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소득 보다는 토지 정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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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소득 보다는 토지 정의를
  • 이송용
  • 승인 2022.10.05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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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송용(순리공동체·구림 금상)

순창 재난지원금, 고마운데

순창에서 이번 재난지원금으로 가장 큰 혜택을 받은 가정을 꼽으라면, 아마 나의 가정일 것이다. 식구 수가 무려 8(나는 6남매 아빠다)이기 때문이다. 한 명당 50만 원의 재난지원금으로 장도 보고, 외식도 하고, 자동차 수리도 하고……. 행복했다.

한번은 타지에서 손님이 와서 식사를 하는데, 내가 자랑스러운(?) 재난지원금 카드를 꺼내 들어서는 대접을 했다. 그 손님이 순창 너무 좋은 것 아니냐고 말하는 통에 함께 껄껄웃기도 했다.

재난지원금으로 각 가정에 도움을 주면서 지역 경제도 살리고……. 단기적으로는 나쁘지 않은 시도였다고 평가한다. 또한 개인적으로 고맙게 생각한다. 다만 이런 방식으로 지자체의 재정을 소비하는 일이 과연 장기적으로 우리 사회에 최선일까에 대해서는 함께 좀 더 고민해 보았으면 한다.

재난지원금 형식의 재정 지원은 기본소득이 추구하는 사상과 맞닿아 있다. 국가에서 국민 모두에게 균등하게 재정을 지원해 주면, 국민 입장에서는 기본적인 소득이 보장되어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고, 시장에서는 소비가 진작되어 경제가 활력을 얻을 수 있다는 아이디어다.

 

소득 제공, 국가의 일은 아니다

혹자는 4차 산업 혁명 시대에 로봇과 인공지능이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대체하면서 미래에는 기본소득이 필수가 될 것이라 예상하기도 한다. 반면 김공회 교수와 같은 이는 기본소득론은 공상 혹은 환상에 불과하며 지난 역사에서 계속해서 실패했을 뿐만아니라, 또 앞으로도 실패할 가능성이 큰 정책이라고 말한다. 나는 김공회 교수의 의견에 동의한다.

국가가 국민에게 제공해야 하는 것은 소득이 아니다. 사람에게는 자기 손으로 일 해 먹고 살며 가족을 부양했을 때에 느끼는 고유의 기쁨이 있다. 또한 단순히 돈 문제를 넘어서서, 일을 하면서 느끼는, 일 자체가 주는 보람도 무시할 수 없다. 그러므로 국가는 돈으로 가계를 직접 지원하는 일을 쉽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

국가가 제공하는 재정에 의지하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국민의 삶은 알게 모르게 국가에 종속된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그런 사회는 결코 건강하지 않다. 개인의 자율성이 줄어들고 창의적으로 삶을 개척해 갈 의지도 함께 시든다. 그만큼 사회 발전의 동력도 전체적으로 약해진다.

물론 선택적 복지는 항상 필요하다. 소외된 계층의 사람들을 돌보는 일은 도덕적으로 정당할 뿐만 아니라 사회·경제적으로도 장기적 투자가 된다. 그러나 모든 군민·시민에게 균등하게 재정을 분배하는 일은 전혀 다른 문제이다.

 

기본소득보다는 토지 정의를

그렇다면 지자체의 재정으로 무엇을 해야 할까?

답은 토지다. 지자체가 군민·시민들에게 토지 사용의 기회를 주기 위해 노력하면 좋다. 헨리 조지(Henry George)에게서 시작된 지공주의(地公主義 또는 토지공개념)가 덴마크, 싱가포르, 홍콩, 대만에 적용되었을 때 그 사회에 어떠한 풍요를 낳았는가는 이미 잘 알려진 이야기이다. 거기에 지속 가능한 경제 발전의 답이 있고, 인구 유입의 기회가 있으며, 출산율 문제의 해법이 있다.

예를 들어 귀농을 놓고 이야기 해 보자. 현재의 귀농 정책은 귀농인이 자기 돈으로 (또는 빌린 돈으로) 농촌의 집과 땅을 사서 이주하도록 돕는다. 필요한 정책이다. 그런데 더 나은 방법은 땅과 건물을 분리해서 접근하는 것이다.

지자체가 예산을 할당하여 꾸준히 땅을 사들이고, 귀농·귀촌하는 사람들이 그 땅에 농사를 짓거나 집을 지어 건물만 소유할 수 있도록 허락을 해 준다면 귀농·귀촌을 고려하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문턱이 훨씬 낮아진다.

청년이건 노인이건 자기 손으로 집을 짓거나 자기 땀으로 땅을 일구며 살아보고 싶은 사람은 생각보다 많다. 그들에게 토지 구매 비용만 덜어 주어도, 그들의 짐이 한결 가벼워진다. 순창으로의 이주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혹 나중에 그들이 순창을 떠나게 되더라도 토지는 여전히 지자체의 소유이므로 지자체로서는 손해 보는 일이 없다. 떠나는 이는 토지 위의 자기 건물만 다음 사람에게 팔고 가면 된다.

 

주거비 부담 낮출 때 출산율 높아져

또한 출산율 문제는 어떠한가? 국내외의 연구 결과들은 가정의 주거비 부담이 줄어들었을 때, 출산율이 높아진다는 사실을 시사한다. 단순히 집을 산다고 출산율이 높아지지는 않는다. 주택 구매 비용이 지나치게 높아서 대출 빚 상환 부담이 생기는 경우 오히려 출산율은 낮아진다. 출산 결정에 있어서 가계의 주거비 부담이 줄어드는 일이 중요하다.

최근 정부에서 국유 부동산을 매각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는데, 그 대상과 방법에 있어서 극도의 신중함이 필요하다. 토지 위에 세워진 건물은 따로 매각하더라도 토지를 매각해서는 안 된다. 기업이나 개인이 건물은 사유하되 토지 사용료를 정부에 내도록 해야 한다. 그렇게 해야 그 건물과 토지로 생산적인 일을 하고자 하는 사람에게 기회가 돌아간다. 자본만으로 불로소득을 벌어들일 욕심이 작동할 여지를 최소화할 수 있다.

 

주민에게 토지 사용기회 제공하자

다시 순창으로 돌아와 순창을 생각한다. 지자체에 재난지원금이나 기본소득으로 분배할 재정이 있으면, 그 재정으로 부동산을 확보해 시민들에게 토지 사용의 기회를 제공하자. 예를 들면 다음과 같은 일들은 어떤가?

- 화순의 성공 사례처럼 면단위 학교 근처에 무상으로 입주할 수 있는 귀촌 주택을 마련하자.(인구 유입을 유도하면서 학교 폐교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

- 300평 단위의 토지를 확보하여 귀농인들이 무상(또는 최소한의 비용)으로 사용할 기회를 주자.(기간은 3~5년 단위로 하되 토지의 목적에 맞게 사용하는 한 사용 기간은 계속해서 연장해 주자.)

- 비어 있는 주택이나 대지, 또는 대지로 전환될 수 있는 땅들을 매입하여, 귀촌을 꿈꾸는 사람에게 최소한의 비용으로 임대해 주자. 그들이 크든 작든 자기 집을 지어서 살 수 있는 기회를 주자.(떠날 때에는 다음 사람에게 건물만 매각할 수 있다.)

- 규모가 크지 않은 원룸, 투룸 건물을 매입하거나 건축하여, 거기에 청년들이 무상으로 와서 살 수 있도록 하자.(원하는 기간 동안 본인의 집처럼 사용하되, 관리비와 유지비는 스스로 감당하도록 한다.)

이런 순창이라면 우리라도 와서 살고 싶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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