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 쪽빛한쪽(12) 수신불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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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 쪽빛한쪽(12) 수신불량자
  • 선산곡 작가
  • 승인 2022.09.28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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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산곡 작가

 

선산곡 작가

전화기가 눈에 띈다. 사흘만이다. 현대 문명을 따라가려는 안간힘이 힘에 부치다는 생각은 해보지 않았지만 요즘 개인 필수품이 돼버린 핸드폰(손전화기)만큼은 사용법 진화가 더디다. 외출하지 않는 이상 전화기의 행방은 아예 잊고 산다. 내가 일부러 전화를 거는 일도 별로 없다. 이유야 여러 가지지만 내 전화기의 벨이 울리면 우선 겁부터 난다.

거실 아니면 내 방, 서재라고 불리는 곳에서 글쓰기, 책 읽기, 음악 듣기가 하루의 내 일과다. 아들의 아침 출근 시간에 맞춰 7시에 이른바 콜(call)을 했던 즐거움도 그만두게 되었다. 전화기의 필요성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 셈이다. 그래서 한 달에 두어 번 울리는 사십 년 넘게 썼던 일반전화도 얼마 전 계약을 해지했다.

며칠 까맣게 잊어버리고 있던 전화기가 침대 베게 밑에 감추어져 있었다. 아닌 게 아니라 인도의 노래를 들은 지(?) 오래여서 피식 웃었다. 인도의 노래? ‘장 필립 라모의 동명의 오페라 중 야만인이 내 전화기에 울리는 음악 소리다.

언젠가 밴드에 초대한다는 메시지에 노래는 누가 하느냐고 물었다. 그게 카톡방 만들자는 메시지였다는 것은 나중에 알았다. 손으로 쓰는 편지를 대신해 버린 이메일조차 한물갔고, 이젠 핸드폰이 문자와 카톡, 에스엔에스로 활용되어 모든 것을 점령한 셈이다. 누군가 초대해 놓은 카톡방에 쌀쌀하게 나가버리는 짓도 잘하지 못하고 그렇다고 한마디 거드는 일은 더 더욱 하지 않는다. 수동 타자기부터 컴퓨터 자판까지는 익숙한 손이었지만 핸드폰의 문자 누르는 것만큼 더디고 불편한 것이 없다.

언젠가 받지도 않을 전화기는 뭐하러 지니고 있느냐는 질책을 받았던 적이 있었다. 뒤늦게 통화가 됐을 때 상대방의 목소리가 격앙되어 있었다.

그럴녀르 전화기 콱 때리부솨부러!”

전화수신불량자라는 악명은 그로부터 얻은 내 별명이다.

전화기의 배터리가 숨에 차 있다. 미확인 전화, 문자, 카톡들이 모두 두 자릿수를 넘었다. 코로나 공지에 상업 정보가 대부분이다. 핸드폰의 진화에 역행하는 것은 오기가 아니다. 아직 나는 내 그림으로 만든 엽서에 글씨를 쓰고 우표를 붙이는 것으로 만족하고 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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