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미육아] 할미는 한 발 뒤로 물러서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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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미육아] 할미는 한 발 뒤로 물러서려 합니다
  • 조은영
  • 승인 2022.09.28 08:3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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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영(동계 내룡)

 

퇴원을 하였지만, 아직은 주부로서 일상생활이 어려운 며느리에게서 연락이 왔습니다.

어머니 다율이를 데려오고 싶어요. 안 되겠어요, 보고 싶어서~.”

둘째 다미가 오기 전에 준비가 필요합니다.”

건강이 회복되고 있다 보니, 아이 생각이 간절해지나 봅니다. 아직은 힘에 부치다며, 양가에 도움을 청해왔습니다. 그동안 24개월된 어린 자식이 얼마나 보고 싶었을까요? 며늘아이의 목소리가 울림이 되어 맘속 깊은 곳에서 파도를 칩니다. 자녀와 부모, 가족은 한 집에서 함께 살아야 하지요. “다율이가 잠든 사이 인사도 못하고 병원에 들린 것이, 사경을 헤매다 3개월이 지나버렸다고 울먹이며 말하는 며늘아이의 목소리가 떨려옵니다.

 

다율이에게 할미마음 보여주고파

우리 가족에게 지독하게도 힘들었던, 여름이 지나가고 가을을 맞이합니다. 다율이가 집으로 돌아가고 둘째가 퇴원을 하게 되면, 한동안 여행이 쉽지 않을 것입니다. 다율이를 부모에게 보내기 전에, 산과 바다 자연 그리고 세 살, 여름날의 특별한 추억을 전해주고 싶었습니다. ‘강천산을 보고 느끼게 해주었으니, ‘장군목그리고 갈매기와 파도 소리가 들리는 바다도 보여 주고 싶었습니다. 무더위를 피해 바람이 불고, 햇볕에 견딜 만한 날을 잡아 바다를 보러 갔습니다.

철썩철썩~, 눈앞에 끝도 없이 펼쳐진 시원스러운 바다가 눈이 부십니다. 하늘에는 새가 날고, 바닷물은 밀려오고 사라지기를 반복합니다. 한 번도 본 적 없는 광활한 바다에서 순간순간 다가오는 두려움은 작은 아이가 감당하기에 벅찬 세상이었을 겁니다. 아이에서 어른으로 성장하면서 만나게 될 크고 작은 파도들. 어떤 순간에도 꿋꿋하고 씩씩하게 잘 이겨내고 스스로의 삶을 살아갈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바다를 보러 가길 잘한 거 같습니다.

생각지도 못한 추억 선물이 하나 더 생겼습니다. 지난달에 본 슈퍼문이 올해 마지막 보름달 일줄 알았는데, 추석 연휴에 100년만에 볼 수 있는 둥근 보름달을 다율이에게 맘껏 보여 줄수 있었습니다. 다율이가 기억해 줄지는 모르겠습니다.

이제는 장군목입니다. 모기 때문에 바깥 출입을 못했는데, 가장 중요한 추억 만들기였기에 용기를 내어 밖으로 나갔습니다. 용궐산과 기산, 눈앞에 펼쳐진 기암괴석 그리고 섬진강을 온몸으로 볼 수 있게 작은 발로 걸어가게 하였습니다.

저는 2016년 장군목으로 귀촌하였습니다. 숲에서 나는 풀냄새와 꽃향을 아침에 일어나면서 매일 맡을 수 있었고, 돌틈 사이에서 이리저리 옮겨 다니던 다람쥐가 떨어진 밤 껍질을 까면서 먹는 모습도 보았습니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눈부신 하늘과, 매일 같은 모습일 거 같았던 앞산은 날마다 다른 모습을 보여 주었습니다. 그리고 은빛물결 섬진강은 내 마음의 보석이었습니다. 이런 장군목을 손주 다율이에 보여 주고자 하는 것은 단순한 풍경이 아닌 할미의 마음이었습니다.

 

다율이를 엄마아빠에게 데려다주고

드디어 다율이를 데리고 아들과 며느리가 살고 있는 청주에 왔습니다.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 도착하니, 아들과 며느리가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눈물을 글썽이며 어린자식을 품에 안은 며느리를 보니 맘이 뭉클합니다. “다율아 다율아~, 엄마 엄마야!” 어미의 품에 안긴 아이는 ~마 아파하며 며느리의 아직 아물지 않은 상처를 가리킵니다. 지난 3개월 동안 한번도 엄마를 찾지 않았던 아이였습니다. 엄마가 보고 싶다고 칭얼대지도 보채지도 않던 다율이가 안쓰럽고 짠합니다.

그날, 병원을 나서던 며느리는 잠을 자는 다율이를 이모님에게 맡기고 금방 올 거니까, 하며 다녀올께라는 인사도 못한 채, 가벼운 마음으로 집을 나섰다고 합니다. 처음 방문한 병원에서 큰 병원을 권유하였고, 도착한 서울의 ○○병원에서는 당장 아이를 꺼내는 수술을 해야 한다고 하였으니, 아무런 준비도 못하고 아이에게 말 한마디 없이, 생사의 갈림길에서 헤매이다, 3개월만에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아이를 첫대면한 것입니다.

자다 깨어난 다율이도 일어나 보니 엄마도 아빠도 보이지 않았고, 주변에서 엄마가 아프다는 말은 전해주었지만 친척 할머니 댁에 맡겨졌다가, 조부모와 생활을 하였으니, 그 시간을 어린 다율이가 견디기에 얼마나 힘이 들었을까요? 더디고 긴 시간이었을 겁니다.

우리 가족에게 가장 힘들고 어려웠던 여름이 지나갔습니다. 엄마를 만난 다율이는 긴 시간의 헤어짐을 보상이라도 받으려는 듯, 한시도 엄마 곁에서 떨어지질 않습니다. 며느리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동안 다율이는 엄마가 보고 싶다는 말 한마디 못하고 견뎌내었습니다. 그런 아이의 맘속 깊은 상처를, 며느리는 지극한 노력으로 아프기 전에 놓쳤던 아쉬움까지 채워가고 있습니다. 아이의 정상적인 삶을 위해 이제 할미는 한 발 뒤로 물러서려 합니다.

 

세상 모든 어미 내아이 이쁘고 소중

이른 아침 아들이 일어나 출근 준비를 합니다. 차려준 아침밥을 먹고 일터로 나가는 모습을 보니, 맘이 짠합니다. 그 마음을 눈치챘는지 엄마 다 그렇게 살아요. 아버지도 그랬구요라며 현관문을 열고 나갑니다. 세상 모든 어미 마음은 같겠지요. 내 아이 이쁘고 소중한 거.

부모님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젊은 어머니 아버지 모습이 아련하게 스칩니다. 지금 저보다 훨씬 젊은 모습이 분명히 있었는데, 세월속으로 녹아들었나 봅니다. 제가 다율이 나이쯤 되었을 무렵인 거 같습니다, 아버지 사무실 책상에서 지금 다율이처럼 춤을 추었다고 하는데, 저는 모르겠습니다. 기억이 나지 않는다 하여도 어린 나는 아버지 책상 위에서 춤을 추었고, 그 자리에 계셨던 동료분들에게 귀여움을 많이도 받았습니다, 누구든 부모님 없이 절로 성장하지는 않았겠지요. 내일은 부모님께 전화를 하여야겠습니다.

할미육아 다음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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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만성 2022-09-29 06:37:09
귀촌 생활수기 잘 구독하고 있습니다.
예기치 못했던 시련의 가정사를 여과없이 내려놓기 쉽잖은데도 가족사랑을 되짚게하는 잔잔한 글의 전개와 며느리와 둘째 손녀 다미의 건강을 축복며 귀댁의 가정에 박수를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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