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담농사일기(27)여름은 열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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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담농사일기(27)여름은 열음
  • 차은숙 작가
  • 승인 2022.09.21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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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은숙(글 짓는 농부)

가을볕 아래서 토마토가 익어간다. 7월 말에 심고 나서 폭염을 견디고, 태풍이 온다고 떨기도 했지만 이제 한 열흘 남짓이면 수확기에 접어든다. 요즘 하는 일은 반나절만 쳐다보지 않아도 쑥쑥 자라는 곁순을 자르고, 꽃대를 자르는 일이다. 더 좋은 열매를 얻기 위해서다.

열매는 원래 여름과 같은 말로 쓰였다고 한다. ‘여름열매라고? 좀 이상하다 싶으면 <용비어천가>의 구절을 떠올려보자. 우리나라 사람은 거의 다 아는 유명한 구절이다.

불휘 기픈 남간 바라매 아니 뮐쌔 / 곶 됴코 여름 하나니”(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기에 / 꽃이 좋고 열매가 많으니)

열매를 가리키던 여름열다의 어간인 에 명사형 을 붙여 열음으로 형성된 말로 열린 것이란 뜻이라고 한다. ‘열매’, ‘열음둘 다 모름지기 여름은 열매를 가꾸는 일과 관련이 있다는 뜻. 그러다가 차츰 여름은 계절을 일컫는 말로 정착한 것. 가을의 어원은 ()라고 하는데 열매를 끊다라는 것.

꽃대를 자르다
꽃대를 자르다

 

여름열음이라는 체험

여름이 열음이라는 걸 체험하는 시간을 보냈다. 토마토 나무에 아래 잎이 여섯 장 정도 자라면 첫 꽃대가 나온다. 여기서 한두 개 꽃이 피고 꽃대가 길어지면서 몽우리 생기고 두세 개씩 꽃이 계속 피어난다. 한 꽃대에서 대여섯 개 꽃이 피면 바로 위 꽃대에서 또 꽃이 시작되고 꽃이 늘어난다. 꽃이 진 자리는 열매가 보인다.

열매가 자라는 동안 내내 같은 일이 반복된다. 아래 꽃대는 한 줄기로 쭉 뻗어 나오는 경우가 많고, 3, 4번째 꽃대는 복화방이라 불리는 두 갈래, 세 갈래 꽃대가 나온다.

수확기를 앞두면 꽃이나 열매를 솎아주는 일이 중요하다. 적과는 좋은 열매를 얻기 위해 많이 달린 열매를 없애는 것이다. 무조건 잘라내는 건 아니고, 나무의 세를 보아가며 판단해야 하니, 너무 짧아도 너무 길어도 안 된다. 농부의 마음 숙련도가 있어야 한다. 꽃도 자르고 열매도 잘라내며 욕심과 미련을 함께 잘라낸다. 몇 년째 하는 일이지만 할 때마다 꽃도 열매도 아깝다.

 

한 알, 두 알 이렇게 익어가요

열매가 크고, 익어가기 시작하면 병충해도 함께 온다. 특히 한여름에 아주심기를 한 다음 가을부터 수확하는 이번 작기는 더 심하다.

처음 농사를 시작했던 여름, 그때는 뭐가 뭔지도 몰랐는데 땅이 보살펴주고, 작물도 초보농부를 어여삐 여겼는지 그런대로 넘어갔다. 친환경 작물을 위해 하라는 대로 하기는 했다. 그런데 재작년부터 만만치가 않다. 작년 영농일지에 보면 방제, 방제 또 방제였다.

친환경이라 화학농약을 쓸 수 없으니, 천적이며 식물추출물 천연농약과 오일, 유황까지 쓰며 한 작기를 방제로 버티며 수확을 했다.

열매 맺다, 익어가다
열매 맺다, 익어가다

 

방제에는 구제와 예방이 있다

그런데 올해도 작년과 거의 같은 시기에 응애가 발생했다. 뜨겁고 건조한 날씨를 좋아하는 응애는 이름은 귀여운데, 사납기 이를 데 없다. 사람 눈으로는 보이지도 않는 0.2mm ~ 1mm 정도의 거미강에 속하는 작은 절지동물이다. 점박이응애, 차응애, 차먼지응애 등 종류도 많다. 응애는 식물 줄기나 잎에 침을 꽂아 세포액을 빨아먹기 때문에 식물의 생육을 방해하고 심하면 고사까지 시킨다.

문제는 피해가 보인다 싶으면 이미 응애가 창궐하여 퍼져나고 있다는 것이다. , 방제하고 방제하며 지키는 일만 남는다. 방제는 농작물을 병충해로부터 예방하거나 구제함이라는 뜻인데, 예방은 하지 못하고 구제를 위해 분투할 뿐이다. 방제에는 구제와 예방이 있다는 것. 그리고 예방을 위해서는 더 살펴야 할 게 많다는 걸 또 배운다.

한 알, 두 알 익어가는 토마토는 주인들의 애타는 마음은 아는지 모르는지 오늘도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다. 다들 각자 일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우리도 내일 아침 일찍부터 또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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