈 때면, “달이 자러 갔네하며 아쉬워하기도 합니다. 끝도 없이 되풀이되는 자장가를 들려주며, 어부바를 하다 보면 어느새 아이는 스르르 잠이 듭니다. 오래전 나의 아기에게서 나던 젖 냄새를, 그 아이의 아기에게서 맡습니다. 어미의 자장가는 시간을 초월하나 봅니다.

사회성과 교육을 위해서 어린이집을 보냈으나 가지 않겠다고 울어대어 갈등이 있던 중에, 같은 반 원아가 코로나 확진이 되는 일이 발생하였습니다. 어쩔 수 없이 다율이도 보건소에서 피시알(PCR)검사를 하였고, 다행히 음성 판정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이어서 담임 선생님까지 코로나 확진 소식이 들려와, 어린이집 보내는 것을 포기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아이와 어른이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는 날이 언제쯤 오려는지 맘이 무겁습니다.

무더위에 습도까지 있는 열대야가 이어지니, 하루를 지내기가 무척이나 힘이 듭니다. 종일 에어컨, 선풍기를 가동하고 실내에만 있으니, 어린 다율이가 코감기를 며칠째 달고 있네요.

한낮은 움직이기 힘들어서, 늦은 오후에 강천산을 갑니다. 걸어가다 힘들어지면 아이는 준비해간 자전거를 타겠다고 합니다. 물소리 바람소리 숲 냄새 그리고 계곡물 흐르는 소리가 상쾌합니다. 강천산을 선택한 것은 선물이었습니다. 한참을 가다 보니 아이가 자전거에서 내려 신발을 벗네요. 저도 신발을 벗었습니다. 길 위에 모레를 깔아 놓아서 맨발로 걷는 느낌이 좋습니다. 가다 보면 중간중간에 귀여운 동물 조형물이 있어 가까이 가서 살펴보기도 합니다, 그중에서 다람쥐를 가장 좋아하네요.

~~~” 아이가 소리를 지르며 달리기를 합니다. 계곡물에 발을 담그며 점점 물속으로 들어가고, 옷이 젖어도 아랑곳하지 않고 물장구를 치며 신나 합니다. 놀다 보면 어느덧 야간 조명이 들어옵니다. 오색 찬란한 불빛은 동심을 사로잡고, 노란 별자리 달에서는 아이의 춤사위가 이어집니다. 어른과 아이가 함께할 수 있는 강천산은 순창의 자랑입니다.

할아버지와 다율이
할아버지와 다율이

 

손주 다율이를 보면서, 어릴 적 할머니 생각이 간절해집니다. 장녀인 나는 5형제 중 가장 일찍부터 할머니 방에서 지냈고, 여고 3학년 돌아가시는 날까지 같은 방에서 생활하였지요, 할머니에게 나는 벗이며 손주이면서 기쁨이었습니다. 그 어린아이가 자라 할머니가 되었지만, 그분 앞에서 여전히 어린아이입니다. 보고 싶고 그립습니다 할머니.

나에게 그분은 부모님이며 그리움이었습니다. 일찍 홀로 되셔서 여인의 몸으로 자녀들을 먹이고 돌보며 농사일까지 하셨으니, 그 삶이 얼마나 고달프셨을까요. 독일에서 간호사 일을 하신 큰고모님께서 보내온 텔레비전으로 서부영화를 같이 보았고,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전설의 고향을 늦은 밤까지 들으며 상상의 나래를 펼쳤던, 그 시간의 그리움이 맘속 깊은 곳에서 춤을 춥니다. 하얀 백발을 똬리 틀어 비녀를 꽃은 모습은 언제나 정갈하셨습니다. 말동무이기도 하였던 제게 친구분들 이야기며, 속마음을 털어놓기도 하셨답니다. 긴 담뱃대 끝에 봉초를 꾹꾹 눌러 담아 담배를 태우셨는데, 그 모습이 아련한 그리움으로 차오르네요.

지금 내 옆에서 잠든 다율이도 세월이 흐른 뒤, 할머니인 나를 기억하고 그리워할까요? 인생무상이라 했던가요. 흐르지 않고, 변하지 않는 것은 아무것도 없으니, 지금 이 순간 최선을 다하고 충분히 행복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아직도 인큐베이터 인공자궁 안에 있으며, 세상에 태어나 한 번도 어미를 보지 못한, 다율이 동생 행복이에게 다미(茤美)’라 이름을 짓고 출생 신고를 하였습니다. 누구나 인생을 살면서 어려운 시련이 있지만, 행복이의 시련에 비할까 싶습니다. 젖병에 담긴 분유를 먹는 모습을 보니, 맘이 뭉클합니다.

생사를 넘나든 출산을 하였던 며느리는, 퇴원을 하여 강원도 친정에서 회복 중에 있습니다. 다음 달 추석이 지나고 9월이 가기 전에 행복이 다미도 인큐베이터 삶을 마치고 퇴원을 할 거 같습니다.

지인분이 말씀하시더군요. “누구에게나 일어나는 일이다.” 겉으로 보기에 달라 보이지만, 고통 없이 피는 꽃이 없듯이 인생이 그런 거 같습니다. 인큐베이터에서 두 달을 보낸 외손주를 5년 동안, 전담 육아하셨다는 선배님 말씀이 생각납니다. “아이는 부모 곁에 있어야 한다고 하시더군요. 그분의 맘을 이해할 수 있을 거 같습니다. 사진으로만 보던 행복이가 며느리와 아들, 우리에게 돌아오는 9월을 기다립니다.

할미 육아는 다음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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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만성 2022-09-01 07:20:00
농촌 소도시에 귀농하신 분의 애뜻한 삶의 한 단면이 다시 찾는 살맛나는 순창군의 홍보에 획을 긋는 글 잘보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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