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연의 그림책(24)내 인생의 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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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연의 그림책(24)내 인생의 도서관
  • 김영연 주인장
  • 승인 2022.09.07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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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연(길거리 책방 주인장)

어느덧, 24번째 글쓰기를 앞두고 그간 썼던 글들을 다시 한 번 읽어보았습니다. 첫해에는 순창에 내려와서 사는 이야기에 책이야기가 살짝 얹혀 있는 느낌이었는데, 최근에 쓴 글들은 책이야기에 치중하다 보니 살아가는 이야기가 좀 빠진 듯 합니다. 그만큼 저의 일상이 바쁘기도 하였고요. 얼마 전 나는 왜 길거리책방 주인장이 되었는가?’하는 주제로 도란도란 이야기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러게요, 저는 어쩌다 길거리책방 주인장이 되었을까요? 오늘은 그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책읽기를 좋아하던 소녀

전래동화를 제외하고, 저에게 기억나는 첫 책은 계몽사에서 나온 세계명작동화 전집입니다. 소공자, 소공녀, 하이디, 아아 무정(장발장), 로빈슨 크루소』… 그 시절에는 단행본 동화책도 없고, 지금 생각하는 그림책이라는 게 없었습니다. 동화책 내용에 어울리는 삽화가 고작이었죠. 몇 권 안 되는 귀한 책을 너덜너덜해질 때까지 읽고 또 읽었습니다. 하이디를 보며, 스위스 알프스 산맥을 동경하기도 하고, 작은 아씨들, 빨간 머리 앤을 읽으며 작가를 꿈꾸기도 하였구요.

 

작가가 아닌 교사가 되어

아이를 낳고 키우며 작가의 꿈은 접어 두고, 엄마로 교사로 그림책과 동화를 공부했습니다. 어린 시절 그렇게나 좋아했던 소위 세계명작들이 유럽중심의 식민지 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었다는 사실에 충격이었고, 권정생 선생님의 작품을 비롯해 우리나라 동화는 왜 이렇게 서글픈지(우리나라 현실이 그랬으니까요).

 

저의 첫 그림책은 무지개 물고기(마르쿠스 피스터 지음)였습니다. 지금은 워낙 인쇄술이 발달해서 놀라운 그림책들이 많이 있지만, 저에게 이 책은 신세계였습니다. 책에 반짝반짝하는 물고기 비늘이라니요. (1994년에 우리나라에서 출판) 아이들과 함께 책을 읽고, 독후 활동을 하고, 체험도 가고, 캠프도 열고 즐거운 시절이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그림책 중의 하나가 메리 엘리자베스 브라운의 인생을 담은 도서관(데이비드 스몰 그림/사라 스튜어트 글)입니다. 엘리자베스는 어렸을 때부터 책읽기를 좋아하던 소녀였고, 아이들을 가르치며 살았고, 노년에 자신의 집이 책으로 넘쳐나자, 전 재산을 공동체에 기부하여 도서관으로 꾸몄습니다. 저도 이 책을 보면서 우리 집을 작은 도서관으로 하면 어떨까 생각하기도 했었죠.

그러나 점차 교재도 만들고, 교사 가이드도 만들고 (만들었으니 영업도 해야겠죠?) 그러다보니 직업적으로 필요한 책만 읽게 되고, 정작 저를 위한 책은 멀리하고 살았습니다. 책을 온전히 마음으로 감상하지 못하고, 머리로 분석하고, 무엇을 어떻게 가르칠까만 고민하는 제 자신을 발견했습니다.

 

어느 날 작고 아름다운 책방을 만나다

 

지금으로부터 4년 전 여름휴가 때 제주여행을 갔다가 비가 오는 바람에 일정이 취소되었을 때, 우연히 작은 책방들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시골집을 고쳐서 만든 책방, 컨테이너로 만든 책방, 돌집이나 창고를 개조한 책방, 게스트하우스와 겸한 책방 등등, 거기에는 주인장이 애써 모은 독립출판물들과 예쁜 굿즈들이 있었습니다. ‘, 이런 거라면 우리 딸들하고 재미있게 할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여행에서 돌아와서 책방에 관한 책들을 몇 권 읽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 동네책방참조)

그러나 언제나 그러하듯이 인생은 계획대로 되지는 않죠? 딸내미들은 자신의 인생을 찾아 멀리 떠나가 버리고, 저는 이곳 순창에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인생도서관을 무엇으로 채울까

 

그림책의 범위를 조금 넓혀 봅시다. 최근에 읽은 심야 이동도서관(오드리 니페네거)이란 그래픽 노블(만화와 소설이 결합한 형태의 작가주의 만화)입니다. 원래 단편소설로 먼저 나온 작품을 작가가 만화로 재구성하였다고 합니다.

주인공 알렉산드라는 한밤중 거리에서 낯선 낡은 캠핑카를 만나는데 안에 들어가 보니 자신이 어렸을 때부터 읽은 모든 책들로 이루어진 신비스런 이동도서관이었습니다.

서가를 둘러보며 책에 얽힌 추억에 잠기고, ‘책장에 꽂힌 책들에는 내 삶이 스며 있음을 알게 됩니다. 알렉산드라는 다시 그 이동도서관을 만나고 싶어, 열심히 책을 읽고, 사서가 되고, 마침내 도서관 관장이 된 9년이 지나서야 다시 이동도서관을 재회하게 됩니다.

마지막 결말이 충격적이고 혼돈스럽지만 작가가 청소년기에 꾼 꿈을 바탕으로 구상했다는 맺음말을 읽으니 다소 안심이 되기도 합니다.

우리가 몇 시간씩 몇 주씩, 평생토록 책을 읽으며 갈망하는 것은 무엇일까? 오후의 완연한 햇살 아래 아늑한 의자에 앉아 아끼는 책을 영원히 읽을 수 있다면, 여러분은 무엇을 희생할 수 있겠는가?’(작가의 맺음말)

남의 집에 가서 서재(또는 책꽂이)를 보면 그 사람이 보입니다. 길거리 책방에만 와도 제가 어떤 사람인지 금방 눈치챌 수 있을 것입니다.

내가 지금까지 읽은 책이 모여 나의 인생도서관이 된다면 어떤 책으로 채워질까요? 어떤 음악이 흐르고, 어떤 향기가 날까요? 오늘의 우리를 만든 것은 바로 지금까지 우리가 읽은 책들일 것입니다. 지금 당신의 책상에 (혹은 침대 곁에) 놓여 있는 책은 무엇인가요?

 

그밖에 나의 인생도서관에 들어온 책들

어느 날 서점 주인이 되었습니다(페트라 하르틀리프 지음)

그레구아르와 책방 할아버지(마르크 로제 지음)

어서오세요 휴남동서점입니다(황보름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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